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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3연임 전야제” “소탐대실 올림픽”…베이징 오늘 폐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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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입장식에 참여하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입장식에 참여하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지난 4일 베이징 국가체육관에서 열린 24회 겨울 올림픽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관중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 베이징 국가체육관에서 열린 24회 겨울 올림픽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관중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이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 속에 16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오늘 밤 9시(한국시간) 베이징 냐오차오(鳥巢) 국가체육관에서 폐막한다. 폐막식에는 지난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6개국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칩거해온 시진핑(習近平·69) 중국 국가 주석이 14일 만에 참석한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예고했다.

개막 후 14일간 잠적 시진핑 참석 #한복·편파판정·이중국적 등 논란 #“中 애국심 얻고, 세계인 인심 잃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신장(新疆)·홍콩 등에서 인권 침해에 항의하는 서구의 ‘외교 보이콧’ 등 개막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이번 올림픽은 중국 국내적으로 정치적 목적은 달성했으나 국제적으로 중국의 대외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8년 여름올림픽 후 14년 만에 베이징에서 열린 올림픽은 ‘파란(波瀾)’의 연속이었다. 한국에서는 지난 4일 개막식에서 중앙민족대학 56개 민족 대표 대학생을 포함해 176명의 인민 대표가 참가한 개최국 국기 입장식이 논란이 됐다. 당시 조선족 대표의 치마저고리 차림을 두고 국내에서 ‘한복 공정’ 여론이 제기되자 주한중국대사관은 비판 입장문을 통해 “중국 네티즌들 특히 조선족들은 이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워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논평했다.

지난 4일 위구르족인 크로스컨트리 선수 디니거얼 이라무장(21·왼쪽)과 한족인 노르딕 복합 선수 자오자원(趙嘉文·21·오른쪽) 남녀 선수가 베이징 국가체육관 성화대에 올라 성화봉을 성화대에 꽂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 위구르족인 크로스컨트리 선수 디니거얼 이라무장(21·왼쪽)과 한족인 노르딕 복합 선수 자오자원(趙嘉文·21·오른쪽) 남녀 선수가 베이징 국가체육관 성화대에 올라 성화봉을 성화대에 꽂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해외에서는 최종 성화 주자가 더 큰 논란이 됐다. 최종 주자로 위구르족인 크로스컨트리 선수 디니거얼 이라무장(21)과 한족인 노르딕 복합 선수 자오자원(趙嘉文·21) 남녀 선수가 성화대에 올라 서구의 ‘외교 보이콧’에 대한 반발로 풀이됐다.

4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나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4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나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흐루쇼프 증손녀 “시진핑이 러시아 속국 만들어” 

개막식 당일부터 사흘간 시진핑 주석은 분주한 올림픽 정상 외교를 펼쳤다. 4일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속에서 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난 시 주석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을 반대한다”는 중·러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중·러 정상회담에 대해 니나 흐루체바 미국 뉴스쿨대 교수(니키타 흐루쇼프의 증손녀)는 “시진핑이 러시아를 중국의 속국(vassal-like)과 같은 종속 상태로 만들었다”며 “푸틴은 (50년 전인 1972년 2월 21일 중국을 방문했던) 닉슨이 아니다”라고 18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칼럼에서 주장했다. 미·중 데탕트(긴장 완화)를 열었던 50년전 닉슨의 방중 당시와 달리 중국은 러시아를 대등한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본격 경기가 시작된 후론 편파 판정과 도핑 논란 등이 올림픽 정신을 빛바래게 했다. 한국에선 초반 쇼트트랙 경기에서 편파 판정이 ‘공정’을 중시하는 국내 MZ(밀레니얼, Z세대)의 격한 반발을 불렀다. 해외에서는 중국 국적으로 출전한 미·중 혼혈 스키 점프 선수 구아이링(谷愛凌·19·영어명 에일린 구)의 이중국적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8일 구아이링의 경기장에는 지난해 ‘미투’ 논란의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37)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 ‘여론 물타기’를 의심하게 했다. 올림픽 중반을 넘어서면서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선수단)의 약물 도핑 스캔들도 불거졌다.

중국 국내적으로는 엄격한 폐쇄 루프(Closed loop) 관리로 일반 대중 티켓 판매를 금지하면서 뜨거운 올림픽 열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올림픽 기간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 농촌 마을에서 목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감금된 여덟 아이의 어머니가 큰 논란이 됐다. 네티즌들은 화려한 금메달 2관왕 구아이링과 쇠사슬 여성 중 누가 중국을 대표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10점 만점에 5.5점…보이콧에 중화주의 맞대응” 

베이징 겨울 올림픽의 최종 평가는 성공론과 실패론이 엇갈린다. 바흐 IOC 위원장은 19일 열린 제139차 IOC 총회에서 “중국 국민의 지지가 없었다면 베이징 2022년 겨울 올림픽은 이처럼 탁월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라며 “폐쇄루프안에만 있었지만 중국 국민의 대대적 지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흐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올림픽 성공 개최에 기여한 공로로 중국 국민에게 올림픽컵을 전달했다고 중국 인민일보가 20일 보도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중앙일보에 “이번 올림픽은 성공했지만 10점 만점에 5.5점 정도”라며 “하반기 시진핑 3연임으로 가는 전야제였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와 보이콧 위기를 애국주의와 중화주의로 맞대응하면서 국내 정치적으로 대성공을 거뒀지만 전 세계 관중 대상의 공공외교를 경시한 모양새로 중국 국민만을 위한 행사였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평가가 나왔다. 쑹루정(宋魯鄭) 푸단대 중국연구소 연구원은 19일 “코로나19와 외교 보이콧을 뚫고 중국의 힘과 제도의 유효함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면서도 “서방의 중국에 대한 관점을 바꾸지 못했고 위기감은 증가했으며 동서 경쟁 역시 격렬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미국의 소리(VOA)’에 토로했다.

지난 16일 독일 루지 금메달 2관왕 나탈리 가이젠베르거가 귀국후 독일 제2공영방송(ZDF)에 출연해 “다시는 중국에 가지 않겠다”고 혹평했다. [ZDF 사이트]

지난 16일 독일 루지 금메달 2관왕 나탈리 가이젠베르거가 귀국후 독일 제2공영방송(ZDF)에 출연해 “다시는 중국에 가지 않겠다”고 혹평했다. [ZDF 사이트]

독일 루지 2관왕 “다시는 중국 가지 않겠다”

아예 ‘실패’ 평가도 나왔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베이징 올림픽은 성공하지 못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주요 2개국(G2) 등극을 알렸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북 평화를 보여줬던 2018년 평창 올림픽에 한참 못 미치면서 미·중, 동·서 경쟁만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특히 “한복·쇼트트랙 논란을 보면 중국이 의도치 않았더라도 한·중 간 쌓여왔던 감정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며 “중국 젊은 세대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80억 세계인의 인심은 잃은 소탐대실의 올림픽이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독일 루지 금메달 2관왕 나탈리 가이젠베르거는 지난 16일 귀국 후 독일 제2공영방송(ZDF)에 출연해 “IOC가 전제(專制) 중국에 올림픽 개최를 승인한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다시는 중국에 가지 않겠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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