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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금 뜯으려 술 먹인 뒤 '강간' 고소…檢에 딱걸린 무고범 4명

중앙일보

입력

대검찰청이 올해 1월 전국 검찰청 형사부에서 처리한 우수 업무사례 7건을 선정했다. 강간 혐의 피의자로 송치된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 합의금을 뜯으려고 기획한 무고 사범 4명을 거꾸로 구속 기소한 사례와 아동학대 피해를 입은 외국 국적 불법체류 아동에게 맞춤형 종합 지원을 한 사례 등 우수 사례가 지난 17일 공개됐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사진)와 설수현 검사는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강간 사건을 보완수사 요구 및 자체 추가 수사 끝에 처음부터 기획된 사건임을 밝혀냈다. 이 사건은 억울하게 성폭행범으로 몰린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한 것은 물론 사법질서를 어지럽힌 무고 사범을 엄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우수 업무 사례로 선정됐다.

억울하게 강간범 몰린 남성, 휴대전화 포렌식으로 구사일생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 뉴스1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 뉴스1

40~50대 남성 3명과 여성 1명으로 구성된 피의자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 남성을 술에 취하게 한 후 성폭행범으로 몰아 합의금을 뜯어내기로 공모하고, 2019년 9월 피해자를 모처의 한 숙박업소로 불러들였다. 모두 어울려 술을 마시던 중, 남성 피의자 3명은 여성 피의자와 피해자만 방에 남겨둔 채 자리를 떴다.

같은 공간에 둘만 남은 여성 피의자와 피해자는 성적 접촉을 나눴고, 그 순간 남성 피의자들이 방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피해자를 궁지에 몰아넣은 뒤 '술 김에 강간했음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강요했다. 이어 피의자들은 각서를 빌미로 피해자의 부모에게서 약 4000만원의 합의금을 받아냈고 이를 서로 나눠가졌다.

그후 피의자들은 2020년 4월쯤 이 각서를 근거로 피해자를 강간 등 혐의로 허위 고소했다. 이번엔 피해자도 여성 피의자를 상대로 무고 혐의 맞고소에 나섰다. 일대일로 대립하는 양측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피해자에게 강간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이 부장검사와 설 검사는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 피의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포렌식한 뒤 그 안에서 피의자들의 범행 공모·합의금 분배·허위진술 모의 정황이 담긴 문자메시지 등을 확보했다. 이런 증거를 토대로 추가 수사에 나서 피의자들이 합의금을 뜯어 낼 목적으로 범행을 기획했다는 사건 실체를 밝혀냈고, 당초 경찰의 송치 방향과 달리 피의자 4명을 무고 혐의로 직접 구속기소했다.

가정폭력 당한 불법체류 아동 비자 발급 도운 검사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뉴스1

이밖에도 대검은 철저한 수사로 사건의 실체를 밝혀낸 사례를 여러 건 선정해 격려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개발사업 타당성 검토 용역을 의뢰받은 연구원과 대학교수 등이, 업무로 알게 된 개발 정보를 이용해 3기 신도시 후보지 내 농지를 차명으로 취득한 사실을 밝혀내고, 수용공탁금 16억 6900만원을 추징보전한 사례도 우수 사례로 꼽혔다. 최재훈 인천지검 부장검사와 허윤행 검사는 압수물 분석 및 치밀한 법리 검토를 통해 피의자들의 업무방해 및 범죄수익은닉법위반 혐의를 입증해냈다.

청주사직2구역 지역주택조합 조합장 및 업무대행사 운영자가 자금 사용처를 허위로 고지해 총 178명으로부터 약 69억원을 편취하고 업무대행사에 약 20억원을 과다 지급한 일을 밝혀낸 사례(단성한 청주지검 부장검사, 김성태 검사)도 마찬가지다. 텔레그램에 '참교육단'이라는 단체방을 만들고 지인얼굴 합성 등을 미끼로 유인한 피해자 약 340명을 강요·협박한 조직원을 엄단한 사례(어인성 서산지청 부장검사, 천재영 검사)도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피해자 등을 각별히 보호하거나, 소년 선도에 정성을 들인 사례도 우수사례로 꼽혔다. 유정호 평택지청 부장검사와 김윤환 검사는 친부에게 신체적 학대를 당한 외국 국적의 불법체류 아동에게 체류 비자 발급, 청소년쉼터 입소, 치료비 지원 등을 입체적으로 제공했다. 여성 가사도우미 6명을 유인해 수면제를 먹이고 강제추행한 피의자에게 강제추행치상죄를 적용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치료까지 지원한 사례(신준호 인천지검 부장검사, 김영준 검사), 소년범에게 공부방을 지원하거나 선도 대상 청소년에게 음악·체육 선도 프로그램을 제공한 사례(최영아 대전지검 부장검사, 송명진·최지윤 검사)도 우수 사례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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