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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즐거웠어요 '팀 킴'…컬링 1위 스웨덴에 패배, 4강 좌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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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7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스웨덴전에서 팀킴 김은정이 스위핑을 지시하며 소리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스웨덴전에서 팀킴 김은정이 스위핑을 지시하며 소리치고 있다. [연합뉴스]

‘팀 킴’이 아쉽게 베이징올림픽 여자컬링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김은정(32·스킵), 김선영(29·리드), 김초희(26·세컨드), 김경애(28·서드)가 나선 한국은 17일 중국 베이징 국립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컬링 9차전에서 세계 랭킹 1위 스웨덴에 4-8로 졌다. 7엔드까지 4-3으로 앞섰지만 역전패를 당했다.

이번 대회는 예선 10개국이 한 번씩 맞붙어 상위 4팀이 4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한국은 전날까지 영국, 캐나다와 함께 공동 4위(4승4패)였다. 이날 예선 최종전을 앞두고 ‘경우의 수’는 복잡했다. 동시간에 시작된 다른 3경기 결과도 지켜봐야 했다. 한국은 스웨덴을 무조건 꺾고, 경쟁팀 캐나다와 일본 2팀 중 한 팀이 진다면 한국의 4강행이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캐나다는 덴마크를 10-4로 이겼고, 일본는 스위스에 4-8로 졌고, 영국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9-4로 이겼다. 일본이 먼저 끝난 경기에서 패하면서, 한국이 만약 스웨덴을 이겼다면 4강에 오를 수 있었으나 이날 패배로 무산됐다.

최종 순위는 스위스(8승1패)가 1위, 스웨덴(7승2패)이 2위다. 캐나다, 영국, 일본은 나란히 5승4패를 기록했는데, DSC(드로샷 챌린지)에 따라 영국과 일본이 4강에 올랐다. 한국은 중국, 미국과 나란히 4승5패에 그치며 4위 안에 들지 못했다. 한국의 최종순위는 8위다.미국이 6위, 중국이 7위, 덴마크(2승7패)가 9위, ROC(1승8패)가 10위다. 순위는 승패, 승자승, DSC 순으로 가려진다.

스웨덴전에서 생각이 잠긴 김은정(가운데). [뉴스1]

스웨덴전에서 생각이 잠긴 김은정(가운데). [뉴스1]

2018년 평창올림픽 결승전에서 스웨덴에 패했던 한국은 최근 2차례 맞대결에서 승리했지만, 올림픽 무대에서 또 졌다. 1엔드는 ‘블랭크 엔드(하우스 내 스톤 없어 양 팀 무득점 처리)’가 됐다. 2엔드에 김은정이 까다로운 위치에 스톤을 위치 시켜 스웨덴 스킵 하셀보리의 실수를 유도했다. 한국은 2점 스틸(불리한 선공팀이 득점)에 성공했다.

3엔드에 1점만 내준 한국은 4엔드에 김은정이 정확한 드로우 샷으로 1점을 보태 3-1로 달아났다. 5엔드에 1점만 내줘 3-2가 됐다. 후공이었던 6엔드에 김은정의 마지막 샷이 빗나가 1점 스틸을 허용해 3-3이 됐다. 7엔드에 김은정이 상대 스톤 3개를 쳐내는 트리플 테이크아웃을 시도했으나 1득점해 4-3이 됐다.

8엔드에 후공이었던 스웨덴이 하셀보리가 2점을 따내 5-4로 경기를 뒤집었다. 9엔드에서 김은정의 마지막 샷이 벗어나 1점 스틸을 내주며 4-6으로 10엔드에 돌입했다. 한국은 10엔드에서 2점 이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스웨덴이 노련한 플레이를 펼쳤다. 김은정이 트리플 테이크아웃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17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컬링 여자 단체전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팀킴 김은정이 스위핑을 지시하며 소리치고 있다.[연합뉴스]

17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컬링 여자 단체전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팀킴 김은정이 스위핑을 지시하며 소리치고 있다.[연합뉴스]

비록 4강행을 좌절됐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 팬들은 김은정의 인간적인 매력에 푹 빠졌다. 김은정은 경기 내내 엄격·근엄·진지한 표정을 유지해 ‘엄·근·진’으로 불린다. ‘얼음공주’ 쇼트트랙 최민정처럼 얼음 위에서 좀처럼 웃지 않는다.

컬링 김은정이 임영웅에게 응원을 받고 싶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네이버TV 캡처]

컬링 김은정이 임영웅에게 응원을 받고 싶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네이버TV 캡처]

그런 김은정이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임영웅님의 응원을 받고 싶다”고 팬심을 드러냈다. 김은정이 수줍어하는 모습에 동료들도 팬들도 빵 터졌다. 가수 임영웅은 지난 16일 인스타그램에 영상 메시지를 통해 “김은정 선수의 부름을 받아 영상을 찍게 됐다. 제 응원이 힘이 됐으면 좋겠고, 결과와 상관없이 꼭 웃으면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김은정 선수와 팀킴 끝까지 파이팅”이라고 응답했다. 김은정은 그날 밤 덴마크전 10엔드에 절묘한 샷으로 역전승을 이끌었다.

김은정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낸 임영웅. [사진 임영웅 인스타그램]

김은정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낸 임영웅. [사진 임영웅 인스타그램]

경기를 앞두고 선수 소개 때 카메라에 앞에서 즐거워하는 ‘팀 킴’의 모습도 화제가 됐다. 김선영은 예능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헤이마마 댄스’를 따라했고, 김경애는 영화 007 포즈를 취했다. 김은정은 활짝 웃으며 두 손을 흔들었다. 팬들은 ‘오프닝 요정들’, ‘아이돌 엔딩 포즈 같다’며 재미있어했다.

김은정이 경기 후 중계 카메라를 향해 손키스를 날린 것도 이슈가 됐다. 덴마크전 승리 후에는 남편 이름을 부르며 “사랑해”라고 말했다. 팬들은 “스톤을 던질 땐 세상 냉철하던 그녀. 사랑 고백할 땐 세상 스윗”이라고 했다.

안경선배 김은정. [연합뉴스]

안경선배 김은정. [연합뉴스]

김은정은 경기만 시작되면 웃음기를 빼고 경기에 임한다. 김은정은 포커페이스에 동그란 뿔테안경을 써서 ‘안경 선배’라 불린다. 이번 대회 여자부에 안경 쓴 선수가 10명이 넘었다. 컬링장은 얼음을 고려해 습도를 최대한 낮추는데, 안경 대신 렌즈를 착용하면 샷할 때 흐리게 보인다. 김은정은 “시력이 0.7 정도다. 안경은 섬세하게 보기 위해 컬링할 때만 착용한다”고 했다. 팀원 김선영은 ‘안경 후배’라 불렸다.

지난 4년간 ‘팀 킴’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18년 지도자 갑질을 폭로했고, 작년에 경북체육회와 재계약에 실패한 뒤 소속팀이 강릉시청으로 바뀌었다. 한 때 소속팀이 없어 훈련을 제대로 못한 적도 있다. 하지만 하나로 뭉쳐 이겨냈다. 비록 팀 킴의 여정은 끝났찌만 올림픽 통해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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