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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에게 기회 달라”…경부선 상행선 타고 공식 유세 돌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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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법정 선거운동 기간 첫날인 15일 경부선 상행선을 따라 유세를 시작했다. 보수세가 강하지만 노무현ㆍ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팬덤도 만만찮은 부산을 기점으로, ‘보수의 심장’ 대구를 거쳐 대전ㆍ서울로 북상(北上)했다.

이 후보는 종일 ‘국민 통합 적임자’ㆍ‘위기극복 총사령관’ㆍ‘유능한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 현장마다 수백명씩 모인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하며 대장정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대전시 으능정이 거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대전시 으능정이 거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항에서 첫 선거운동…키워드는 ‘경제’·‘미래’ 

이 후보는 15일 0시 부산 부산항의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찾아 관제센터 직원과 선원들을 격려했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첫 선거운동 장소로 국내 수출입 물동량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한국 무역의 최전선을 선택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자정 부산 영도구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찾아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자정 부산 영도구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찾아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송봉근 기자

현황 브리핑을 받던 중 이 후보는 “VTS라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세월호 생각이 난다”며 “여기서도 진도가 (모니터링) 됐느냐”고 말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키운 진도 VTS의 부실 관제를 상기시키며,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박근혜 정부의 늑장 대응 논란을 소환했다. 브리핑 직후엔 야외에 모여 있던 200여명의 지지자 앞에서 즉석연설을 했다. 그는 “경제를 살리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으로, 국민들이 증오하고 분열하지 않고 함께 손잡고 살아가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과거’, 자신을 ‘미래’에 비유하며 “세상이 뒤로 되돌아가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 이재명에게 기회를 달라”고도 말했다. 이 후보가 주먹을 불끈 쥐고 부산 사투리로 “준비됐나”라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됐다”라고 화답했다.

◇부산서 외친 ‘통합 정부론’…“진영 가리지 않겠다”

본격적인 거리 유세는 이날 오전 9시 부산 부전역 앞에서 시작했다. 연단 주위엔 행사 1시간 전부터 지지자 10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김두관ㆍ최인호ㆍ박재호 의원 등 부산ㆍ경남 지역 의원들은 파란색 점퍼를 입고 왔지만, 이 후보는 검은색 코트에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역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역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곳에서 이 후보는 “앞으로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겠다”며 “좋은 정책이라면 연원을 따지지 않고 홍준표 정책이라도, 박정희 정책이라도 다 가져다 쓰겠다”고 말했다. “내 편이면 어떻고 네 편이면 어떠냐. 전라도 출신이면 어떻고 경상도 출신이면 어떠냐. 왼쪽이면 어떻고 오른쪽이면 어떻냐”라고도 했다.

이어 “누군가의 과거를 뒤져 벌주는 것이 무의미한 일은 아니지만, 진정 필요한 것은 더 나은 미래로 나가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집권 시 전 정부 적폐청산’ 발언을 우회 비판하며, 중도층을 겨냥한 ‘통합 정부론’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유능한 사람이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의 정부가 바로 여러분이 원하는 정치 아니냐”라고 말한 대목은, 부산 출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연대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대구에선 ‘TK 출신 위기극복 총사령관’ 강조

보수 본산 대구로 이동한 이 후보는 연설 시작부터 “고향 까마귀도 보면 반갑다는데 여러분과 같은 물 마시고 같은 땅 딛고 자라났던 저 이재명 보니깐 반갑지 않으냐”고 했다. 자신이 동향(경북 안동)임을 앞세워 “대구ㆍ경북이 낳은 첫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기회를 달라”라고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대구 동성로에서 선거유세를 마치고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대구 동성로에서 선거유세를 마치고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곳에선 ‘위기극복 총사령관’ 이미지를 강조하며 신천지를 여러 번 언급했다. 2020년 코로나 확산 초기, 신천지발 집단 감염으로 고통받았던 대구에서 윤 후보가 신천지 압수수색에 소홀했다는 의혹을 꺼낸 것이다. 그는 “사교 주술 집단의 정치적 반격이 두려워서 (윤 후보가) 부딪치지 않으려 할 때 저 이재명은 정치 생명을 걸고 도지사가 해야 할 일을 했다”며 “쥐꼬리만 한 도지사 방역 권한을 이용해서 신천지 본진에 쳐들어가 명부를 확보하고 교주 이만희의 아방궁까지 직접 가서 검사를 강제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위기 극복의 능력을 갖추고, 그 실력을 실적으로 증명해 온 사람이 누군가”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50조원 추경을 즉시 마련하고 안된다면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2년간의 손실을 완전히 보상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 추미애 전 법무장관도 연단에 올라 “대구가 빨리 방역 예방을 해야 할 절체절명 위기에도,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윤 후보가) 반려했다”고 가세했다.

◇대전에선 다시 인물론…“저는 충청의 사위”

쉬지 않고 대전으로 내달린 이 후보는 거리 연설을 이어갔다. “제 인생 자체가 소년공 출신으로 아무런 배경도 지원도 없었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이 자리까지 왔다”며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 공약 이행률 95%를 기록했다”고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대전시 으능정이 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대전시 으능정이 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이 나라를 제대로 바꿀 유능한 후보가 누구냐”라며 재차 인물론을 강조했다. 그는 윤 후보를 겨냥해선 “최고 지도자의 무능과 무지와 무책임은 국가의 재앙을 불러오는 죄악”이라며 “모르는 것이 자랑은 아니다. 더 유능한 사람에 기회가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한편 부인 김혜경씨의 부친이 충북 충주 태생인 점을 들어 자신을 “충청의 사위”라고도 했다.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한 윤 후보를 겨냥해, “필요하지도 않은 사드를 충청도에 배치해 충청도민들을 고통받게 하면 안 된다”며 “제 아내 고향인 충청도에 사드같이 흉악한 것 말고 보일러를 놔드리겠다”고도 했다.

마지막 행선지인 서울 고속터미널에선 ‘원팀’ 행보로 유세를 마무리했다. 각각 광주ㆍ전남(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전북(정세균 상임고문), 대전(송영길 대표) 등지에서 유세를 시작한 민주당 인사들이 이곳에 한데 모여 이 후보 지지를 호소했고, 이 후보는 일일이 파란색 목도리를 둘러주며 감사를 표했다. 앞선 유세처럼 ‘통합’ㆍ‘위기 극복’ㆍ‘유능’을 강조한 이 후보는 “제게 국가 경영의 기회를 주시면 반드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보답하겠다”며 “죽을 힘을 다하겠다”는 말로 이날 연설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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