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전기차 충전기가 10만 대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충전기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기차 구매자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 충전기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전기차 충전정보 애플리케이션 ‘EV인프라’를 운영하는 벤처기업 소프트베리는 EV인프라 앱 이용자 18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기차 정책 만족도 설문조사를 14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자 10명 중 7명(전체 응답자의 72%)이 정부의 전기차 충전기 정책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정책으로는 ‘전기차 충전기 시설 보급 확대(40%)’가 가장 많았다. 이미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시설을 ‘제대로 관리해 달라’는 의견(32%)과 ‘급속충전기 보급을 확대해 달라’는 의견(21%)이 그 뒤를 이었다.
전기차 충전 시설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장소로는 아파트 단지(35%·복수응답)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고속도로 휴게소(22%), 주유소(21%), 대형마트·백화점 등 대형 상업시설(12%) 순으로 답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100세대 이상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 일부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개정안엔 신축 아파트의 경우 총 주차대수의 5%, 구축 아파트는 총 주차대수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전기차 충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 개정안에 대해 ‘적절하다’는 응답은 과반 이상(56%)이었다.
국내에서 전기차 구입자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23만1443대로, 2020년(9만6481대) 대비 71.5% 증가했다.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10만대)도 2020년(4만6000대) 대비 115% 늘었다. 현대자동차(44.0%)와 기아(23.7%)가 한국 전기차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고,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14.2%)가 그 다음으로 점유율이 높다.
한국 도로에서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전기차는 누적 등록대수 기준으로, 현대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EV(3만2789대·14.2%)다. 현대차의 전기 트럭 포터Ⅱ(2만4599대·10.6%)와 준중형 SUV 아이오닉5(2만2583대·9.8%) 등이 뒤를 이었다. 수입 전기차 중에서는 테슬라의 중형 세단 모델3(2만1456대·9.3%)을 가장 흔히 볼 수 있다.
박용희 소프트베리 대표는 “전기차 보급 추세가 속도가 나는 만큼 전기차 충전시설 확대가 발맞춰 이뤄져야 한다”며 “다만 양적으로 충전시설 개수를 늘리기보다는 실제 이용자의 수요를 반영해 충전시설 보급을 확대·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