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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열셋 둔 ‘마마돌’ 6인 무대 세웠다…“기분 좋은 꿈 꾼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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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tvN ‘엄마는 아이돌’은 임신과 출산으로 무대를 떠난 아이돌 6명을 무대로 다시 소환해 ‘마마돌’을 만들었다. 왼쪽부터 박정아(쥬얼리), 양은지(베이비복스 리브), 가희(애프터스쿨), 선예(원더걸스), 현쥬니, 별. [사진 tvN]

tvN ‘엄마는 아이돌’은 임신과 출산으로 무대를 떠난 아이돌 6명을 무대로 다시 소환해 ‘마마돌’을 만들었다. 왼쪽부터 박정아(쥬얼리), 양은지(베이비복스 리브), 가희(애프터스쿨), 선예(원더걸스), 현쥬니, 별. [사진 tvN]

‘밥밥밥’. 평범한 일상의 엄마 6명이 팔로워 7.9만명인 아이돌이 됐다. 지난 4일 종영한 tvN ‘엄마는 아이돌’에서 결성된 ‘마마돌’이다. 애프터스쿨 가희, 원더걸스 선예, 쥬얼리 박정아, 별, 현쥬니, 베이비복스 리브 양은지. 무대를 떠난 지 평균 3514.8일. 한때 골든디스크 대상을 받고, 5년간 1위만 40번 했던 이들이다. 현재 평균 나이 38.3세. 다 합쳐 아이가 13명이다.

사상 첫 ‘경력 단절 아이돌’ 프로젝트를 만든 CJ ENM 민철기(48) PD를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MBC ‘복면가왕’을 만든 20년 차 PD로, ‘엄마+아이돌’ 아이디어는 회의 도중 우연히 나왔다.

민철기

민철기

민 PD는 “처음엔 섭외부터 불가능할 것 같았다”며 “요즘 아이돌 기준에 못 맞추면 안 나오는 것만 못하게 될까 봐. 커리어가 무너지고 오점만 남길까 봐 걱정했다”고 했다. 실제로 가희와 선예는 “무대가 그립다”면서도 “현실적으로…”라며 한 차례 거절했다. 육아 중인 전직 여성 아이돌 20여명 중 실력 부담에 고사한 경우도 있다. 민 PD는 “다른 분야도 똑같을 거다. 옛날에 아무리 잘 나갔어도, 복귀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고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모인 6명은 “10년간 스트레칭 한 번 못했고”(선예), “설거지하고 나면 가끔 ‘내가 뭐 하고 있지’ 싶었다”(박정아)는 엄마였다. “13년간 직업란에는 ‘주부’, 특기란에는 ‘긴 머리 빨리 말리기’를 적었고”(양은지), “보면 계속하고 싶은데 어차피 못하니까 무대를 일부러 안 찾아봤다”(가희)는 이들은 발성을 가다듬고 춤 동작을 반복하며 컴백 무대를 준비했다.

첫 무대인 ‘현실 평가’에서 태민의 ‘무브’를 춘 박정아, BTS의 ‘버터’를 춘 선예, 보컬 평가에서 ‘바람의 노래’를 불러 숨겨졌던 노래 실력을 자랑한 가희 무대 등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민 PD는 “선예가 윤하의 ‘기다리다’를 부른 첫 평가 무대는 계속 돌려봤다”며 “‘아까운 사람들이 왜 무대에 오르지 못했을까’ 생각하게 하는,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보여준 장면”이라고 말했다.

‘마마돌’ 멤버들은 연습일정이 없을 때에는 다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돌아갔다. [사진 tvN]

‘마마돌’ 멤버들은 연습일정이 없을 때에는 다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돌아갔다. [사진 tvN]

어렵게 찾아온 기회인 만큼 6명은 몰입했다. 선예는 연습실 건물에 숙소까지 잡았다. 민 PD는 “마음가짐 자체가 달랐다. 저도 ‘이 엄마들 독하다, 뭘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생각하며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시청자는 잘 하지 않으면 안 본다. ‘엄마치고는 잘하네’가 아니라, 지금 아이돌 시장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아이돌을 만들려고 했다”는 민 PD 말처럼 이들은 두 달간 혹독하게 훈련했다.

그룹명은 ‘마마돌’, 데뷔곡은 ‘우아힙’이다. 엄마라는 정체성을 담아 작명했고, 곡명은 첫 개인 무대 평가 때 김도훈 작곡가가 선예에게 했던 “우아하고 힙하다”는 평에서 따왔다.

하마터면 데뷔를 못 할 수도 있었다. 한 달 안에 ‘소셜미디어 팔로워 2만+팬클럽 2000명’을 채워야 했다. 이들은 팔로워 3만9004명, 팬클럽 1만2460명을 모았다. 민 PD는 “조건을 못 채우면 진짜로 데뷔도 못 하고 끝나는 거였다. 그런 게 요즘 예능이라고 생각했다”며 “많이 불안했던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방송에는 연습 중에도 육아에 매인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 캐나다에서 혼자 건너온 선예를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 명은 촬영하면서 육아도 해야 했다. 가희는 “연습을 빡세게 했지만, 그보다 육아가 더 힘들었다”며 “멤버들과 단체 채팅방에선 ‘오늘 왜 연습 없는 거야’라며 한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간절한 마음에 툭하면 눈물 흘렸고, 그때마다 서로 배려하고 달래주는 모습이 화면에 많이 담겼다. 민 PD는 “한 가닥씩 했던 출연자 6명이 이렇게 케미가 좋을 줄 몰랐다. 엄마라서 뭉칠 수 있었고 이해심이 높았던 것 같다”며 “웃음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이들의 노력과 진심을 충실히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마마돌’은 음악프로그램 딱 한 무대를 통해 데뷔와 동시에 은퇴했다. 민 PD는 “멤버들도 제작진도, 끝내는 게 쉽지 않고 섭섭한 상황”이라며 “정말 기분 좋은 꿈을 꾸다가 깨서 현실을 마주한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프로그램을 만들며 ‘엄마들이 일할 수 있는 사회는 왜 어려운 건가’ 생각했다”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엄마가 재능을 썩히는 건 사회적 낭비’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언젠가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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