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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OTT 흥행 1위 작가 “비결? 세상 복잡할수록 단순해지려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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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천성일 작가가 동시기 공개된 영화 ‘해적2’,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아래 사진)으로 극장·안방 흥행을 다잡았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천성일 작가가 동시기 공개된 영화 ‘해적2’,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아래 사진)으로 극장·안방 흥행을 다잡았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저는 세상이 복잡할수록 모든 걸 단순화하는 버릇이 있죠. 이쪽저쪽 말고 다른 게 있을 거다. 생각하는 순간 글을 못 쓰게 되거든요.”

좀비 학원물 ‘지금 우리 학교는’(1월 28일 출시), 판타지 모험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이하 ‘해적2’, 1월 26일 개봉)로 각각 넷플릭스·극장가 흥행 1위를 휩쓴 시나리오 작가 천성일(51)씨가 비결을 이렇게 공개했다.

천성일 작가가 동시기 공개된 영화 ‘해적2’(위 사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극장·안방 흥행을 다잡았다. [사진 넷플릭스]

천성일 작가가 동시기 공개된 영화 ‘해적2’(위 사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극장·안방 흥행을 다잡았다. [사진 넷플릭스]

10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모든 게 다른 두 작품을 “우연히 같은 시기에 집필했다”고 했다. 그는 한효주·강하늘 주연의 영화 ‘해적2’의 공동 제작자(하리마오픽쳐스 대표)다. 이 영화는 그가 8년 전 기획·제작·오리지널 각본을 맡은 866만 흥행작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속편이다. 12일까지 누적 118만 관객을 동원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주동근 작가의 동명 웹툰을 극화했고, 출시하자마자 전 세계 넷플릭스 TV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는 ‘해적2’에 대해 “‘살기 빡빡하고 힘드시죠? 우리 2시간 동안 같이 모험 떠나듯 놀아봐요’가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 대해선 “재난 상황보다 좀비로 인해 무너지는 학생들 관계가 더 중요했다. 우정과 사랑은 하이틴 로맨스 구조를 많이 차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살아남는 것들은 여전히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천성일 작가

천성일 작가

‘지금 우리 학교는’은 10대들의 이야기지만, 좀비 액션 수위 탓에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관람평 중엔 학생들이 구조되지 못하고 학교에 갇힌 모습이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킨다는 것도 있다. 그는 “대사에도 나오지만, 전에 어디선가 읽었는데 어느 부족은 아이들이 죽었을 때, 어느 부족은 노인이 죽었을 때 슬퍼한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사회로 갈지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2008) 각본으로 데뷔한 뒤, 흥행의 단맛·쓴맛을 다 봤다. 코미디 영화 ‘7급 공무원’(2009)의 제작·각본을 맡아 403만 관객을 동원했고, 극본을 쓴 KBS2 사극 ‘추노’(2010)는 최고 시청률 34%를 기록했다. 반면 그가 제작·각본을 맡고 가수 박진영이 주연한 코미디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2012)는 관객 10만, 감독 데뷔작 ‘서부전선’(2015)은 관객 60만에 그쳤다.

그는 “영화는 어디 있을지 모를 섬을 찾아 떠나는 느낌이다. 길도 없고 무섭지만 도달했을 때 쾌감이 제일 좋다”며 “코로나 이후로 극장에서 볼만한 규모감·깊이감이 있는 영화들만 보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고 전망했다. 이어 “방송은 경직됐던 드라마의 포맷과 내용이 많이 풀어지는 과정 같다”며 “OTT(온라인 스트리밍)는 창작자에게 자유를 많이 주지만, 관리는 타이트해지는 느낌”이라고 비교했다.

그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세계적 반응이 향후 작품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다고 했다. 그는 “(창작은) 올림픽처럼 기록을 경쟁하는 분야가 아니지 않나”라며 “‘다음에 몇 등 해야지’ ‘어디 나가서 메달 따야지’ 등 다음을 계산하진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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