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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승부수’ SK하이닉스 인수 10년…재계 2위 도약 견인차 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경영 실적과 투자를 주도하면서 SK그룹이 재계 2위에 오르는 데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오는 14일 SK그룹 편입 10주년  

13일 재계에 따르면 14일로 SK하이닉스가 SK그룹에 편입된 지 10주년을 맞는다. SK텔레콤은 2012년 2월 14일 3조4000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의 새 주인이 됐다. 여기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 외환위기 와중에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쳐 하이닉스반도체로 출범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를 초우량 반도체 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그룹의 역량과 개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겠다”며 인수를 밀어붙였다.

SK하이닉스, SK그룹 편입 후 10년 보니.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SK하이닉스, SK그룹 편입 후 10년 보니.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SK하이닉스, SK그룹 편입 전과 후.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SK하이닉스, SK그룹 편입 전과 후.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지난 10년간 SK하이닉스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그동안 매출은 10조3950억원에서 42조997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690억원에서 12조4100억원으로 증가했다. 10년 동안 납부한 누적 법인세는 11조원에 달한다.

고용도 늘렸다. 2011년 1만9601명이던 임직원 수는 지난해 기준 3만 명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초 노사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합의하면서 MZ세대(198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층)에게 부러움을 사는 회사로 떠올랐다. 실제로 지난해 말에는 모든 임직원에게 월 기본급의 300%를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시장에서 평가도 달라졌다. 인수 당시 시가총액이 약 13조원으로 코스피 14위였지만 지금은 96조963억원으로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투자는 네 배, 인력은 1만 명 늘어 

무엇보다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를 늘린 게 주효했다. SK하이닉스는 편입 첫해 3조8500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엔 17조원까지 투자 규모를 늘렸다. R&D 투자 역시 2011년 8340억원에서 매해 증가해 2020년 3조37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같은 기간 8%에서 10.6%로 높아졌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할 신기술을 선보이며 삼성전자에 이은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떼는 데도 성공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개발한 고부가·고성능 제품인 HBM3 D램, 업계 최대 용량인 24Gb(기가비트) DDR5 등이 대표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2016년 9월 하이닉스 중국 충칭 공장에서 생산 중인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2016년 9월 하이닉스 중국 충칭 공장에서 생산 중인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SK그룹]

최초 기술 선보이며 ‘2위 꼬리표’ 떼  

글로벌 인수합병(M&A)도 활발히 벌였다. 2017년 낸드플래시 강자인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에 투자했고, 지난해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1단계 절차를 완료했다. 이로써 D램과 함께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 SK그룹이 16년 만에 재계 2위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업데이터연구소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SK그룹의 공정자산은 270조7470억원으로 삼성그룹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기존 2위였던 현대차그룹(250조140억원)을 제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9개월 새 공정자산이 64조710억원에서 75조4039억원으로 11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SK의 약진에 견인차 구실을 했다.

SK하이닉스 실적 추이.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SK하이닉스 실적 추이.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지난 11일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부지에 클러스터 조성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최은경 기자

지난 11일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부지에 클러스터 조성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최은경 기자

다만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에 120조원을 투입하는 첨단 팹(생산라인) 조성이 늦어지고 있어 투자에 발목을 잡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당초 지난해 1월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토지보상 문제,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이에 관해 SK하이닉스 측은 “시점이 미뤄지면 기존 팹의 확장, 생산성 효율화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산업이 안보 문제가 되면서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이 더 절실해졌다”며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마무리를 통해 낸드플래시에서도 ‘하이닉스화’를 통한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SK의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도 좋은 회사다’ 라는 인식이 생겨 우수한 인재가 많이 입사했다”며 “장기적 인재 양성 전략을 수립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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