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투자자 중 20만명의 2020년 투자내역을 요리조리 뜯어다본 연구자가 있습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개미는 왜 투자에서 실패하는가’라는 주제를 행태경제학적으로 연구한, 팩폭으로 가득한 보고서 내용이 흥미로운데요. 1990년생 개미투자자이기도 한 그를 만났습니다.
- 이번 보고서('국내 개인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와 거래행태')를 저는 이렇게 읽었어요. ‘남성은 과잉확신과 잦은 거래, 여성은 손실을 회피하려 손절을 못하는 것이 투자의 약점’이라고요.
- “연구 결과 남성들은 본인의 정보나 판단에 대한 확신이 높은 경향이 있어서 자주 거래하고 투자 실수도 더 많이 하는 것 같고요. 여성들은 반면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 손실 난 주식 매도를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외도 비슷해요.”
- 복권형 주식을 좋아하는 것도 수익률을 떨어뜨리고요.
- “용어가 생소한데, 쉽게 얘기하면 ‘잡주’에요. 이걸 많이 거래하는 사람들이 성과가 실제 안 좋았다는 결론이죠.”
- 의외였던 게 2020년은 장이 매우 좋았잖아요.
-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국내주식 투자내역만 봤는데요(ETF는 제외). 그 기간 동안 100억원 이상 번 사람도 봤죠. 또 2억 미만의 투자금으로 200% 이상 수익률을 올린 사람도 있었고요. 물론 극소수지만. 개인투자자 중 상위 10%가 8개월 동안 1000만원 이상 벌었어요. 2020년 국내주식에서 1000만원 넘게 벌었다, 그러면 본인이 대략 상위 10% 안에 들겠구나 생각하시면 됩니다.”
- 10%가 1000만원이라…다들 주식으로 돈을 엄청 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가봐요.
- “개인들이 거래비용에 둔감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거래세가 있기 때문에 그게(거래세+거래수수료) 누적되면 수익률에 꽤 큰 영향을 미쳐요. 신규투자자들은 수익률이 7%포인트 가까이 차감됐거든요.”
- 연간 7% 수익 내기도 어려운데.
- “시장이 굉장히 좋았는데도 수익을 많이 못 낸 원인 중 하나가 보유기간이 짧아서. 샀다가 좀 이익 나면 팔고 또 샀다 팔고 하니까 상승장을 풀리(fully) 이익으로 얻지 못했죠. 처분효과(오른 주식은 팔고, 내린 주식은 보유)이죠.”
- 한때 ‘5% 또는 5만원만 먹고 판다’가 유행이었죠.
-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이익구간이 되는 순간 매도확률이 엄청 점프하죠. 조금이라도 돈을 벌면 파는 거에요.”
- 분산투자를 하라는데, 몇개 종목이면 분산투자에요?
- “퀀트(계량분석)로 아무 주식이나 랜덤으로 뽑아서 1년 보유했을 때 수익률을 봤는데요. 종목 수가 많을수록 수익률이 실제로 더 높아요.”
- 직접투자인데 30개, 40개 종목을 하긴 어렵잖아요.
- “몇개 종목을 투자하라곤 말 못해요. 워렌 버핏은 ‘존버의 귀재’이자 ‘집중투자의 달인’이거든요. 그런 인사이트가 있으면 몰빵투자해도 돼요. 그런데 일반 개인은... 적정 수익률을 얻고 싶으면 마켓지수에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고요. 좀더 위험을 감수하면 테마형ETF도 괜찮고요. 스스로 역량에 자부심이 있으면 개별주식을 하는 거죠.”
- 개인이 뭘 하면 투자행태를 바꿀 수 있을까요. 자신의 투자 실패를 복기해보면 도움 될까요?
- “실제 그래요. 과거 수익률을 자신이 관찰할 수 있으면 처분효과가 줄어들고요. 특히 내가 얼마에 샀는지에 대한 정보를 감춰버리면 처분효과가 줄어들죠.”
- 5만원에 샀다는 걸 알면 5만5000원에 얼른 팔텐데, 얼마에 샀는지 모르면 더 보유한다? 그렇군요!
- “모의투자를 해보고 나서 투자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성과가 더 좋기도 하죠.”
- 단타도 존버도 아니라면, 본인만의 투자방법이나 투자원칙이 있나요?
- “3, 4개월에 한번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해요. 손절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죠. 그리고 종목을 고를 땐... 아, 이건 영업기밀인데...”(동공 흔들림)
- 오, 그럼 들어야 겠는데요!
- “제가 퀀트를 좋아해서요. (종목에 대한) 데이터도 있고요. ①기업의 성장성과 ②현재 저가 수준의 저평가된 정도, 두가지를 (자신만의 공식으로) 정량적으로 평가해 종목을 선별해서 약속된 시점에 그냥 사고 팔아요. 굉장히 기계적으로 거래해요. 제 감정이 크게 반영되지 않아요.”
- 일단 사면 3개월 뒤에나 주식창을 여는 건가요?
- “네. 거의 보지 않아요. 옛날엔 일희일비했는데 그게 정말 의미없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죠.”
- 실제로 그렇게 투자하는 개인은 처음 봤어요! 투자에 참고한 책이 있을까요?
- “조엘 그린블라트의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 되게 단순한 정량적 지표를 가지고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번 비법(20년간 연평균 수익률 40%)을 담은 책인데, 정말 쉬워요.”
- 그 책이 투자법에 영향 미친 거군요.
- “이런 걸 한번 캐치업해볼까 하다가 점차 저만의 정량적 지표 투자 방식이 정해진 거죠. 또 최근 재미있게 본 책이 하나 있는데요.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김수현 저)에요.”
(김수현씨 책은 앤츠랩 미니쮸 에디터가 과거에 했던 인터뷰를 참조하세요~)
*앤츠랩이 인터뷰하길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앤츠랩 게시판에 알려주세요! by.앤츠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