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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 옷값 공개하라" 靑특활비 비공개, 법원이 뒤집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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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비공개하기로 했던 청와대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품위 유지를 위한 옷값 등 의전 비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와 사건 수사·정보수집과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에 직접 소요된 경비로 청와대·국회·국가정보원·검찰 등에 배정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설 명절을 맞아 청와대에서 영상을 통해 새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설 명절을 맞아 청와대에서 영상을 통해 새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정상규)는 10일 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청와대 비서실이 2018년 7월 정보 비공개를 결정한 처분을 취소하고 일부 정보를 납세자연맹에 공개하도록 했다. ‘일부 승소’지만 개인정보를 제외한 정보들을 모두 공개하라는 취지다. 소송 비용 역시 대통령 비서실이 부담하도록 했다.

1심 “➀靑특활비 ➁김정숙 여사 의전비용 ➂ 장‧차관 도시락값 공개”

연맹 측이 공개를 요구한 정보는 ➀대통령 취임 후 지금까지 특활비 지출내용의 지급일자, 지급금액, 지급 사유, 수령자, 지급방법 ➁김정숙 여사의 의상·액세서리·구두 등 품위 유지를 위한 의전비용과 관련된 정부의 예산편성 금액 및 지출 실적 ➂ 2018년 1월30일 청와대에서 모든 부처 장·차관급 인사가 모인 자리에서 제공한 도시락 가격 등이다. 이는 당시 장‧차관 도시락이 한 유명 호텔에서 제작한 9만원대 식사 메뉴라는 의혹과 함께 ‘황제도시락’이라는 비판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고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날 “정부의 예산집행은 감사원의 회계감사 및 국회의 국정감사 대상이고 그 집행의 원칙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가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비공개를 통하여 보호할 이익이 정보 공개의 이익보다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청와대 측의 김 여사의 의전비용이나 특활비 지출 내역을 갖고 있지 않다는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은 정보공개가 청구된 일부 정보들을 보유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재판부가 면밀히 살펴봤다”며 “그 결과 그 정보들 역시 피고가 보유하고 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법원은 청와대가 앞서 비공개 결정을 내리며 든 이유 자체가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한 답변이었다는 점을 짚었다.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이나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나 SNS 홍보물에서도 정보가 있음을 전제로 쓰인 내용들이었다고도 했다.

특활비 공개 행정소송 1심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납세자연맹. 연합뉴스

특활비 공개 행정소송 1심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납세자연맹. 연합뉴스

靑 “특활비는 기밀유지 필요” 공개 거부…법원이 뒤집었다  

청와대는 지난 2018년 7월 연맹의 특활비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기밀 유지나 국익‧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했다. ‘기밀유지가 필요한 활동 수행이나 이를 지원하는 등의 경비이며, 국정 수행 과정에서 접촉한 주요 인사의 정보가 포함돼있다’는 것이다. 영부인 의전 비용에 대해선 “예산에 명시적으로 편성돼 있지 않다”며 “국가 간 정상회담과 국빈 해외 방문, 외빈 초청 행사 등을 수행할 때 품위 유지를 위한 의전 비용은 행사 부대 경비로 엄격한 절차에 따라 필요 최소 수준에서 예산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연맹은 대통령비서실 행정심판위원회에 이런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법원 판단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항소할 가능성도 있다. 또 오는 3월 9일에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있다는 점도 관건이다. 해당 판결은 청와대에 관련 자료들이 남아있어야만 이행 가능한데 대통령이 바뀌면 청와대 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전임 정부의 자료가 기록물관리소로 이관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소송 청구 자체가 각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연맹 측은 이에 대비해 헌법 소원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늦었지만 너무나 당연한 판결”이라며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것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납부한 세금이 투명하게 관리될 때 비로소 국민 주권이 보장되고 권력도 감시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선진국에서는 특활비 집행내역 비공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러한 공개 결정을 통해 국민의 성실 납세 분위기도 조성될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조속히 공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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