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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파티 끝났나…은행 가계대출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줄어든 건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규제 영향에 더해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급등세가 진정되며 대출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4000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줄어든건 2004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4000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줄어든건 2004년 이후 처음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한 달 전보다 4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2월(-2000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다. 은행권의 가계 대출이 두 달 연속 줄어든 건 한은이 관련 통계 속보치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항목별로는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2조6000억원 줄면서 감소 폭이 컸다. 기타대출은 지난해 12월에도 2조2000억원 줄었다. 한은은 “대출금리 상승과 은행권의 신용대출 관리 지속,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명절 및 성과 상여금 유입 등 계절적 요인으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금융당국은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 공모주 청약으로 일시적으로 신용대출이 늘었지만, 반환된 증거금 중 상당액이 대출 상환에 사용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2조2000억원 늘었다. 집단대출이 늘어나며 전달(2조원)보다 증가 폭이 약간 커졌다. 다만 전세대출 자금 증가액은 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1조8000억원)보다 줄었다. 전세대출 자금은 1년 전(2조4000억원)과 비교해도 증가 폭이 작아졌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도 줄어들었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12월 중 전(全) 금융권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도 3000억원 감소했다. 신협과 농협 등 상호금융권 가계대출은 1조1000억원 줄어들었다.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감소액은 7000억원이다. 주택담보대출이 2조9000억원 늘었지만, 기타대출이 3조6000억원 줄어든 결과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 가격이 안정되며 대출에 대한 수요 자체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가액 및 증가율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가계대출 증가액 및 증가율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다만 본격적인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 국면에 접어든 건 아니라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대출 감소는 계절적 요인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며 “은행들이 연초 들어 대출 재개에 나서고 있는 데다 대출 수요도 상당한 만큼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은 13조3000억원이 증가해 1월 기준으로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 포함)이 9조2000억원 늘어난 게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지속하는 가운데 시설자금과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가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한은 황영웅 차장은 “일부 업종에서 업황이 개선되면서 기업대출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부실 위험이 완전히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정책 당국에서 대출에 대한 완만한 관리를 지속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르며 정기 예금은 큰 폭으로 늘었다. 1월 정기예금은 9조7000억원이 늘어났다. 지난해 12월(4조7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은행들이 예대율 등 규제비율 관리를 위해 예금 유치에 나선 데다 예금 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LG에너지솔루션 청약을 위해 조달한 자금 일부가 정기예금으로 흘러간 것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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