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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온난화의 역설…매서운 동아시아 한파 불러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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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한파가 계속되던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뉴스1]

연일 한파가 계속되던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뉴스1]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은 지구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상승하지만, 이로 인해 중위도 지역은 때때로 매서운 겨울 추위를 맞게 되는 온난화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 원격 연결(Atmospheric teleconnection) 현상 때문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북극 기온이 상승한 해에 봄이 늦어지면서 농작물 손실 등 사회경제적인 피해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스위스 취리히대학 김진수 박사와 포스텍(POSTEC) 환경공학부 국종성 교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 등과 중국·일본·영국 등 국제 연구팀은 최근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북극 온난화가 겨울과 봄 동아시아 육상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바렌츠-카라해(海) 겨울 따뜻하면 동아시아엔 혹한이

북극진동의 원리

북극진동의 원리

북극진동 원리

북극진동 원리

북극의 온난화가 북미나 동아시아에 추운 겨울을 가져온다는 사실은 종전에도 알려져 있었다. 북극지방과 중위도 지방 사이의 기압 차이가 벌어졌다 작아졌다 하는 이른바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 현상과 관련이 있다.

북극-중위도 사이 기압 차이가 줄면 북극 지방 상공을 감싸고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느려진다. 느려진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출렁이며 사행(蛇行)하는 사이에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쏟아져 내려와 한파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특히, 동(東)시베리아와 북극 척지 해(海)의 온난화는 북미에, 북극 바렌츠-카라 해(海)의 온난화는 동아시아의 한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바렌츠-카라 해 해수면 온도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북극 온도(Arctic Temperature, ART) 지수'라는 개념을 고안해 적용했다. 해마다 이 북극 온도 지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주목했다.
분석 결과, 북극 온도 지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동아시아에 한파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북극의 온난화가 수천㎞ 떨어진 동아시아의 날씨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통계학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산림 피해에 온실가스 흡수도 줄어 

2012년 2월 계속된 한파로 북한의 서해가 얼어있는 모습이 위성에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의 지구관측 위성 '아쿠아'가 한국 시각으로 지난 9일 오후 촬영한 영상에는 북한 서한만과 중국 발해만의 해빙이 뚜렷이 보인다. 2012년에는 북극 바렌츠-카라 해의 온난화가 관찰된 때다. [연합뉴스, 기상청 제공]

2012년 2월 계속된 한파로 북한의 서해가 얼어있는 모습이 위성에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의 지구관측 위성 '아쿠아'가 한국 시각으로 지난 9일 오후 촬영한 영상에는 북한 서한만과 중국 발해만의 해빙이 뚜렷이 보인다. 2012년에는 북극 바렌츠-카라 해의 온난화가 관찰된 때다. [연합뉴스, 기상청 제공]

문제는 북극 온난화-동아시아 한파의 대기 원격 연결이 단순히 날씨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북극 온난화가 나타났던 지난 2008년 초 중국 중·남부를 거센 한파가 강타했고, 이로 인해 중국 산림의 약 13%가 이 얼음-눈 재해로 냉해 피해를 보았다.

이처럼 북극 온난화와 연결된 한파가 닥치면 아열대 상록수림이 자라는 중국 남부 지역에서는 식물 잎 면적이 줄어드는 현상도 관찰됐다. 또, 중국의 측백나무, 한국의 개나리, 일본의 동백나무 등 봄철 개화 시기나 잎이 펼쳐지는 시기가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식물의 1차 생산량(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는 양)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북극 온난화가 나타난 해에는 중국 남부의 경우 겨울철에는 1차 생산량이 14.9% 줄고, 봄철에는  18.3%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동아시아 전체로 겨울철에는 탄소 흡수가 6591만 톤, 봄철에는 6715만 톤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한반도도 기후 위기 예외 아니다" 

서울 지역 아침 기온이 영하 9도를 기록한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한강 광진교 일대가 얼음으로 덮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역 아침 기온이 영하 9도를 기록한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한강 광진교 일대가 얼음으로 덮여 있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또 곡물과 과일, 뿌리채소, 콩류, 견과류 등 작물 수확량과 북극 온도 지수 사이에 상당한 음의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북극 온난화가 나타나는 해에는 동아시아 지역 농작물 생산에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결국 북극과 동아시아 원격 연결 때문에 북극 온난화 상황 때 동아시아 한랭 피해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또, 온난화가 지금 추세대로 진행된다면 미래에는 더 심각한 한파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이번 연구의 결론이다.

정수종 교수는 "한반도가 북극 등 전 세계 기후 위기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 연구로 북극 온난화가 기상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동아시아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우리도 온실가스 감축에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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