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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덴마크의 코로나 정보 공유·소통 경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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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배현주 한양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배현주 한양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유행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앞서 오미크론이 퍼진 유럽과 미국을 보면 한국에서도 한동안 하루 10만명 이상 감염자가 발생할 것이다. 그래도 이 고비를 잘 넘기면 백신과 자연감염이 어우러져 사회 전체에 건강한 집단면역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오미크론에 감염되더라도 델타 변이보다 약하고 대부분 독감 수준에서 짧게 지나가기 때문에 유럽의 많은 나라는 기존 코로나 방역 정책을 속속 완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덴마크는 최근 “코로나 확산은 막을 수 없으며 불가피하게 한번 휩쓸고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오미크론 감염으로 인한 중환자와 사망자는 매우 적게 발생하므로 기존 코로나 방역 정책을 모두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방역정책 폐지해도 국민들 수긍
지역 의료시스템 적극 활용해야

덴마크의 이런 파격적 정책 전환이 가능한 비결은 무엇일까. 정부가 앞장서 의학자와 국민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했고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 한마디로 성숙한 공동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코로나 사태가 여전히 진행형이고 향후 또 다른 감염병 팬데믹(대유행)이 올 수도 있는 시대에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감염병 대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와 전문가들의 긴밀한 협의와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뤄졌는지, 의학적 기반 위에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제대로 결정됐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는 감염병이고 환자와 의사가 중심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2년간 지역사회 의료시스템을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서구 선진국들조차 부러워하는 훌륭한 의료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정작 코로나 환자를 경험한 지역병원 의사들은 많지 않다. 코로나19 비상 상황에서 정부는 의사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공공과 민간의료 자원을 최대한 활용했어야 했다. 다른 나라들은 지역사회 의사들이 격리된 공간이나 다른 시간대에 코로나 환자를 치료했다.

만약 우리도 코로나 환자들이 격리되기 전에 진찰과 검사를 통해 병세를 확인하고 최대한 감염 초기에 치료했다면 환자가 심리적·신체적으로 훨씬 안정된 상태에서 격리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사태 초기에 코로나19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었을 때 환자와 의사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당황하고 공포감을 느낀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에 대해 많은 사실이 알려졌고, 백신과 치료제가 곧이어 개발됐다. 정부는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료진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격리 위주의 정책 목표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논의 사항들을 가감 없이 국민에게 알려 각자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보장했어야 했다.

우리 공동체의 논의 과정도 원활하지 못했다. 코로나19는 연령대에 따라 중증도가 매우 다르다. 국내 사망자의 약 50%가 80세 이상이고 영국의 사망자 평균 연령이 82세다. 물론 더 젊은 연령층이라도 기저질환이 있으면 중증으로 진행하고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해 폐업·실직·소외 등 여러 사회 문제가 발생하면서 젊은층이나 장년층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아이들의 학습 결손과 교육 격차 문제도 심각하다. 이런 세대 간 문제를 공동체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있나. 백신과 치료제가 나온 지금에라도 모든 세대가 각자의 어려움을 공감해주고 사회를 정상적으로 되돌리기 위한 공론의 장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람과 코로나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기로 정부가 결정했다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해야 한다. 3년 차를 맞은 코로나 사태가 이제라도 정부·국민·의료진이 신뢰를 쌓고 성숙한 사회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 정착의 계기로 살리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배현주 한양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