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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대박에도 일제히 적자…조선,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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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불황을 견뎌낸 조선업체들이 잇따라 선박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은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이 회사 직원이 일하는 모습. [연합뉴스]

불황을 견뎌낸 조선업체들이 잇따라 선박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은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이 회사 직원이 일하는 모습. [연합뉴스]

현대중공업그룹이 주력인 조선 사업에서 지난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뒀다. 다음 달 실적 발표를 앞둔 대우조선해양 역시 1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다만 고부가 선박 수주가 이어지면서 늦어도 내년부터는 실적 반전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 15조4934억원, 영업적자 1조3848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소폭(4%) 늘었지만, 영업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8006억원)과 현대삼호중공업(-3072억원), 현대미포조선(-2266억원) 등 자회사가 일제히 영업적자를 냈다.

다른 조선사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앞서 지난달 27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조312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6조6220억원으로 전년보다 3.5% 줄었다. 업계에선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해 매출 4조3650억원, 영업적자 1조301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 3사 최근 3년간 매출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조선 3사 최근 3년간 매출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진의 원인은 분명하다. 코로나19로 인한 2020년 수주 절벽과 원자재값 상승이 악재였다. 특히 지난해엔 후판(선박용 철강재) 가격 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상반기 t당 약 80만원이던 조선용 후판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t당 110만원 선까지 급등했다. 후판은 선박 건조 원가에서 20%가량을 차지한다.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조선 3사의 주가는 평균 10.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의 낙폭(-8.1%)보다 크다. 하지만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엔 업계가 ‘적자 터널’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무엇보다 수주 실적이 ‘우상향’하고 있다.

조선 3사는 지난해 457억 달러(약 54조8500억원)어치를 수주해 목표액(317억 달러·약 38조5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날 기준으로 한국조선해양 34척, 대우조선해양 12척 등 모두 46척의 건조 계약을 따내면서 ‘수주 잭폿’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 3사 최근 3년간 영업손익.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조선 3사 최근 3년간 영업손익.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1월 한 달에만 34척(37억 달러·4조4400억원)을 수주해 연간 목표의 21%를 채웠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수주 실적이 없다. 두 회사가 수주한 선박 가운데 9척이 친환경·고효율 선박으로 불리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다. 이 같은 수주 낭보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최소 1년쯤 걸린다. 새로 수주해도 1년 안팎의 설계 기간이 걸리고, 야드에서 작업을 시작한 후에야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주 성적이 올해 실적에 반영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후판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충당금을 설정한 데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고점 대비해 하락했다”며 “지난해 수주한 선박 단가가 상승하면서 조선 업종의 수익성은 올해를 기점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매출 28조1587억원, 영업이익 1조854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매출은 전년 18조9110억원과 비교해 48.9%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주요 자회사 호실적을 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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