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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쿼드-한미일' 동맹 규합 박차…'北 눈치보기' 일관하는 韓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본격적인 동맹 규합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은 이달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와 쿼드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연이어 개최하며 대북 공조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본격적인 동맹 규합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은 이달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와 쿼드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연이어 개최하며 대북 공조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인 ‘동맹 규합’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이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축인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와 한·미·일 3각 공조를 전면에 내세우는 모양새다. 당장 오는 10일엔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예정됐고, 쿼드 외교장관 회의는 11일 개최가 유력하다. 이어 12일엔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등 관련 일정이 숨 가쁘게 진행된다.

안보리 연이은 '허탕', 동맹 규합 나선 美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를 포함한 유엔 7개국 대사는 지난 20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안보리 차원의 공동성명 및 대북 제재 명단 추가 지정은 무산됐다. [연합뉴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를 포함한 유엔 7개국 대사는 지난 20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안보리 차원의 공동성명 및 대북 제재 명단 추가 지정은 무산됐다. [연합뉴스]

당초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공동 대응과 동맹·우방국 공조라는 투트랙 대응을 동시에 계획했다. 문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대북 제재 명단 추가 지정 등 미국 주도의 ‘대북 채찍’을 막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안보리는 지난달 10일과 20일(현지시간)에 이어 지난 4일에도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아무런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이처럼 중·러의 계속된 발목잡기로 안보리는 추가 제재는 물론이고 공동성명 발표 등 기본적 입장 표명조차 제동이 걸린 상태다. 중국은 오히려 “미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새로운 돌파구를 원한다면 성의와 유연성을 더 보여야 한다”(지난 4일,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며 미국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중·러 '비토권'에 무용지물 된 안보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 축인 안보리에 제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셈이다. 중국, 러시아와의 갈등이 지속하는 한 이런 구도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향후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합의가 필요한 안보리 체제에 의지하기보다는 강도 높은 동맹 규합을 통해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재 역시 안보리 차원이 아닌 독자 제재의 비중을 높이고, 동맹과 힘을 합쳐 기존 제재를 더 충실히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움직임이 예상된다.

실제 미국과 함께 공해 상에서 북한의 불법 행위를 단속하는 데 앞장서 왔던 영국은 지난달 20일 해군 초계함인 타마르함을 파견해 동중국해 인근에서 북한의 연료·정제유 불법 환적을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9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375호는 공해 상에서 북한의 선박 간 환적을 금지하고 있다.

쿼드-한·미·일 연쇄 고위급 회의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운데),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 한미일 3국 북핵대표는 오는 10일 미국 호놀룰루에서 회의를 갖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부 제공]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운데),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 한미일 3국 북핵대표는 오는 10일 미국 호놀룰루에서 회의를 갖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부 제공]

오는 10일부터 연쇄적으로 개최되는 쿼드 및 한·미·일 회의는 미국이 이끄는 아시아 지역 '소다자 연합체'의 핵심이다. 특히 오는 12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개최를 이틀 앞두고 굳이 별도의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까지 갖는 건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차 3국 공조가 본격화하길 기대하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한·미·일 공조 체제 내에서도 한·미와 미·일 간 협력의 수준에는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이는 3국 공조 뿐 아니라 한·미 동맹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北 규탄' 주도하는 日, 주춤하는 韓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EPA.AP= 연합뉴스]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EPA.AP= 연합뉴스]

일본은 쿼드 가입국이자 한·미·일 3각 협력의 한 축으로 미국과의 호흡을 점차 강화하는 분위기다. 반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대북 정책의 대전제로 설정한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도 거리를 두고 있다.

실제 일본은 지난달 20일엔 일본-프랑스 외교·국방장관 회의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같은 달 30일엔 일본 NSC 회의에 재무상이 참석하며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유엔 안보리 비공개회의 때마다 미국 주도로 발표했던 성명에도 매번 이름을 올리며 미국과 함께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있는,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당사국 중 하나인 일본의 대북 강경 대응은 국제사회에서도 명분을 얻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달 3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의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 입장이 발표됐지만, 한국은 여전히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움직임엔 동조하지 않은 채 중립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달 3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의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 입장이 발표됐지만, 한국은 여전히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움직임엔 동조하지 않은 채 중립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반면 한국은 올해 안보리 회의 전후로 발표된 대북 규탄 성명에 3차례 모두 불참하며 국제사회의 공동전선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해당 성명에 참여한 국가는 미국을 포함 영국·프랑스·아일랜드 등 대부분 안보리 이사국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이사국이 아님에도 매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위협 당사국인데도 전혀 다른 한·일의 대처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이같은 소극적 대응은 ‘북한 눈치보기’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에 동참하지 않는 데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의 규탄 입장이 이미 발표된 점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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