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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연속 글로벌 1위 '지우학' 이재규 감독 "절친 황동혁 감독이 연 창문으로…"

중앙일보

입력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을 만든 이재규 감독은 글로벌 인기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고, '지우학'이 '오겜'을 잇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을 만든 이재규 감독은 글로벌 인기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고, '지우학'이 '오겜'을 잇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시장의) 창문을 살짝 열었다면, 좋은 콘텐트가 계속 그 창문으로 배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스쿨 좀비가 전 세계로 퍼졌다. 지난달 28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돼 9일 연속 글로벌 1위(플릭스패트롤 집계)를 기록 중인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재규 감독은 7일 언론 인터뷰에서 “‘오겜’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매우 높은 기준을 이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우학’이 ‘오겜’을 잇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재규 감독. 사진 넷플릭스

이재규 감독. 사진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이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냐' 하더라"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고등학교와 도시를 배경으로 학생들과 어른들의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OTT 콘텐트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9일 연속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을 뿐 아니라, 1월 24일부터 30일까지의 재생시간을 더한 넷플릭스 주간 공식집계에서도 29, 30일 이틀 기록만으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9월 공개돼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 이후 넉 달여 만의 흥행 재연이다.

이 감독은 "‘오징어 게임’ 이후 부담이 컸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을 때 ‘절친’ 황동혁 감독에게 전화해 “'내 작품도 내년에 나가야 하는데 '오겜' 때문에 부담돼 죽겠다'고 말했다”며 ”황 감독이 '내가 문을 살짝 열어놓은 건데, 부담 가지지 말고 하라’면서 ‘너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황 감독과 서울대 신문학과 90학번 동기 사이다.

정작 '호러 못 본다'는 감독… "무섭지만 나눠볼 만한 이야기"

'지금 우리 학교는'의 좀비들은 안무가가 짠 '좀비 안무'로 훈련한 좀비 배우들이다. 이재규 감독은 "이들의 좀비 표현이 시청자 예상보다 높거나 풍족했기 때문에 재밌게 보시는 것 같다"고 했다. 사진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좀비들은 안무가가 짠 '좀비 안무'로 훈련한 좀비 배우들이다. 이재규 감독은 "이들의 좀비 표현이 시청자 예상보다 높거나 풍족했기 때문에 재밌게 보시는 것 같다"고 했다. 사진 넷플릭스

이 감독은 “이렇게 반응이 좋을 거라 예상은 못했다, 글로벌 1등이라는 소식을 들으면 신기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좀비물에 관심이 많은데, ‘지우학'의 기술·액션·무술 스태프와 좀비 배우들, 안무가 2명 등이 구현한 표현이 (시청자의) 예상보다 높거나 풍족했기 때문에 재미있게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자신이 “좀비물 마니아는 아니고, 호러를 전혀 못 본다”고 했다. 하지만 “좀비물도 사람들 이야기여서, 무섭지만 한 번은 접해야 하고 나눠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면서 “호러 마니아, 좀비 마니아 외에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좀비물을 만들고 싶어서 10대에서만 나올 수 있는 사랑·우정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주동근 작가의 2009년 동명 웹툰이 원작이지만, 악역의 악행 등 일부는 웹툰보다 수위를 낮춰 표현했다. 이 감독은 "웹툰이 표현할 수 있는 수위가 영상으로 구현됐을 땐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며 "드라마를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어느 정도 순화시킨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학폭도 미혼모도 현실, 혹 과하거나 불편했다면 죄송스럽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핸드폰이 주요한 소품으로 등장한다. 이재규 감독은 죽음을 무릅쓰고 핸드폰을 찾으러 가는 학폭 피해 여학생의 모습을 통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핸드폰이 주요한 소품으로 등장한다. 이재규 감독은 죽음을 무릅쓰고 핸드폰을 찾으러 가는 학폭 피해 여학생의 모습을 통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넷플릭스

극 중 주요 배경인 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10대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점검을 받았다고 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학폭)을 묘사하며 그려진 일부 노출 영상 장면이 자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 감독은 "시청자를 자극하고, 더 많이 끌어들이려고 의도한 건 전혀 아니다"라며 "목숨보다도 피해 영상이 노출되는 걸 두려워하는 학폭 피해자,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 영상을 없애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며 그 아이한테 하는 행동이 얼마나 잔인한 건지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화장실에서 아이를 혼자 낳고 버리려던 학생에 대해서도 선정성 논란이 일부 있었지만, 이 감독은 "청소년 미혼모도 많고, 원치 않은 임신도 많은 게 현실"이라며 "혹 원치 않게 과하게 전달됐거나 불편했던 분이 있다면 연출자, 기획자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많은 사건·사고 녹아있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인재"

이재규 감독은 "특정 사건이 아니라, 여러 사건사고들이 다 녹아있다. 있어서는 안될 인재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넷플릭스

이재규 감독은 "특정 사건이 아니라, 여러 사건사고들이 다 녹아있다. 있어서는 안될 인재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목숨의 위협을 느낀 아이들이 부모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는 모습과 추모 리본 등이 등장한다. 이 감독은 “세월호,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등 한국사, 현대사가 안고 있는 많은 사건·사고들이 녹아있다"며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고, 어쨌든 다 인재이기 때문에 (담았다)"고 말했다. 원작 웹툰에 비해 가족애가 강조되는 것도 "국가가, 시스템이 하지 못하는 것을 엄마·아빠는 하려고 하는 모습을 대비시켜 보여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시즌 2 나온다면 좀비들의 생존기"

시즌제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감독은 “이야기 자체에 시즌 2를 염두에 두고 설정해놓은 것들이 있다”며 “만약 나온다면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시즌제의 열쇠는 ‘돌연변이 좀비’들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기존 좀비물에서 보지 못한 ‘살아있는 좀비’ ‘면역자’가 등장한다. 이 감독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보면 같이 식사를 해도 누구는 빨리 감염되고 누구는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고 사람마다 다 다르듯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100% 좀비가 되지 않는 돌발적인 상황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이 돌연변이 성향 좀비들의 집단과 대다수 인간 집단이 다른 이해관계로 부딪히는 걸 통해 ‘인간은 무엇인가’의 이야기로 확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디스토피아' 흥행하지만, "희망도 인간" 

효산시에 퍼진 바이러스로 인해 시가 고립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이재규 감독은 "이게 절망의 시작일지 희망의 씨앗일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다"며 "좀비보다 무서운건 인간이지만, 헤쳐나갈 희망도 인간에게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넷플릭스

효산시에 퍼진 바이러스로 인해 시가 고립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이재규 감독은 "이게 절망의 시작일지 희망의 씨앗일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다"며 "좀비보다 무서운건 인간이지만, 헤쳐나갈 희망도 인간에게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넷플릭스

지난해 ‘오징어 게임’부터 ‘지옥’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들이 계속해서 글로벌 흥행을 거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다 죽어 나가는 아수라장이지만, 이게 절망의 시작일지 희망의 씨앗일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인간으로부터 바이러스가 기원했지만, 이걸 막을 수 있는 것도 인간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저는 사람을 믿고 싶고, 그래도 희망을 찾으려고 하는 쪽"이라며 "'지우학'에서도 '좀비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다'라는 대사가 있지만, 이걸 헤쳐나갈 희망도 인간에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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