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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지지 못하는 '샤이 이재명' 있다" 尹측도 이런 주장,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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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대선 후보 TV 토론에 앞서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대선 후보 TV 토론에 앞서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일제히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 만큼 정치권에선 남은 기간 승부를 좌우할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막판 변수로 ‘샤이(shy·숨은) 지지층’ 논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이번 대선은 역대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큰 선거로 꼽힌다. 같은 여론조사업체가 조사를 하더라도 하루 사이에 결과가 뒤바뀌는 일도 빈번하다. 중앙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4~5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각각 38.1%, 36.8%였다. 하지만 뉴스1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5~6일 진행한 결과는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각각 35.7%와 36.6%였다. 중앙일보 조사에 유선전화가 15.4% 포함된 반면 뉴스1 조사는 무선전화 100%였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같은 면접 조사인데도 조사 기간 하루 차이로 결과가 달리 나타난 것이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연구위원은 “워낙 변동성이 크다 보니 하루 차이에도 결과가 확확 달라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막판 안갯속 승부가 연출되면서 상대적으로 박빙 열세에 놓인 이재명 후보 지지층에선 ‘샤이 이재명’ 주장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평상시엔 지지 성향을 드러내지 않다가 막상 3월 9일 투표장에 가서는 이재명 후보를 찍을 사람들이 꽤 있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지지’ 김어준 “샤이 이재명 있다”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한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선 지난 4일 이런 주장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김어준씨는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결과는) 여론조사로 여론을 만드려고 하는 보수의 기획이라고 본다”며 “평소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사람이 꽤 된다. 보궐선거 안 하고 지방선거 안 하는 사람도 대선은 (투표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샤이 이재명이 있다”고 했다. 이에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이 후보의 여러 개인적 구설수 때문에 대놓고 이재명을 지지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윤석열보다는 낫지’라고 투표장에 가실 분들이 제법 있다”고 화답했다.

대선 D-30 여론조사, 어떻게 나왔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선 D-30 여론조사, 어떻게 나왔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런 주장이 범여권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보수층에서도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촉구할 때 ‘샤이 이재명’ 논리가 동원된다.

국민의힘 경선 때 윤 후보 캠프 총괄특보단장을 맡았던 윤상현 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단일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글을 쓰며 “이재명 후보를 선택할 샤이 진보층도 3~5% 정도는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적었다. 보수 진영의 오피니언 리더 그룹에서도 단일화 필요성을 설파할 때면 “샤이 이재명이 존재한다”거나 “최대한 변수를 줄여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샤이 이재명’에 대한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들의 의견은 거의 한결같다. “있을 수 없는 얘기”라는 것이다.

배철호 수석전문연구위원은 “주류적 견해에 반하거나, 통념의 가치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비판하기를 꺼리는 경우에 주로 샤이 지지를 하게 된다고 봐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여권 지지층은 사회적 주류에 가깝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곤 “샤이 이재명은 없다. 지지층 결집용 용어일뿐”이라고 말했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샤이 지지라는 건 사회적 환경 때문에 자기의 지지 성향을 숨기는 걸 말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여야 후보가 싫어서 망설이는 걸 샤이 지지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도 “실제 투표와 다르게 여론조사에는 무응답층이 있기 때문에 실제 득표율은 여론조사 지지율보다 더 높은 게 당연하다”며 “지금 무응답자가 많은 게 샤이 지지층이라 보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다만, 윤석열 후보에 비해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일종의 ‘프리미엄’(여론조사와 실제 지지의 차이)이 존재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배철호 수석전문연구위원은 “선거 막판에 여론조사로 잡히지 않는 집권 여당에 유리한 표가 3~5% 정도 있다는 말에는 동의한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사람들이 안정을 추구하듯이 일종의 ‘여당 프리미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청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2020년 4월 총선 때 상대적으로 한국 정부의 코로나 방역이 우수한 것처럼 되면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친 적은 있다”면서도 “이번 대선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민주당이 조직을 동원하면 선거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실제 결과는 영향이 별로 없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샤이 이재명’ 별개로 ‘여당 프리미엄’ 존재 갑론을박

일각에선 샤이 지지 논쟁보다 각 진영의 지지층 결집도를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미현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상당수가 아직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있는 걸로 조사되고 있다”며 “문 대통령 지지층이 막판에 이 후보 지지로 돌아서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큰 선거 경험이 많은 야권 관계자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문 대통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투표장에서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면 결과는 알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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