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확진 나흘째, 보건소는 아무 연락도 없다" 재택치료자들 분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하루 2만명 넘는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곳곳서 병목현상이 빚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환자, 사망자를 최소화하려면 위험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하고 경구치료제 처방, 재택치료 여부 등을 신속히 결정하는 게 관건인데 이 과정이 지연되고 있다. 고위험군 조기 치료가 늦어져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신규 환자는 2만2907명으로 이틀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재택치료 중인 환자는 전날(8만9420명)보다 7716명 늘어 9만7136명으로 불었다. 관리 가능한 인원(약 11만명)의 88%를 넘어섰다. 다음 주면 역량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선 시민들. 연합뉴스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선 시민들. 연합뉴스

환자가 단기간에 전례 없는 수준으로 늘면서 상당수 확진자는 양성 통보를 받고도 재택치료 안내조차 받지 못한 채 속절없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코로나 확진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확진자는 “양성 문자를 (1월) 31일에 받았고 오늘로 4일째인데 보건소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는데 마냥 기다려야 하나”고 적었다. 경기도 평택시 한 확진자는 “타지역은 확진 당일에 구호 물품도 오고 전담 의사와 연결됐는데 내가 사는 곳은 감감무소식”이라며 “확진자가 많아 대처가 어려운 건 알지만 첫째(아이)와 나는 증상 발현일로부터 벌써 4~5일째인데 재택치료 관련해 연락이 없다”고 썼다.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은 불안감을 호소한다.

경기 성남시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와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기 성남시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와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에 사는 68세 A씨는 몸살 증상이 있어 검사를 받았고 지난 2일 확진됐다. 그런데 이날 오후까지 확진 통보 이외 보건소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집에 60대 아내와 30대 아들 부부, 유치원생인 손자까지 함께 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안내가 없다 보니 답답한 상황이다. 가래 기침 증상까지 심해져 팍스로비드를 처방받고 싶지만 어디로 연락해야 할지 알 길이 없다. A씨는 “관할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도 불통이고 구청 또한 마찬가지”라며 “방치 아니냐”고 토로했다.

한 확진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지난 2일 “혼자 사는 아버지가 (1월) 31일 확진됐는데 보건소에서 연락이 안 온다고 한다”며 “아버지가 당뇨를 앓고 있고 수술을 여러 차례 해서 고위험자인데도 연락이 없다. 답답하다 못해 화가 난다”고 적었다.

치료제 처방 등 고위험군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또 다른 확진자 B(65)씨는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고 인후통 증상이 심해져 지난 1일 검사를 받은 뒤 2일 확진됐다. 확진 문자를 받고 만 하루가 훌쩍 지난 이날 오후 3시께 보건소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B씨는 “기침 증상이 있다”며“경구용 치료제를 처방받고 싶다”고 말했지만 “굳이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 상황을 보니 이미 한참 전 걸린 것으로 보인다”는 답이 돌아왔다. B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렇게 집에 가만히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걱정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재택치료 대상자를 확대한 만큼 연령, 기저질환, 접종 유무로 위험도를 따져 빨리 대응해야 하는데 확진자가 쌓이면서 그게 안되고 있다. 악화한 뒤에나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자칫 집에서 사망하는 일들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등 이전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비해 중증도가 덜한 편이지만 국내 오미크론 사망률은 0.14%로 독감보다 높다. 고령층에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환자 분류를 신속히 하려면 불필요한 행정 소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지병원 재택치료센터 운영을 총괄하는 서용성 교수(심장내과)는 “수기로 작성된 확진자의 역학조사서가 보건소 직원과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 의료진이 참여하는 단체 채팅방에 하루 수백장씩 공유된다”며 “조사서를 보고 재택치료할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등으로 보낼지를 결정하는데 전산으로 실시간 공유하는 시스템이 없다 보니 여러 차례 확인해야 한다. 한장이라도 놓치면 환자가 누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위험군의 경우 증상 발현 5일 이내 팍스로비드를 투약해야 효과가 있는데 진단부터 병원 의뢰까지 시간이 지체될 경우 사용할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환자가 향후 더 큰 규모로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재택치료도 고위험군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효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용성 교수는 “지금 같은 추세로 환자가 늘면 모든 재택치료 환자를 매일 모니터하는 방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라며 “60대 미만에 기저질환이 없고 접종을 완료했다면 모니터하지 말고 격리하다 불편한 게 생겼을 때 비대면 진료를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환자 급증 시 일본처럼 젊고 경증, 무증상인 경우 모니터하지 않고 스스로 이상이 생기면 보고하는 식의 재택요양 방식을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