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 - 국세청 1700억 세금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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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세청과 외환은행이 최대 2900억원 규모의 세금 공방에 돌입했다. 국세청은 최근 외환은행에 1740억원의 세금을 내라는 예고통지를 했으며, 이에 대해 외환은행은 9일 국세청에 '과세전 적부심'을 신청했다. 외환은행은 국세청이 현금으로 내라고 요구한 1740억원 외에 이번 과세 예고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것 등을 포함해 모두 2940억원의 세금 효과에 불복한다고 밝혔다.

국세청과 외환은행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부분은 2004년 2월 말 외환카드 합병 당시 외환은행이 떠안은 외환카드의 대손충당금을 얼마로 잡느냐는 부분이다. 외환은행은 당시 외환카드의 대손충당금 중 1조3960억원을 승계해 손비처리를 했고, 이에 따라 법인세를 감면받았다. 국세청은 이때 외환은행이 승계 처리해 손비처리를 받을 수 있는 대손충당금이 7780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계산이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대손충당금 한도를 산정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대출채권의 2%'를 기준으로 잡았고, 국세청은 금융감독원이 정한 표준비율을 적용했다. 세법시행령엔 둘 다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회계법인에 문의해 본 결과 어느 것을 적용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해석을 받고 회계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아직 재정경제부의 최종 유권해석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재경부와 충분한 협의를 한 뒤 과세했다"며 "외환은행 주장처럼 단순한 논리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편법적인 회계처리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환은행은 보도자료에서 (과제전 적부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행정소송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방은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챙겨갈 수 있는 투자이익 규모와도 무관치 않다. 외환은행이 이 공방에서 이기면 세금을 아낄 수 있게 되고, 그만큼 이익 규모도 커진다. 외환은행이 이 이익금으로 배당을 하면 대주주인 론스타에 돌아가는 배당금도 당연히 많아진다. 외환은행은 론스타에 인수된 이후 아직 배당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환은행의 배당 여력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내부에 쌓아둔 금액(내부 유보)이 1조원에 달하는 데다, 올해도 최소한 1조원의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상렬.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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