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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베이징] 베이징 같지 않은 베이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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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밖 하늘은 파랗지만 취재진은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담장 밖 하늘은 파랗지만 취재진은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베이징에 온 뒤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분위기 어떻느냐"다. 솔직히 말하면 "베이징이 아니라 서울에 있어도 똑같은 것 같다"는 거다. '폐쇄 루프'로 인해 취재진은 경기장과 숙소, 관련 시설 외에는 어디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조치라지만, 예방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일 쇼트트랙 연습을 보기 위해 베이징 수도 체육관을 이동하는 버스를 타는 순간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한 칸씩 띄어 앉으라는 부착물이 있지만 워낙 취재진이 많아 지켜지지 않았다. 한 시간 간격인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서 타는 이도 많았다.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온다면 어마어마한 속도로 전파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베이징 시민들로부터의 유입은 될지 모르겠으나, 내부에서 감염 확산은 피할 수 없는 구조다. 개막 이후 발생한 200여명의 확진자가 그 증거다.

그래도 전체적인 경기장 시설과 취재환경은 좋은 편이다. 새로 지은 국립 스케이팅 경기장은 선수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남자 1500m에 출전하는 김민석은 "빙질이 좋다. 경기장 내부 시설도 좋고, 선수촌도 쾌적하다"고 했다. 도쿄올림픽에서 악평을 받은 골판지 침대와 달리 튼튼하다는 평가도 들린다. 쇼트트랙 이유빈은 "선수촌 식당에서 아직 맛있는 메뉴를 찾진 못했다. 하지만 중국 음식 특유의 향이 강하지 않아 식사는 문제 없다"고 했다. 대한체육회는 올림픽이 개막하는 4일부터는 현지에 파견한 조리사들이 만든 도시락을 제공할 예정이다.

올림픽 경기장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베이징 AP=연합뉴스]

올림픽 경기장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베이징 AP=연합뉴스]

아쉽게도 관계자들의 식사는 선택지가 적은 편이다. 숙소 밖에 있는 식당들은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셔틀을 타고 이동하면서 보이는 커피나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보고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다. 기자도 미디어 식당, 호텔 룸서비스,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인스턴트 식품으로 해결하고 있다. 도쿄올림픽과 달리 이번 대회에선 배달 어플리케이션 사용이 금지됐다. 룸서비스를 시켜도 어차피 호텔 직원이 배달해주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중국에서는 대표적인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등을 접속할 수 없다. 하지만 대회 기간에는 허용된다. 한국 모바일 메신저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와 대회 조직위원회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베이징의 2월은 영하 6.4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춥다. 하지만 대회 기간엔 영하로 거의 내려가지 않았다. 바람만 불지 않으면 쌀쌀한 정도다. 스모그로 악명 높은 곳이지만 옛말이다. 지난해에도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북동부의 미세먼지량은 43㎍/m³로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녹색 올림픽'을 위해 베이징에 인접한 허베이성에 긴급조치를 시행하는 등 기업과 차량의 가스 배출을 줄이고 있다. 뿌연 베이징의 모습은 볼 수 없다. 3일 베이징 30㎍/m³으로 서울(26 ㎍/m³)과 비슷했다.

썰매 경기가 열리는 옌칭, 스키 경기가 열리는 장저커우는 베이징에서 각각 약 74㎞, 180㎞ 떨어져 있다. 썰매 경기가 열리는 옌칭으로 이동하기 위해 지난 1월 개통한 고속철도를 이용해봤다. 출발 시간, 예정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 운행했다. KTX와 비교해도 거의 차이가 없다.

자원봉사자들도 매우 친절하고 버스 운영 시간 등 허점은 있지만 조직위 관계자들은 적극적이다. 미디어 식당의 조리 기계화, 차량 자율주행 등 중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베이징 같지 않은 베이징'이지만 올림픽 성공에 대한 의지만큼 확실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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