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IRBM 쏜 북, 다음은…콤팩트 ICBM, 신형 잠수함, 정찰위성

중앙일보

입력

북한은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을 것인가. 설 연휴 기간인 지난달 30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사거리 5500㎞)을 발사하면서 다음 도발 수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관영 매체를 통해 전날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31일 관영 매체를 통해 전날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앞서 북한이 공언한대로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경우 북미 대화를 비롯한 한반도 이슈가 완전히 새로운 판도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군사적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스스로 짠 일정에 맞춰 군사력 강화를 계속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신형 무기 체계의 실전 배치에 주안을 둘 것이란 관측이다.

‘콤팩트 ICBM’ 전력화 가능성

북한이 이미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군사 거점인 괌까지 도달하는 화성-12형의 실전 배치를 시사한 만큼 사거리를 늘린 ICBM 발사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군이 운용 가능한 수준의 ‘콤팩트(compact) ICBM’ 시험 발사에 나설 수 있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화성-12형과 화성-14형(사거리 1만㎞) 중간 정도 크기의 콤팩트한 형태의 고체 추진 ICBM을 발사해 미국에 임팩트를 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미사일 크기 제한으로 다탄두가 아닌 싱글(single) 탄두 형태가 될 것”이라고 권 전 교수는 내다봤다.

북한 주요 미사일 사거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북한 주요 미사일 사거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과거 미국도 ‘스몰(Small) ICBM’이란 별칭으로 사거리 1만1000㎞급 이동식 ICBM 개발에 나선 적이 있다. 1991년 한 차례 시험 발사까지 했지만, 전략적인 운용 측면에서 효용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이듬해 개발을 중단했다.

단 북한은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권 전 교수는 “미국과 달리 북한 입장에선 열악한 도로 사정 등을 고려할 때 미사일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기동력을 갖춘 ICBM이 필요하다”며 “화성-15형(사거리 1만3000㎞), 화성-17형(사거리 1만5000㎞) 같은 미사일은 상징성은 있지만, 북한군이 실전 배치해 운용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너무 커서 기동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북극성-3호 쏠 새 잠수함

북한이 개발 중인 신형 잠수함 공개도 카드로 거론된다. 이미 IRBM까지 쏜 만큼 미국의 반응을 살피면서 전략 잠수함으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 2019년 7월 관영 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 건조 현장을 시찰 중인 장면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진수했다는 정황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개발 중인 신형 잠수함 위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이 개발 중인 신형 잠수함 위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와 관련,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은 “잠수함 건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은 신형 잠수함이 실전 배치를 위한 목적뿐 아니라 시험함의 성격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에 따르면 공개된 사진상으로 볼 때 북한의 신형 잠수함은 갑판에 위치한 수직발사대에 KN-23(사거리 500㎞) 수준의 작은 탄도미사일 6발 정도를 탑재하고, 함교에 북극성-3호(사거리 2000㎞) 1발을 쏠 수 있는 발사대를 따로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

양 위원은 "북한이 북극성-3호를 수중 바지선이 아닌 잠수함에서 실제 발사한 적은 없다"며 "'8ㆍ24 영웅함'으로 명명한 고래급 잠수함의 경우 북극성-3호 수준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탑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미국을 상대로 한 전략적 의미의 SLBM 전력화를 위해 신형 잠수함 등장은 필연적이란 얘기다.

정찰위성 쏴 대미 압박

정부는 과거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사용했던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서해 위성발사장’으로 부르는 곳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에 따르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21일 국회에 출석해 “동창리 발사장에서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ICBM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엔 로켓이 아닌 위성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 교수는 “이미 장거리 로켓을 쏠 능력은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가짜 위성이 아닌 실제 군사 목적에 쓸 수 있는 정찰위성을 띄우는 것이 전술적인 측면이나 대미 압박 측면에서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2월 2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광명성 4호가 발사되는 장면을 조선중앙TV가 닷새 뒤 공개했다. 이후 북한은 동창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등을 발사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2월 2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광명성 4호가 발사되는 장면을 조선중앙TV가 닷새 뒤 공개했다. 이후 북한은 동창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등을 발사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군 당국에 따르면 2일 현재 동창리 발사장 등지에서 뚜렷한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동계 훈련이 3월까지 계속된다"며 "예년 같으면 포병이 해안에 늘어서서 쏘는 합동타격훈련을 할 시점인데 아직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 소식통은 "북한이 3월 대선과 올봄 한ㆍ미 연합훈련 재개 등에 맞춰 고강도 도발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