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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의 베이징 성화…경제 몸집 확 컸지만 참가 정상 5분의 1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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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일 베이징 겨울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메인 경기장 야경. [신화=연합뉴스]

오는 4일 베이징 겨울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메인 경기장 야경. [신화=연합뉴스]

24.5%와 77.1%.
지난 2008년에 이어 다시 올림픽 성화가 타오르게 된 중국의 ‘성장’을 보여주는 지표다. 2007년 4조60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 세계 3위였던 중국은 2021년 17조7000억 달러로 3.85배 늘었다. 2010년에 추월한 일본의 3.4배이고,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의 GDP 총합(15조7300억 달러)보다 많다. 이로써 베이징 여름 올림픽 당시 미국 GDP 대비 24.5%에 그쳤던 중국은 14년 만에 77.1%까지 따라 붙었다. 명실상부한 2위로 1위인 미국 추월만 남겨놨다. 베이징은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하는 세계 첫 ‘듀얼 올림픽’ 도시가 됐다.

지난 2008년 8월 9일자 중앙일보 2면. ″정상만 100여명 참석 부시도 후진타오 만나는데 30분 줄섰다″는 제목이 선명하다. [중앙포토]

지난 2008년 8월 9일자 중앙일보 2면. ″정상만 100여명 참석 부시도 후진타오 만나는데 30분 줄섰다″는 제목이 선명하다. [중앙포토]

하지만 경제와 달리 중국의 외교 성적표는 퇴색했다. 우선 중국의 친구가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이 발표한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정상급 인사는 19명, 2008년 100여명의 20%에 불과하다. 지난 2008년 8월 9일자 중앙일보 2면 제목은 “부시도 후진타오(胡錦濤) 만나는데 30분 줄섰다”였다.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올림픽 글로벌 서밋’을 주도하며 하루 11차례 정상 회담을 이어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외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지난 2008년 8월 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하는 오찬장에 입장을 기다리는 이명박(왼쪽 두번째)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왼쪽) 미국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오른쪽 두번째) 일본 총리가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08년 8월 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하는 오찬장에 입장을 기다리는 이명박(왼쪽 두번째)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왼쪽) 미국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오른쪽 두번째) 일본 총리가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물론 이번엔 겨울 올림픽이고 팬데믹 변수가 있다. 그럼에도 냉전 종식 후 ‘외교적 보이콧’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처음 등장했다. 대만은 ‘중화 타이베이’ 대신 ‘중국 타이베이’ 명칭을 우려해 개·폐막식 불참을 선언했다가 최종 번복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미국 GDP 24.5→77.1% 추격 #세계 경제 비중 6.12→17.9% #中 “세계 환심 살 필요 없어” #FT “‘버블’이 격리된 中 상징”

중국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친중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서방 세계의 ‘오만과 편견’이 올림픽을 뒤덮은 탓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0일 2008년과 2022년을 비교하며 “전혀 다른 베이징 올림픽”이라며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경기장과 베이징을 나눈 ‘버블’이 서구식 국제질서와 격리된 중국을 상징한다고 사설에서 꼬집었다.

숫자로 본 2008, 2022 베이징 올림픽.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숫자로 본 2008, 2022 베이징 올림픽.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4년만에 중국이 경제와 외교가 괴리된 이유로 전문가들은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첫째 불공정 이슈다. 이현태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은 이미 120여개 나라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됐지만 ‘중국 위협론’은 사그러들지 않는다”며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해외 첨단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지원 등 불공평한 경쟁에 미국 등 많은 교역국이 일자리와 기술을 중국에 빼앗겼다는 불만이 팽배하다”고 지적한다.

둘째는 가치와 이념의 차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2017년부터 올림픽 준비 상황을 다섯 차례 직접 챙기며 “세계에 빛나고 부강하며 개방적이고 희망이 충만한 국가 이미지를 보여줄 것”이라며 “세계가 ‘중국의 길’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2008년의 중국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족시키려 했다면, 2022년의 중국은 “세계가 중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둬웨이는 “중국은 고고하거나 오만하지 않다. 비굴하게 세계의 환심을 살 필요도 없다”며 “개혁개방 40년의 구체적인 실천과 경험을 통해 중국에 적합한 발전 모델을 찾았다”고 역설한다.

장이머우 “무협 고수의 칼 놀림 보일 것”

두 베이징 올림픽의 변화는 오는 4일 개막식에 응축될 전망이다. 지난 2008년 4시간 9분에 걸쳐 1만5000여 명이 펼쳤던 개막식이 이번에는 1시간 40여분, 3000명으로 축소됐다. 2018년 평창 개막식 2시간 20분보다도 줄었다. 인해전술을 없다는 기조다. 듀얼 올림픽 개막식 총감독이 된 장이머우(張藝謀)는 “똑같은 두 개의 눈송이는 없지만 모두가 베이징에 함께 모여 찬란한 눈송이가 되는, ‘인류 운명 공동체’라는 커다란 이념과 ‘함께 미래로’라는 인류 공동의 정감을 만들겠다”고 관영 신화사 인터뷰에서 말했다.

장 감독은 “방석처럼 커다란 연산의 눈꽃(燕山雪花大如席·연산설화대여석)”이라는 이백(李白)의 시 구절과 “서로 같은 두 개의 눈송이는 없다(No Two Snowflakes the Same)”는 서양 속담을 개막식의 메인 컨셉으로 제시했다. 중국은 서구와 다른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다. 그는 “이 배경에는 국가 실력과 지위의 상승, 중국인 스스로 믿음의 격상이 자리한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주석은 “깔끔·안전·다채(simple, safe, splendid)”라는 여섯 글자 올림픽 지침을 내렸다. 장이머우는 “깔끔(簡約·간약)은 무협 영화 속 고수의 칼 한 자루와 같다”며 “칼 하나가 천 근의 힘을 갖고 있다. 깔끔함이 지닌 힘의 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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