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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벤투호 카타르행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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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쐐기골을 넣고 하트 세리머니하는 권창훈(왼쪽). [연합뉴스]

쐐기골을 넣고 하트 세리머니하는 권창훈(왼쪽).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 원정 경기에서 시리아를 2-0으로 이겼다. 후반 8분 김진수(전북 현대)가 헤딩 결승골을 터뜨렸고, 후반 26분 권창훈(김천 상무)가 쐐기골을 넣었다.

선수들과 월드컵 진출을 자축하는 파울루 벤투(가운데) 감독. [연합뉴스]

선수들과 월드컵 진출을 자축하는 파울루 벤투(가운데) 감독. [연합뉴스]

승점 3을 보탠 한국(승점 20·6승 2무)은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최소 조 2위를 확정했다. 한국이 남은 2경기에서 모두 패하고, 3위 UAE(승점 9)가 전승을 거둬도 순위가 바뀌지 않는다. 현재는 A조에서 가장 먼저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낸 이란(승점 22)이 1위, 한국이 2위다.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A·B조 1, 2위는 본선에 직행한다. 조 3위 간 플레이오프(PO)를 치른 뒤 승자가 대륙 간 PO에서 남미 예선의 5위 팀과 카타르를 향한 마지막 경쟁을 벌이게 된다.

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중동에서 처음 열리는 월드컵이다. 오는 11월 21일부터 12월 18일까지 도하를 비롯한 5개 도시, 8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이번 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열리는 월드컵이기도 하다. 그동안 월드컵은 6~7월에 걸쳐 열렸다. 하지만 카타르는 이 기간 최고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혹독한 무더위가 이어진다. 카타르의 11~12월 최고기온은 25~30도, 최저기온은 16~21도 정도다. 한국은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 만에 16강 토너먼트 진출에 도전한다.

이로써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다. 첫 출전이었던 1954년 스위스 대회까지 포함하면 통산 11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211 회원국 중 한국에 앞서 10회 이상 연속으로 출전한 국가는 브라질(22회), 독일(18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3회), 스페인(12회) 5개국뿐이다. 전부 유럽과 남미를 대표하는 축구 강국이다. 한국은 명실상부 아시아 대표 강호로 불릴 만하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도, '아트사커' 프랑스도 해내지 못했다. 2018년 러시아 대회까지 월드컵 본선을 한 번이라도 뛰어본 나라는 210개 FIFA 회원국 중 78개국에 불과하다. 올해는 카타르가 개최국 자격으로 월드컵 본선에 데뷔한다. 두 자릿수인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 나라는 한국이 세계에서 6번째일 만큼 어려운 일이다.

월드컵 진출을 자축하는 선수들. 왼쪽부터 송범근, 백승호, 이동준, 김진규, 이동경, 조규성. [연합뉴스]

월드컵 진출을 자축하는 선수들. 왼쪽부터 송범근, 백승호, 이동준, 김진규, 이동경, 조규성. [연합뉴스]

공격 '원투 펀치'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이 부상으로 빠진 벤투호는 황의조(지롱댕 보르도)와 조규성(전북)를 4-4-2 포메이션의 투톱 카드로 꺼내 들었다. 하지만 좀처럼 골 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전반전 내내 고전했다. 80% 점유율에 슈팅 수에선 8-3으로 앞섰다. 하지만 시리아와 마찬가지로 유효슈팅은 한 차례도 기록하지는 못했다.

전반 10분에는 오히려 실점 위기를 맞았다. 시리아가 프리킥 상황에서 헤딩슛으로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다행히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벤치에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반 24분엔 수비 실수로 또 한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다. 김진수가 골키퍼 김승규에게 백패스한 공을 알 마와스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다행히 볼은 골문을 벗어났다. 그러는 동안 주포 황의조는 좀처럼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전반 추가시간 조규성의 위협적인 헤딩슛도 빗나갔다.

선제골로 넣고 기뻐하는 수비수 김진수(왼쪽). [연합뉴스]

선제골로 넣고 기뻐하는 수비수 김진수(왼쪽). [연합뉴스]

승부는 후반에 갈렸다. 후반 7분 김진수가 헤딩 선제골로 0-0 균형을 깼다. 김태환의 크로스를 머리에 정확히 맞혀 골망을 흔들었다. 측면 수비수 김진수의 A매치 2호 골(53경기)이다. 김진수는 A매치 데뷔골도 이날 경기가 열린 라시드 스타디움(2019년 1월 바레인전)에서 헤딩으로 넣었다. 추가골은 권창훈의 발끝에서 나왔다. 후반 27분 오른쪽 측면에서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권창훈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권창훈은 최근 A매치 4경기에서 3골을 넣는 물오른 골 감각을 보였다.

벤투 감독의 뚝심도 돋보였다. 그는 이날로 한국 사령탑 부임 1261일째를 맞았다. 만 3년 5개월째로 한국 축구 역대 최장수 감독 기록을 경신 중이다.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직후인 2018년 8월 22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한 감독이 예선 시작부터 본선까지 대표팀을 이끈 사례는 없었다. 특히 까다로운 중동 팀과 같은 조에 엮인 최종 예선에서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앞세워 지금까지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세 번째 월드컵에 나서는 벤투호 에이스 손흥민. 이번엔 조별리그 통과를 벼른다. [연합뉴스]

세 번째 월드컵에 나서는 벤투호 에이스 손흥민. 이번엔 조별리그 통과를 벼른다. [연합뉴스]

이제 벤투호는 월드컵 본선 대비에 돌입한다. 대표팀 캡틴 손흥민은 생애 세 번째 월드컵을 벼른다. 그는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선 아쉬움만 삼켰다. 막내였던 2014년 브라질 대회, 에이스로 나선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선 모두 골을 터뜨리고도 끝내 그라운드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러시아 대회에선 세계 최강 독일을 꺾는 '카잔의 기적'을 쓰고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후 그는 또 한 번 업그레이드했다. 이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유럽 어느 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정상급 공격수로 우뚝 섰다. 이번 최종 예선에선 빠졌지만, 한국이 카타르행을 확정 짓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앞선 최종예선 경기에서 한국의 공격 선봉에 나섰다. A매치 96경기에서 30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월드컵 2차 예선 6경기(북한전 포함)에서 3골, 최종예선 5경기에서 3골을 몰아쳤다.

첫 월드컵이 끝난 뒤 서럽게 우는 손흥민(왼쪽). [연합뉴스]

첫 월드컵이 끝난 뒤 서럽게 우는 손흥민(왼쪽). [연합뉴스]

특히 지난해 10월 이란과의 최종예선 4차전 원정에서는 선제골을 터뜨려 2009년 박지성 이후 12년 만에 한국의 아자디 스타디움 득점을 남겼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지만, 한국은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아자디 스타디움 원정에서 승점 1을 챙겼다. 주장을 맡아 실력 뿐만 아니라 정신력 면에서도 후배들을 이끌었다.

또 손흥민은 현재 한국 선수 월드컵 본선 최다 골 기록 보유자다. 3골로, 은퇴한 레전드 공격수 박지성, 안정환과 동률이다. 카타르에서 골을 더 넣으면 단독 1위가 된다. 월드컵 본선 3회 연속 득점은 현재까진 한국 축구 선수 중 유일하게 박지성(2002년·06년·10년)만 보유한 기록이다. 손흥민이 이번 월드컵에서 골맛을 본다면 이 부문 기록도 갈아치운다. 손흥민은 이달 중 부상에서 복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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