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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개 단지 규모 시골마을…'릴레이 기부' 마음부자 동네

중앙일보

입력

충남 태안군 고남면은 2230명이 사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주민 수로만 보면 대도시 아파트 1개 단지와 비슷한 규모로 태안지역 8개 읍·면 가운데 이원면(2194명)을 제외하고 인구가 가장 적다. 하지만 도심과 달리 아직 넉넉한 인심이 남아 있고 ‘누구네 밥그릇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주민 간 왕래도 끊이지 않는다. 따뜻한 이웃사랑이 이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12월 23일 충남 태안군 고남면바르게살기운동위원회 회원들이 고남면사무소에서 '사랑의 쌀 나눔 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 태안군]

지난해 12월 23일 충남 태안군 고남면바르게살기운동위원회 회원들이 고남면사무소에서 '사랑의 쌀 나눔 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 태안군]

지난해 고남면에서는 릴레이 기부가 이어졌다. 1년간 40여 차례의 기탁·기부가 이뤄졌는데 모두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과 물품이다. 기증품은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한겨울 추위를 녹이는 훈훈한 소식에 주민들은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데 정(情)을 나누는 이웃이 있어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속 온정의 손길 이어져 

기부는 사회단체와 종교시설·개인까지 다양하다. 이른바 ‘동네 장사’를 하는 식당과 펜션도 동참했다. 안면도에서 딴뚝통나무집식당을 운영하는 이창우·이정원씨는 지난 11일 고남면사무소를 방문해 ‘사랑의 라면’ 80상자를 내왔다. 고남면사무소는 기증받은 라면을 지역 경로당 16곳에 배분했다. 이창우씨는 “지역 내 어르신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군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창우·이정원씨가 지난 11일 고남면사무소를 찾아 라면 80상자를 기탁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충남 태안군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창우·이정원씨가 지난 11일 고남면사무소를 찾아 라면 80상자를 기탁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이창우·이정원씨는 이달 초 고남초등학교에 장학금 100만원을 전달하는 등 안면읍·고남면 지역 초·중·고등학교에 60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식당·펜션, 어린이집까지 참여

지난달 14일에는 고남면 삼육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원생들이 112만원600원을 고남면사무소에 전달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어린이집 주차장에서 프리마켓을 열어 마련한 수익금 전액을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맡겨왔다고 한다.

삼육어린이집 안희정 원장은 “앞으로도 주민을 위한 나눔과 봉사활동에 지속해서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충남 태안군 고남면 삼육어린이집 원장과 원생이 지난달 14일 고남면사무소를 찾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을 기탁하고 있댜. [사진 태안군]

충남 태안군 고남면 삼육어린이집 원장과 원생이 지난달 14일 고남면사무소를 찾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을 기탁하고 있댜. [사진 태안군]

고남면에서는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함께 해서 고마운 고남면 만들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사랑의 연료비 지원'도 있다. 지역 저소득층 37가구가 이 사업을 통해 12월부터 2월까지 석 달간 30만원을 받고 있다. 대상자로 선정된 주민은 “난방비 걱정에 밤잠을 설쳤는데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연료비 지원사업'도 추진 

지난해 연말까지 주민들이 맡긴 돈은 4350만원에 달한다. 마을 주민 대표 등으로 구성된 고남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12명은 지난해 11월부터 2년간 매달 1만원씩 모금에 동참하고 있다. 인구가 훨씬 많은 다른 면 단위 지역보다 많은 돈이 모였다.

고남면사무소와 주민들은 조만간 회의를 열고 추가 지원 대책과 대상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저소득층 외에도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을 찾아 실제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충남 태안군 고남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정례회의를 열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대책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충남 태안군 고남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정례회의를 열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대책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편도신 고남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은 “대부분 살림살이가 빠듯한데 데도 릴레이 모금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에 따뜻한 기부문화가 확산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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