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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희귀한 '돌리네 습지'…해발 399m 문경 굴봉산의 도전

중앙일보

입력

경북 문경시 산북면 우곡리 돌리네습지 전경. 사진 문경시

경북 문경시 산북면 우곡리 돌리네습지 전경. 사진 문경시

경북 문경시 산북면에 위치한 굴봉산(해발 399.8m) 정상 부근에 올라가면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지형이 등장한다. 평범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꼭대기에 다다르면 갑자기 군데군데 웅덩이가 만들어진 습지가 나타난다. 굴봉산 정상부에 형성된 ‘돌리네 습지’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지형인 돌리네(doline)는 탄산칼슘을 주성분으로 하는 석회암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아 침식돼 접시 모양으로 움푹 팬 웅덩이다. 습지는 강가나 시냇가 주변, 해안가에 형성되는 것이 보통인데 산 정상 부근의 습지는 매우 드물다. 문경 굴봉산에는 면적 49만4000여㎡ 규모의 돌리네 습지가 형성돼 있다.

문경 돌리네 습지에는 육상과 초원, 습지 생태계가 공존하고 있다. 수달이나 담비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6종이 서식하고,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인 낙지다리 등 3종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곳에서 사는 야생생물만 731종이다.

돌리네 습지 위치. 중앙포토

돌리네 습지 위치. 중앙포토

문경은 남한에서 처음으로 탄광이 문을 연 곳이기도 하다. 1926년 ‘문경탄광’이 시초다.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일본 회사에 의해 개발된 문경탄광과 은성무연탄광을 합쳐 문경탄광이라고 불렀다. 이후 문경은 강원 태백에 이어 국내 제2 탄전지대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당시 작은 규모의 광산까지 합치면 광산 운영을 하는 업자만 300명쯤 됐다고 한다.

이처럼 국내에서 보기 드문 지질 환경을 갖고 있는 문경시가 환경부 ‘국가지질공원’ 명함을 얻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경상북도가 ‘문경 국가지질공원 인증후보지 신청서’를 지난 14일 환경부에 제출하면서다.

경북도는 지난해 10월 문경시에서 제출한 국가지질공원 인증후보지 신청서를 검토한 결과 환경부로부터 국가지질공원 인증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고 본격적인 인증 신청절차에 돌입했다. 경북도가 제출한 문경 국가지질공원 인증 후보지는 문경시 행정구역 전체다. 911.95㎢의 면적과 돌리네습지, 석탄박물관(은성탄광 석탄채굴지), 용추계곡, 베바위 등 총 11개의 지질명소를 포함한다.

경북 문경시가 환경부 국가지질공원 지정 신청을 제출했다. 문경시에 위치한 다양한 지질 자원들. 사진 경북도

경북 문경시가 환경부 국가지질공원 지정 신청을 제출했다. 문경시에 위치한 다양한 지질 자원들. 사진 경북도

경북도는 올해 후보지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종 국가지질공원 인증까지는 향후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후보지 지정과 최종 인증을 위해서는 환경부의 서류심사와 두 차례의 현장평가(실사), 최소 두 차례의 지질공원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지질공원’은 환경부가 인증하는 ‘국가지질공원’과 유네스코가 인증하는 ‘세계지질공원’으로 나뉘며, 국가지질공원 인증 후에 세계지질공원 인증 신청자격을 얻게 된다. 현재 제주도, 울릉도·독도, 부산, 청송, 전북 서해안, 경북 동해안 등 전국 13곳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12월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에서 열린 제9차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제주총회 개회식에서 제주해녀를 주제로 한 기념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지난해12월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에서 열린 제9차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제주총회 개회식에서 제주해녀를 주제로 한 기념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국가지질공원에 이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44개국 169곳이다. 국내는 제주도, 청송, 무등산권, 한탄강 등 총 4곳이다. 경북도는 문경 국가지질공원 지정 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까지 지정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용어사전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세계지질공원은 유네스코가 지질학적으로 뛰어나고 자연유산적으로 가치를 지닌 지역을 보전하고 관광을 활성화함으로써 주민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해 지정하는 구역을 말한다.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 4년마다 심사를 받게 되고, 심사 결과 지적된 사항이 2년 내에 시정되지 않을 경우 세계지질공원 자격이 박탈된다.

최영숙 경북도 환경산림자원국장은 “올해 안으로 문경 국가지질공원 인증 후보지 지정이 원활히 지정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면서 “앞으로 문경 국가지질공원 인증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으로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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