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이 춤춰서 33층 흔들렸다? 아크로서울 진동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2022.01.24 05:00

업데이트 2022.01.2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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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건물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느낌은 처음이었어요.”
지난 20일 서울의 33층짜리 사무용 빌딩에서 업무를 보던 한 직장인은 건물 안에서 느꼈던 진동을 회상하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디타워 건물에서 “진동이 느껴진다”는 119 신고가 이어졌다. 시공사와 당국이 안전진단을 한 결과 건물에 입주한 연예기획사의 안무 연습실에서 일어난 진동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20일 촬영된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디타워 건물 로비 층의 천장 균열. 독자 제공

지난 20일 촬영된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디타워 건물 로비 층의 천장 균열. 독자 제공

시공사 측 “안정성 문제없다”

건물 시공사인 DL이앤씨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고 “긴급안전진단 결과 진동과 건물의 안정성에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진단에 참여한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건물 내부의 특정 활동에 의해 발생한 진동으로 추정된다”며 “진동의 수준은 건물의 안전에는 영향이 없는 미세진동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건물은 2020년 12월 준공된 지하 7층~지상 33층 규모의 사무용 빌딩으로 현대글로비스, SM엔터테인먼트, 쏘카 등이 입주해 있다.

현재 9~11층과 18층에는 연예기획사의 안무 연습실이 있다. 이 연습실에서 집단으로 춤을 출 때 생긴 진동이 건물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해 흔들림이 평소보다 증폭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신고 당일 출동한 소방 당국도 건물 지하의 지진 감지 장치를 확인했으나 별도의 진동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입주민 “아이돌 춤 때문에 건물 흔들렸다니”

시공사와 당국의 설명에도 이 건물에 입주한 기업 소속 직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아이돌 춤 때문에 건물이 흔들릴 정도면 애초에 부실하게 지어진 것 아니냐”면서다. 이 건물 입주 직원 A씨는 “지진이 일어났다고 느껴질 정도로 진동이 심했다. 연습생 수십명이 동시에 춤췄다고 건물이 위아래로 흔들린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직장인들의 익명 앱인 블라인드에는 이 건물에 입주한 사무실 천장에 금이 가 있거나 유리창이 깨진 사진 등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사진은 시기상 진동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기도 했다. DL이앤씨 측은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천장누수나 유리창 파손 등은 입주 후 인테리어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으로 이번 진동과는 무관하다. 내부 마감재의 문제로 건물 구조층과는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무 때문에 진동이 발생했다는 건 외부 전문가의 의견일 뿐 아직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진 상태는 아니다. 추후 모니터링과 모의실험 등을 통해 건물이 왜 흔들렸는지 명확하게 규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디타워 건물. 중앙포토

서울 성동구에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디타워 건물. 중앙포토

11년 전 ‘테크노마트 사건’ 소환

일각에선 이 현상이 2011년 39층짜리 서울 테크노마트 건물에서 발생한 흔들림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테크노마트에선 건물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수직 진동이 감지돼 사흘간 모든 층의 출입이 통제됐다. 조사 결과 12층 피트니스센터에서 약 20명이 에어로빅댄스를 추다가 발생한 진동이 흔들림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은 “최근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등으로 인해 고층 건물 입주민들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입주민이 전체적으로 진동을 느낄 정도였다면 추가 방진(防振)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물의 진동 주기와 구조 등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필요한 위치에 진동이 전달되는 걸 줄이는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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