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가격만 맞으면 한미은행등 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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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미은행 등 한국 금융회사 인수에 관심이 있으며 값만 맞으면 인수할 생각이다."

씨티은행에 이어 세계 2위 은행인 HSBC의 은행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데이비드 엘든회장은 30일 신라호텔에서 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 내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금융회사를 인수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격 조건과 영업력 강화에 도움이 되느냐를 따져 은행 인수를 결정한다"며 "한미은행을 인수할 경우 HSBC의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는 만큼 관건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인수했을 때 주가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주주의 이익을 늘릴 수 있느냐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투자 자금을 얼마 만에 회수할 수 있느냐도 주요한 투자 척도로 삼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엘든 회장은 "가격과 함께 정치적 안정성과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중요 고려 사항인데 한국은 정치적 안정성에서는 합격점이나 노동시장의 유연성에서는 다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금융회사를 인수하려는데 노조가 방해해 지연된다면 인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외에 전 세계의 다양한 금융회사에서 인수 제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씨티은행이나 스탠더드차터스은행 등 경쟁 회사들이 한미은행 인수에 뛰어들어 가격이 더욱 오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인수에 뛰어들 경우 균형 잡힌(balanced) 가격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 정책상 한미은행 인수에 참여할지는 밝힐 수 없다"며 "계약이 성사된 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엘든 회장은 "한국에서 은행을 인수할 경우 더 많은 고객에게 좋은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한국 금융산업의 선진화에도 기여할 수 있어 윈-윈 게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계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으로 구성된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31일 신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서울이 국제금융 중심지가 되기 위한 요건'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SIBA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정재홍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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