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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대신 라켓 잡았다면 형택 형과 경쟁했겠죠" 라이언킹의 무한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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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동국은 23년 축구 외길인생을 마치고 유튜브를 개설했다. 펜싱 선수와 대결하고 오징어게임 연기도 배웠다. 박린 기자

이동국은 23년 축구 외길인생을 마치고 유튜브를 개설했다. 펜싱 선수와 대결하고 오징어게임 연기도 배웠다. 박린 기자

“만약 어릴 때 아버지가 제게 축구공 말고 테니스 라켓을 사주셨다면 이형택 선수와 경쟁했을 겁니다. 야구 배트를 휘둘렀다면 이대호 선수, 탁구 라켓을 가졌더라면 유승민과 경쟁하고 있겠죠. 아, 너무 진지하게 받아 들이지는 마세요. 제가 형택이 형, 대호, 승민이랑 친해서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 겁니다. 하하.”

최근 인천 송도에서 만난 이동국(43)에게 ‘만약 축구 선수를 안 했다면 뭘 했을까’라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스포츠를 좋아해서, 뭔가 활동적인 걸 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이동국은 23년 동안 축구 외길 인생을 걸었다. 그는 1998년부터 2020년 은퇴할 때까지 프로축구 K리그 8차례 우승했고, MVP(최우수선수) 도 4차례 뽑혔다. 이동국은 “선수 시절 계약상 위험한 스포츠는 못하게 돼 있었다. 스키, 스노보드 등 동계 스포츠는 거의 해본 경험이 없다. 사실 내 꿈은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그래서 은퇴 이후 세상 모든 스포츠에 도전해볼까 한다”고 했다.

이동국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만능 스포츠맨으로서 재능을 뽐내고 있다. 탁구, 볼링, 당구, 댄스(왼쪽부터) 등 여러 종목 선수와 맞대결했다. [사진 유튜브 이동방송국]

이동국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만능 스포츠맨으로서 재능을 뽐내고 있다. 탁구, 볼링, 당구, 댄스(왼쪽부터) 등 여러 종목 선수와 맞대결했다. [사진 유튜브 이동방송국]

이동국은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 ‘이동방송국(이동국+방송국)’을 개설했다. ‘백수’ 이동국의 적성 찾기 프로젝트다. 이동국이 다른 스포츠 종목 선수들을 찾아가 대결하는 내용이다. 아내 이수진씨는 “남편이 은퇴 후 남는 시간이 많아졌고, 체중도 3㎏ 가까이 늘었다. ‘배드민턴 라켓이 주어졌다면 이용대 선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어휴~ 축구하길 잘했지’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평생 축구만 하고 살아온 ‘대박이 아빠’가 은퇴 후에 괜한 허망함을 느끼지 않을까 살짝 걱정도 했는데, 스포츠와 연기, 춤까지.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을지 응원하겠다”고 했다.

이동국이 진짜 다른 종목을 했어도 잘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동국은 2016년 리우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27)과 일대일 대결에서 득점을 따냈다. 순발력을 테스트하는 ‘모자 먼저 뺏기’에서도 이겼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 임용규(29)의 시속 200㎞ 넘는 강서브도 받아냈다. 생애 첫 양궁 컴파운드 도전에서 10점 만점도 쐈다. 이동국은 “안산(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선수에 빗대 ‘국산’이다. 나는 스펀지처럼 다른 스포츠도 빨리빨리 습득하는 편”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배소희 선수와 볼링 대결, ‘당구 여신’ 차유람 선수와 스리쿠션 대결에서는 고전했다. 이동국은 “고교 은사님이 축구 선수로 성공하려면 당구, 도박, 낚시 등 3가지를 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스포츠에 도전하면서 ‘역시 최고가 되려면 뭔가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동국의 23년 축구 외길인생을 마치고 유튜브를 개설했다. 펜싱, 양궁, 테니스 등에 도전한다. [유튜브 이동방송국 캡처]

이동국의 23년 축구 외길인생을 마치고 유튜브를 개설했다. 펜싱, 양궁, 테니스 등에 도전한다. [유튜브 이동방송국 캡처]

이동국이 요즘 꽂힌 건 ‘풋살’이다. 최근 송도의 축구교실 ‘이동국FC’에서도 이동국은 풋살을 하고 있었다. 전북 현대 출신인 이승현, 홍정남, 이원영 등과 한 팀을 이뤄 풋살 국가대표 선수들이 속한 팀과 맞붙었다. 이동국은 전매특허 발리슛을 넣고 손흥민(토트넘)의 ‘찰칵 세리머니'를 따라했다.

이동국은 “풋살은 축구랑 완전히 다른 스포츠다. 공도 다르고, 오프사이드도 없고, 선수 교체도 수시로 가능하다. 전반에는 힘이 좋았는데 후반에 체력의 벽에 부딪혔다. 풋살 맞대결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동국은 골프 드라이버 비거리가 300m 가까이 된다. JTBC ‘뭉쳐야 쏜다’에서는 농구 실력을 뽐내 ‘동백호(이동국+강백호)’라 불렸다.

축구 만큼 골프도 잘 치는 이동국. [중앙포토]

축구 만큼 골프도 잘 치는 이동국. [중앙포토]

스포츠만 도전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도전한다. 아이돌 샤이니의 민호에게 댄스를 배우는가 하면 배우 이정헌에게 ‘오징어 게임’ 연기를 배웠다. 이동국은 “난 연기도, 춤도 아닌 것 같다. 딸 재시, 재아가 ‘우린 아빠 피를 물려 받아 춤을 못 춘다’고 하는데, 난 운동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동국은 “앞으로 야구·배드민턴·골프 등에도 도전해보려 한다. (이)대호, (이)용대 등 각 분야의 인맥을 활용하려 한다”고 했다. 43세에도 도전을 이어가는 이동국을 보며 팬들은 “모든 종목을 잘하는 수퍼맨”, “무기력해지다가 이동국을 보면 힘이 난다”고 박수를 보낸다. 이동국은 “100세 시대에 40대면 젊은 나이다. 절대 늦지 않았고, 아직 할 수 있는 게 많은 나이다. 저도 인생 반 이상을 축구만 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다른 분들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차유람과 스리쿠션 대결을 펼친 이동국. [사진 유튜브 이동방송국 캡처]

차유람과 스리쿠션 대결을 펼친 이동국. [사진 유튜브 이동방송국 캡처]

이동국은 요즘 JTBC 예능 ‘뭉쳐야 찬다’에서 코치로 활약 중이고, 축구대표팀 중계 해설위원을 맡고 있다. ‘제2의 라이언킹’을 꼽아달라고 하자 이동국은 “축구대표팀 공격수 조규성(24·김천 상무)이 많이 늘었더라. 원래 반듯한 스타일이었는데, ‘타깃형 스트라이커’ 역할까지 해준다. 옵션이 더 생겨 상대 수비가 막기 더 힘들어졌다. 군인인 규성이가 전역하고 머리카락을 기르고 문전에서 사자처럼 왔다 갔다 하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공격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축구지도자 이동국’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이동국은 “지금 당장은 아니다.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고, 축구교실 사업도 시작했다. 일단 지금 이 도전을 즐기려 한다”고 했다.

이동국

이동국

이동국

출생: 1979년 경북 포항(43세)
체격: 1m87㎝, 85㎏ 취미: 골프, 테니스 등
가족: 아내 이수진, 딸 재시·재아(15), 설아·수아(9) 아들 시안(8)
프로축구 주요 경력: 1998~2020년. K리그 우승 8회, MVP 4회
프로 기록: K리그 통산 228골, 77도움
은퇴 후: 예능 뭉쳐야 쏜다 등 출연, 축구교실 이동국FC, 유튜브 채널 ‘이동방송국’ 운영

발리샷 꿈꾸는 ‘붕어빵’ 딸 재아

작년 5월 ATF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단식과 복식을 휩쓴 이재아가 이동국과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 이재아]

작년 5월 ATF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단식과 복식을 휩쓴 이재아가 이동국과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 이재아]

이동국은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딸 이재아(15)와 테니스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1-10 완패.

이동국은 “몇 년 전까지 내가 이겼고, 재아가 서티(2포인트) 잡아주고 하면 비슷비슷 했다. 최근에 계속 져서 테니스 레슨까지 받았는데, 이제는 이기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아가 아빠한테 져서 울고불고한 게 엊그제 같은데, 그 만큼 성장했다는 것”이라고 뿌듯해 했다.

오남매 중 둘째인 재아(쌍둥이 중 동생)는 7살 때 테니스를 시작했다. 이동국 집안의 ‘유일한 현역선수’다. 이재아는 작년 5월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아시아테니스연맹(ATF) 14세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단식과 복식 우승을 휩쓸었다. 대회 직후 ATF 주니어(14세 이하) 랭킹 1위에 올랐다. 2020년 1월 호주오픈 이벤트 대회인 아시아 14세 대회에도 출전했다.

아빠가 축구할 때처럼 ‘닥공(닥치고 공격)’을 즐겼는데, 요즘 플레이 스타일을 바꿨다. 네트 플레이하며 발리나 드롭샷으로 포인트도 따낸다.

송도의 축구교실 ‘이동국FC’에는 이동국 선수 시절 트로피가 40개 진열돼 있다. 테니스는 3등도 트로피를 주는데 이재아 것도 벌써 20개가 넘는다. 키 1m72㎝인 이재아는 폭풍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대회에 못나가 ‘잃어버린 2년’이 됐다. 최근 무릎 슬개골을 다쳐 지난달 무릎 수술을 받았다. 물론 테니스 선수 꿈을 포기 하지 않고 열심히 재활 중이다.

이동국은 “재아는 ‘붕어빵 딸’이다. 어느날 라켓 그립에 피가 묻어 있고, 손에 붕대를 감았더라”고 했다. 이재아는 “엄마가 ‘넌 아빠를 닮아서 결국 다 이겨내고 꿈을 이룰 것’이라고 얘기해줬다”고 했다. 이재아의 꿈은 언젠가 호주오픈에 나가서 아빠의 환상 발리슛처럼, ‘환상발리샷’을 하는거다.

이동국은 한국 여자 테니스 기대주인 딸 재아와 테니스 대결에서 완패한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해 웃음을 줬다. [사진 유튜브 이동방송국]

이동국은 한국 여자 테니스 기대주인 딸 재아와 테니스 대결에서 완패한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해 웃음을 줬다. [사진 유튜브 이동방송국]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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