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주인을 찾지 못해 표류해 온 한국미니스톱이 결국 롯데 품에 안겼다.
롯데지주는 21일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가는 3133억6700만원이다. 당초 업계 추산 예상가는 2000억원대였지만, 롯데가 경쟁자였던 신세계그룹의 이마트24, 사모펀드 운용사인 앵커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보다 높은 금액을 써내며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는 이번 인수를 통해 편의점 중심으로 근거리 상권을 겨냥한 퀵커머스(즉시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에서 한국미니스톱의 2600여개 점포와 12개 물류센터를 확보하며 단기간 내 고객과의 최접점 거점을 확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롯데지주 측은 “고객들에게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편의점을 온ㆍ오프라인 융합 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라인 사업 역량 강화에도 힘을 실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미니스톱의 모회사인 일본 이온그룹은 1990년 대상과 손잡고 한국법인을 세우며 한국에 진출했다. 2019년 대상이 지분을 모두 정리하면서 현재 일본 미니스톱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편의점 3사 틈에 끼어서도 패스트푸드 판매 등으로 나름의 입지를 갖춰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마트24 등장 등 편의점 시장 경쟁 격화 속에서 실적 부진으로 수 년간 어려움을 겪어왔다. 앞서 2018년에도 매각이 추진돼 본입찰까지 진행됐지만, 4000억원대를 요구한 이온그룹과의 이견으로 거래는 무산됐다.
롯데가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CU, GS25, 세븐일레븐의 ‘편의점 3강’ 구도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점포는 지난해 기준 매장수가 1만1173개다. 세븐일레븐과 한국미니스톱 매장 수를 더하면 1만4000여개로 올라선다. 매장수가 각각 1만6000여개인 GS25, CU와 격차를 2000개 안팎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4위로 추격해 오던 이마트24(5800여개)와의 격차도 더욱 벌어진다.
다만 한국미니스톱 가맹점이 모두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또 전환 과정에서 가맹점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온그룹은 매각 조건으로 ‘미니스톱 브랜드 미유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니스톱 가맹점주가 세븐일레븐으로 전환을 거부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미니스톱이 시장에서 차별화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시너지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1, 2위와 점포수 차이를 줄이는 것 외에 큰 의미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점포당 1억원 이상을 지불하는 셈이라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로써는 가맹점 이탈 저지가 앞으로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에 실패한 이마트24의 고민도 깊어졌다.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편의점의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 규약 때문에 점포 수 확대에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미니스톱을 인수해 한꺼번에 몸집을 키우려던 계획엔 차질이 생긴 만큼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