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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대희의 건강한 미래

디지털방역·과학방역이 답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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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 미래발전위원장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 미래발전위원장

오늘은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35세 여성이 고열과 호흡기 증상으로 국내 최초의 환자로 보고된 이래 지난 2년간 국내에서만 70여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6천여 명이 코로나로 사망했다. 4차 유행 이후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면서 확진자 숫자가 다시 급증하여 미국은 하루 140만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다. 화이자의 최고의학책임자는 코로나가 최소한 2024년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사스, 메르스, 코로나 팬데믹에서 보듯이 발생 주기가 당겨지고 있어서 수년 내 코로나와는 다른 신종 감염병의 출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코로나19 국내 첫 발생 2년 맞아
정밀·선제·참여방역 중요해져
사업장별 맞춤형 거리두기 필요
국민과의 소통에 더욱 노력해야

질병 원인이나 균주 특성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역학 조사를 시행할 때에는 감염경로, 감염력, 치명률 등의 정보가 없어서 환례의 조작적 정의(operational case definition)에 따라 방역 체계가 유연하고 신속해야 한다. 조작적 정의는 확정적 정의(confirmed case)와 대비되는 용어로 질병 원인이 완전히 규명되기 이전까지는 증상의 경중에 따라 사례 정의를 유연하게 하는 것이다.

건강한 미래

건강한 미래

그런데 정부는 2016년 메르스 방역에 대한 경험을 그대로 코로나 방역 원칙에 적용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했다. 메르스는 감염력은 높지 않으나 치명률이 높은 특징이 있으므로 밀접 접촉자의 추적조사가 중요하지만 코로나19는 오미크론 변이에서 보듯이 감염력은 높으나 치명률은 높지 않아 밀접 접촉자 관리와 같은 통상적인 역학조사가 효율적이지 않다. 최근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3T원칙(검사-추적-치료)을 완화한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 물고기를 잡을 때 낚시로 한 마리씩 잡을 것인가 투망으로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잡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방역 원칙을 수립할 때에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 전달을 투명하게 하면서 원활한 소통이 핵심이다. 또한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이끄는 미국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가 전권을 갖고 방역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듯이 우리나라도 코로나 방역을 책임질 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면서 이런 역할을 부여한다고 했으나 권한이 제한적이고 정부 조직 간의 유기적 연계가 원활하지 않아 효율적인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다.

앞으로는 이런 경험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보다 진전된 형태의 코로나 방역 원칙과 방향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과학방역, 정밀방역, 선제방역, 참여방역이 핵심이다. 우선 과학방역은 각 분야의 전문가(예방의학, 감염내과, 임상면역, 인공지능, 수리과학, 보건경제 등)와 백신 치료제 개발 전문 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시행하는 방역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발생 현황을 분석 예측하고, 블록체인을 이용해 확진자나 접촉자의 추적 관리에 활용하며, 챗봇과 앱을 이용해 환자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정밀방역은 70여만 건의 확진자 자료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방역조치의 수준과 완급을 조정하는 것이다.

다음은 선제방역이다. 델타 변이가 유럽과 미국을 강타하고 국내에 유입되어 우세종이 되는데 걸린 시간이 약 한 달 반 정도였다. 그런데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높아 국내에서 우세종이 되는데 걸릴 시간이 3~4주 이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재택치료 확진자의 효율적인 관리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집에서 사용 가능한 신속항원키트나 웨어러블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이용하면 위중증으로 악화하는 사례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 중환자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참여방역이다. 방역 원칙 수립과 대응 과정에 의사, 간호사 등 전문가 단체를 적극 참여시키고 국민과 투명하게 소통하는 참여형 방역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삶과 일의 방식은 물론 사람들의 생각과 관계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이 1930년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됐듯이 다음 정부는 이번 코로나 팬데믹의 문명사적인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이번 대응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의료진과 방역담당자의 헌신을 깊이 새기면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국민과 함께하는 참여형 상시 방역체계 구축을 고민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