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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빠꼼이' 최윤길 구속 "화천대유 40억, 청탁 아닌 성과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관련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관련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18일 경찰에 구속된 최윤길 전 성남시 의회 의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약 10년 전부터 지역 사회에서 거론됐던 인물이다. 최 전 의장의 연루 의혹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 전 의장은 화천대유 최대 주주인 김만배씨 등 화천대유 관계자들과 동료 시 의원 등을 연결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작성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구속기소)의 공소장에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와 4호 소유주인 남욱(구속기소) 변호사 등이 2012년 최 전 의장으로부터 유 전 본부장을 소개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 통과에도 연루

최 전 의장은 2013년 2월 대장동 개발의 시발점이 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운영 조례안 통과에도 이름이 등장한다. 당시 성남시의회는 전체 의원 34명 중 18명이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새누리당이 ‘공사 설립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이라 해당 조례는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안건 상정과 무기명 투표에 반대한 상당수 새누리당 의원들이 퇴장한 사이 자리에 남은 18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당시 두 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조례안이 통과됐고, 두 사람은 이후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지역 사회 일각에선 두 의원이 당시 의장(무소속)이었던 최 전 의장과 돈독한 관계였다는 점이 조명됐고, 결과적으로 공사 설립에 최 전 의장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이라는 의심이 적지 않았다.

앞서 새누리당 소속 3선 시의원이었던 최 전 의장은 2012년 새누리당 시 의장 경선에서 낙마한 뒤 민주당의 몰표로 2012년 7월 제6대 후반기 성남시 의장에 당선됐다. 이를 놓고 “최 전 의장이 민주당과 야합했다”는 풍문이 돌았다. 최 전 의장은 2014년 지방선거 때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의장 퇴임 뒤 화천대유서 부회장으로 근무

수사 당국은 최 전 의장이 초기 대장동 개발 세력으로부터 ‘의장직’을 약속받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 등에 깊숙이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최 전 의장의 혐의 사실에 “성남시의장 선거를 앞두고 김만배씨가 ‘의장 당선을 도울 테니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최 전 의장에게 제안했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 전 의장이 제안을 받아들이자 김씨가 대학 동문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등을 설득해 민주당 시의원들의 몰표를 받아 당선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성남시의회 제193회 본회의 2차 회의록에 따르면 최 전 의장은 조례안 상정에 반발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상황에서 투표를 강행했다. 전자투표기가 오작동하자 거수로 표결을 진행,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최 전 의장은 누구보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맥락을 잘 파악하고 있는 ‘빠꼼이’였고, 화천대유 측이 최 전 의장에 성과금 명목으로 40억원의 뇌물을 약속하게 된 것도 그런 배경이 있었다는 게 수사 당국의 판단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김광식 팀장)이 최 전 의장에게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를 적용했다. 부정처사 후 수뢰죄는 공무원이나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을 가진 사람이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먼저 한 후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받은 경우 성립한다.

성남시의회. 중앙포토

성남시의회. 중앙포토

최 전 의장은 2020년부터 화천대유에서 부회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연봉 8400만원과 월 300만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원·의장을 지낼 때는 대장동 개발 사업 관계자들로부터 금품과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의혹도 있다. 경찰은 최 전 의장이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 10~11월쯤 대장동 도시개발추진위원장을 지낸 주민을 만나 “억울하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이 증거 인멸 시도였는지에 대한 조사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만배씨는 변호인을 통해 “최 전 의장에게 시의회 의장직을 제안하면서 조례안을 통과시켜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조례안이 통과될 당시인 2012년경에는 대장동 사업은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아무런 지분도 없었다”라며 “주민 민원 해결 업무상 필요해 (최 전 의장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최 전 의장의 의장 당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언급되는 민주당 시의원은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최 전 의장이 당선된 것은 당시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내부 분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윤길 “김만배 부탁으로 화천대유 입사”

최 전 의장도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화천대유가 약속한 40억원에 대해서는 “청탁 대가가 아닌 일을 하고 받기로 한 성과급”이라고 주장했으며 화천대유에 입사한 이유는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먼저 요청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최 전 의장이 구속되면서 그와 연결된 성남시의회 관계자들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될 전망이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등에는 지역 정가 인사들의 비리 의혹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은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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