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전 저공폭격 임무' 美흑인 1세대 조종사, 맥기 명예준장 별세

중앙일보

입력

찰스 맥기 미 공군 명예준장. 로이터=연합뉴스

찰스 맥기 미 공군 명예준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첫 흑인 전투비행단 일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찰스 맥기 명예준장이 별세했다. 102세.

19일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고인의 아들 론 맥기는 지난 16일 미국 메릴랜드주 자택에서 맥기 명예준장이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맥기 명예준장은 2차대전을 시작으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까지 세 차례 전장을 누볐다.

1942년 10월 앨라배마주의 터스키기 훈련소에 입소한 그는 이듬해 6월 훈련소 과정을 수료한 뒤, 44년 최초의 흑인 전투 비행단인 이른바 '터스키기 에어맨'(미국 육군 항공대 332전투비행대)의 일원으로 조종간을 잡았다.

맥기 미 공군 명예준장이 생전 전투기 조종간을 잡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맥기 미 공군 명예준장이 생전 전투기 조종간을 잡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2006년 공군 추모식에서 '터스키기 에어맨'으로 활약했던 동료들과 거수경례를 하는 고인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2006년 공군 추모식에서 '터스키기 에어맨'으로 활약했던 동료들과 거수경례를 하는 고인의 모습. AP=연합뉴스

터스키기 훈련소는 미 의회가 41년 육군항공대에 흑인으로만 구성된 전투부대 창설을 명령하면서 생긴 시설이다. 흑백 분리정책에 따라 흑인 조종사와 정비병을 따로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이곳을 거쳐 간 '터스키기 에어맨'의 용기와 집념은 최근 도서·영화·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매체에서 조명받고 있다.

고인은 한국전쟁에서 저공폭격 임무를 맡아 싸웠다. 베트남 전쟁에서도 전투기를 몰고 출격하면서 총 3개의 전장에서 409회 공중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대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30여년 간의 군 생활을 마친 뒤 73년 공군 대령으로 퇴역했고, 이후 대학에서 학위를 따고 기업체 중역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미 정부는 그의 무공을 기려 그가 100세가 되던 2020년 2월 그를 장성급인 명예 준장으로 진급시켰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우리가 싸워 얻고자 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기회의 평등이었다"며 "터스키기 에어맨들이 미국에 변화를 가져오는 데 일조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내왔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국방장관인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트위터에 "우리는 미국의 영웅을 잃었다. 그의 희생과 유산, 성품에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는 글을 올려 맥기 명예준장을 애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