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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따라 갈아타며 대선판 흔든다…李·尹 뒤집어대는 '큰손'

중앙일보

입력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2022 증시대동제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2022 증시대동제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2030세대가 대선 무대의 ‘신스틸러’(scene stealer·주연보다 더 시선을 사로잡는 조연)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 후보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대신 공약에 따라 지지 후보를 갈아타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보로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2030세대 표심이 여론조사 지지율 순위를 좌우하는 큰 손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尹에 등 돌렸다”던 2030, 다시 尹 지지

연령대별 지지율 그래픽 이미지.

연령대별 지지율 그래픽 이미지.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의 15~16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30.2%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3.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12.6%)보다 높았다. 지난해 12월 30~31일 조사에서는 이재명(25.8%), 안철수(18.2%), 윤석열(13.3%) 순이었는데 보름 만에 순위가 뒤집혔다. 30대도 표심도 마찬가지였다. 윤 후보의 30대 지지율은 29.4%로 이 후보(28.3%)를 1.1%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보름 전만 해도 이 후보의 30대 지지율(44.6%)이 윤 후보(20.1%)를 더블스코어 이상 격차로 앞섰는데, 민심이 확 달라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청년 민심을 낙관하는 건 금물이다. 당장 다음 주에는 이 후보가 윤 후보를 더블스코어로 앞지를 수도 있다”(선대위 관계자)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그만큼 2030세대의 표심이 정치권의 예측 범위를 벗어나 있다는 의미다. 올해 초만 해도 정치권 안팎에서 “2030세대가 윤석열에 등을 돌렸다”는 뒷말이 공공연하게 돌 정도로 윤 후보는 청년 표심 잡기에 고전했다. 이 후보나 안 후보가 젊은 층의 윤 후보의 부진을 파고들어 청년 지지율 조사에서 선전하기도 했다.

“이념이 뭔데” 시시각각 변하는 청년 민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마포구 소재 더불어민주당 미래당사 '블루소다' 개관식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마포구 소재 더불어민주당 미래당사 '블루소다' 개관식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2021년 12월 10일 저녁 강원 강릉시 한 카페에서 청년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2021년 12월 10일 저녁 강원 강릉시 한 카페에서 청년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왜 여러 세대 중 유독 2030세대의 표심이 종잡기 힘든 것일까.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젊은 층은 기성세대와 달리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실익에 따라 지지 후보를 쉽게 변경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페미니즘에 반감이 큰 20대 남성들이 관련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특정 후보에 대한 여론이 실시간으로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2030세대의 표심은 시시각각 변해왔다. 문재인 정부 초기만 해도 이들은 문 대통령에게 90%에 가까운 지지를 보내는 등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부동산값 폭등과 취업난의 직격탄을 맞자 반(反)정부 기조로 돌아섰다. 2030세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오세훈 시장에게 표를 몰아줬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는 ‘홍준표 팬덤’ 현상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들은 윤 후보에 대해서는 유독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KBS·한국리서치의 7~9일 20·30대 지지율 조사에서 윤 후보(16.2%)는 이 후보 27.7%, 안 후보 20.3%에 이은 3위였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윤 후보가 ‘독불장군’, ‘꼰대’ 같다는 부정적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페미니스트인 신지예 전 새시대준비위원회 부위원장(3일 사퇴)을 영입한 뒤에는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윤 후보 비토 여론이 일었다. 당 관계자는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갈등도 청년 지지율 하락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후보가 주춤한 사이 이재명 후보가 청년 토크쇼를 열고, 반민주당 정서가 강한 에펨코리아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인증 글을 올리는 등 스킨십에 나서자 2030 지지율이 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가 이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봉급 인상 등 파격적인 공약을 잇따라 쏟아낸 뒤에는 2030 지지율이 급상승세다. 리얼미터의 15~16일 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은 윤 후보 44.3%, 이재명 28.1%, 30대는 윤 후보 45.3%, 이 후보 32.3%로 윤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2030 실제 투표서도 영향력? 관건은 투표율

제20대 대통령선거를 50일 앞둔 18일 오후 대전시 서구 월평동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 3월 9일 대선 투표일을 알리는 대형 간판이 설치돼 있다.김성태

제20대 대통령선거를 50일 앞둔 18일 오후 대전시 서구 월평동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 3월 9일 대선 투표일을 알리는 대형 간판이 설치돼 있다.김성태

여론조사를 뒤흔들고 있는 2030세대가 실제 대선 투표에서 영향력을 발휘할지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전망이 엇갈린다. 특히 20·30대의 저조한 투표율이 변수로 거론된다. 젊은 층의 결집이 주목받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만 해도 20대 후반(25~29세) 투표율이 45.6%로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낮았고, 30대 전반(30~34세)이 47.7%로 뒤를 이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20·30대 투표율이 전체 평균치에만 근접해도 대선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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