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한결' 구조견 짖자 실종자 나왔다
'현대산업개발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최초로 발견한 건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7살 리트리버 수컷 '소백'과 3살 독일산 셰퍼드 수컷 '한결' 등 구조견 2마리였다.
14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해당 구조견 2마리가 전날 오전 10시부터 사고 건물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중심으로 번갈아가면서 수색하던 중 오전 11시10분과 11시14분 사이에 실종자 위치를 확인했다.
소방당국은 사고 이튿날인 지난 12일부터 중앙119구조본부 119구조견교육대 이민균 훈련관의 지휘·통제 아래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8마리, 전남소방본부 소속 2마리 등 1급 구조견 10마리와 핸들러(운용자) 10명을 5개 팀으로 구성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이 훈련관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개들이 반응을 보이고 난 다음 핸들러 2명이 개를 대기시킨 뒤 육안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소백'의 핸들러는 김성환 소방장, '한결'의 핸들러는 이승호 소방장이다.
"폭탄 맞은 것처럼 뚫린 구멍서 실종자 발견"
이 훈련관은 "구조 대상자(실종자)가 지하 1층 밑에 있었던 게 아니라 위에 계셨다. 지붕이 뚫렸다고 보면 된다"며 "콘크리트 덩어리 혹은 쇠파이프 등 어떤 원인에 의해 (지상) 1층 (바닥) 부분이 지름 2~3m 정도 동그랗게 뚫렸다"고 말했다. 그는 실종자가 발견된 장소에 대해 "폭탄을 던지면 쇠가 밑으로 내려앉고, 총을 쏘면 쇠가 뚫려 밖으로 벌어지는 것처럼 지하 쪽으로 철근 덩어리가 벌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토사물과 함께 콘크리트·모래 등이 쌓여 있어 (지하 1층에서) 위를 봤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핸들러들 눈에 (실종자의) 손가락 끝마디가 살짝 보였다"고 했다.
구조견, 사람 냄새 맡아 위치 확인
119구조견교육대에 따르면 '소백'은 그동안 생존자와 사망자 등을 발견한 적이 많아 현장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다. '한결'은 119구조견교육대 교육을 받고 현장에 배치된 지 한 달밖에 안 된 '새내기' 구조견이다. "'한결'도 경험만 적을 뿐 수색하는 기량은 뒤지지 않는다"고 이 훈련관은 말했다.
구조견들은 실종자를 어떻게 찾을까. 이 훈련관에 따르면 구조견은 사람의 취기(醉氣)나 잔존취 등 냄새를 맡아 위치를 확인한다. 사람의 냄새를 맡으면 수색 지역 내 구조 대상자가 매몰돼 있거나 그 안에 있다고 본다.
육안 확인 안 되면 내시경 카메라 동원
이 훈련관은 "구조견이 사람의 냄새를 맡으면 1m에서 50㎝ 근방에서 짖게 돼 있다"며 "특히 수색 지역이 매몰돼 있거나 붕괴된 곳이면 초근접하게 돼 있다"고 했다. 그는 "코를 땅에 박고 짖든지 30~50㎝ 근방에서 짖으면, 핸들러가 '내 개가 누군가를 발견했구나'라며 그 주변을 정밀 수색하는 게 매뉴얼"이라고 했다.
구조견은 핸들러와 1대 1 혹은 2대 2 한 팀을 이룬다고 한다. 구조견이 구조 대상자가 있다고 인지한 곳에서 짖으면 같이 있는 한 팀이 다시 구조견을 보내 정확한 반응인지 확인하는 식이다. 이 훈련관은 "구조견 두 마리가 점검을 같이 한다"며 "둘 중 한 마리가 최초로 구조 대상자를 발견하고, 나머지 한 마리를 집어넣어 재차 있는 것을 확인하면 핸들러가 마지막으로 육안으로 확인한다"고 했다.
구조견이 계속 짖고 있는데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되면 구조견이 발견한 장소에 폴리스 라인을 치거나 삼각형 깃발을 꽂는 등 표식을 하게 돼 있다고 한다. 이후 첨단 장비팀이 내시경 카메라나 서치탭, 열화상 카메라 등을 가져와 실제 그 안에 구조 대상자가 있는지 확인한다는 게 이 훈련관의 설명이다.
철근·콘크리트 쌓여…당장 구조 어려워
그러나 그는 "당장 구조하기에는 실종자가 난해한 위치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주변에 철근·콘크리트가 쌓인 데다 붕괴 우려마저 있어서다. "구조견과 핸들러의 안전이 확보돼야 구조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다.
구조견들의 야간 수색에 대해서도 이 훈련관은 "부적합하다"고 했다. 그는 "구조견이 활동하는 데 시야 확보가 안 되는 데다 수많은 철근이 튀어나와 있고, 바닥에 유리 등이 많아 현장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며 "게다가 눈이 내린 상태였고, 건물이 언제 붕괴할지 몰라 구조견과 핸들러의 안전이 확보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낮에는 난다, 긴다 하는 베테랑 1급 구조견조차 밤에는 활동성이 떨어진다"며 "안전이 확보된 외부 공간을 제외하고는 이른 새벽부터 해 질 무렵까지만 수색하고 대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포비'·'장고' 구조견 2마리 수색 중 다쳐
실제 전날 전남 순천소방서 소속 구조견 '포비'와 '장고' 2마리가 수색 도중 발을 다쳐 뒷다리 등에 붕대를 감기도 했다. '포비'는 3살 독일산 셰퍼드 수컷이고, 핸들러는 박정빈 소방장이다. 5살 말리노이즈 수컷인 '장고'의 핸들러는 손도환 소방장이다.
이 훈련관은 "오전 10시쯤 사고 현장에 들어갔다 11시쯤 수색을 마친 뒤 개체 점검 과정에서 부상을 확인했다"며 "날카로운 물건에 발바닥(패드)이 베인 찰과상이었으나, 그만큼 수색 현장이 위험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 이틀째) 22층에서 26층 사이에서 구조견들의 반응이 있었는데, 토사물이 많은 데다 바닥에 금이 가는 등 붕괴 위험 때문에 수색을 잠시 멈춘 상황"이라고 했다.
이 훈련관은 "붕괴 현장의 경우 분진이 많고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구조견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30분에서 1시간 정도 수색을 하면 1시간 이상은 쉰다"며 "구조견의 후각 능력과 건강 등을 시간대별로 체크하면서 순차적으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조견은 반려견이자 구조대원에게는 동료이자 친구"라며 "기계처럼 운용할 수 없다"고 했다.
소방당국 "위험한 상황이지만 실종자 수색 최선"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알기에 수색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구조 대상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구분한 다음 여러 팀이 번갈아가며 수색해 크로스 체크를 한다"며 "수색 중 반응이 나타난 곳은 표식을 해놓고, 다른 팀이 수색해도 동일 장소에서 반응이 나타나면 표식을 하는 식으로 구조 대상자의 정확한 위치를 좁혀 나가고, 토사물을 치우면서 구조견이 정확한 위치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수색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47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 외벽 등이 무너져 노동자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