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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비 대납' 주장 李씨 사망…"기이한 우연" vs "마타도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제보자 이모씨가 12일 숨진 채 발견된 것에 대해 야권은 “억지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무고한 희생이 뒤따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12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씨가 전날 밤 양천구 소재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앞서 이 후보가 2018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수임한 이모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현금 3억원과 상장사 주식 20억원어치를 줬다고 주장하며 관련 녹취록을 한 시민단체에 제보한 인물이다. 이 단체는 지난해 10월 해당 녹취록 등을 근거로 이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고, 현재 수원지검이 수사 중이다.

이 후보의 의혹을 둘러싼 주요 인물이 숨진 채 발견된 건 이번이 두 달 새 세 번째다. 앞서 지난해 12월 10일에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한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열흘 뒤인 21일에는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1처장이 도개공 사옥 사무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2일 서울 서초구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산업 분야 정책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2022.1.12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2일 서울 서초구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산업 분야 정책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2022.1.12 국회사진기자단

야권은 총공세에 나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 후보가 이 분에 대해서는 어떤 말씀을 하실지 기대도 안 한다”라며 “모두 지켜보고 분노하자”고 썼다. 김은혜 선대위 공보단장은 “공익제보한 국민들이 숨져간다. 모른 척 한다고 덮힐 수 없다. 이 후보가 진실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자살인지, ‘자살 위장 타살’일지 모를 이 후보 관련 사건의 주요 증인이 또 죽었다. 우연치고는 참 기이한 우연의 연속”이라며 “영화나 드라마에나 있을 법한 조폭 연계 연쇄 죽음은 아닌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위원장 김진태 전 의원)는 이날 오후 “이 후보 사건 관계자의 줄 이은 사망에 대해 검찰총장은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위는 성명서에서 “검찰의 수사무능 행태에 대해 김오수 검찰총장은 국민 앞에 즉각 사죄하고 당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피의자와 사건관계자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해 이씨 등의 사망에 대해 “간접살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벌써 세 번째 죽음이다. 영화 ‘아수라’ 현실판을 보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며 “억지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무고한 희생이 뒤따라야 하는 건가. 이 후보는 의문의 죽음에 대해 최소한 후보직 사퇴로 일말의 책임이라도 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을 향해 “몸통에 대한 수사는 안 하고 공익 제보자에게 압박을 가해 생사람을 잡았다”며 “검찰이 죽음에 대해 간접살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로 제보했던 이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등 의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2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로 제보했던 이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등 의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2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과 국민의당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장혜영 정의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 없이 관련 중요 제보자의 갑작스런 사망소식만 들려왔다”며 “대장동 게이트와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엄중한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선대위 대변인도 “정작 이 후보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가증한 미소만 띠고 공수표만 남발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철저한 수사로 모든 범죄행위를 낱낱이 밝혀 무너진 정의와 공정, 바닥까지 추락한 이 나라 품격을 바로 세워달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어쨌든 망인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장은 우리 선대위에서 낸 게 있으니깐 참고해주시면 좋겠다"고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앞서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논평을 통해 야권의 주장에 반박했다. 논평은 “먼저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조의를 표한다"면서도 "국민의힘은 이 씨의 사망과 관련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마타도어성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주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 이 후보는 고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을 밝힌다"면서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기전까지 그 어떤 정치적 공세도 자제해주실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공보단은 사법당국을 향해 "고인의 사인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규명해 일고의 의혹도 없도록 해달라"고 했고, 언론에는 "고인은 지난해 이 후보에 대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란 허위 주장으로 고발조치된 '대납 녹취 조작 의혹'의 당사자"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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