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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두절 6명 중 4명, 붕괴 현장 투입…가족 "오전까지 통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이사 가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현장 부근에서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이사 가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현장 부근에서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 등 통해 6명 중 4명 작업 투입 파악" 

광주광역시 한 고층(39층)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 과정에서 연락이 두절된 노동자 6명 중 4명이 실제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경찰이 파악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날 광주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붕괴하면서 연락이 두절된 작업자 6명 중 4명이 가족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사고 당일 실제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1명은 워낙 떠돌이에다 외톨이 생활을 했던 분이고, 다른 1명은 사고 이틀 전 전화했는데 확인이 안 된다고 한다"고 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구조 진단을 마치는 대로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콘크리트 타설 작업 과정을 알 수 있는 작업일지 등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2일 오전 전날 외벽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 주변에 설치된 임시 천막에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고 이후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프리랜서 장정필

12일 오전 전날 외벽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 주변에 설치된 임시 천막에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고 이후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프리랜서 장정필

경찰 "압수수색 통해 작업일지 확보 예정" 

경찰은 사고가 난 아파트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을 통해 실종자의 작업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실종자 가족 등에게 일일이 수소문해 파악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사상자 17명이 발생한 광주시 학동4구역의 주택재개발사업 시공업체다. 지난해 6월 9일 학동4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번 사고는 전날 오후 3시47분쯤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23~38층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아파트 외벽에서 떨어진 잔해가 인근 주차장을 덮쳐 차량 20여 대가 파손되거나 매몰됐다. 소방당국은 도로변 지상 컨테이너 등에 갇혀 있던 3명을 구조하고, 1층에서 잔해물에 맞은 1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공사에 참여한 22개 하청업체 노동자 394명 중 사고 당일 388명의 소재는 파악했으나, 나머지 6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11일 오후 3시47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1일 오후 3시47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실종자 가족 "오전까지 통화…생사 알 수 없어 불안"

이들 중 3명은 28층과 29층에서 소방 설비 작업, 다른 3명은 31층부터 34층까지 창호 작업 등에 투입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은 연락이 두절된 6명 모두 내국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실종된 6명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한 결과 5명의 휴대전화는 아파트 공사 현장 인근에, 1명은 공사 현장에서 떨어진 쌍촌동 인근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휴대전화 위치 조회는 2㎞ 반경으로 반응한다"고 했다.

붕괴 사고 이후 연락이 두절된 노동자 1명이 사고 당일 공사 현장에 출근했다는 가족의 증언도 나왔다. 실종자 가족 A씨는 전날 중앙일보와 만나 "(실종자가) 오늘 아침에 출근한 뒤 오전까지 통화도 했었다"며 "출근했는데 생사도 알 수 없어 불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12일 오전, 전날 외벽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 주변에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친 채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사고 이후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프리랜서 장정필

12일 오전, 전날 외벽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 주변에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친 채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사고 이후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프리랜서 장정필

수색 재개 위한 안전 점검 시작…드론 2대 활용

연락이 두절된 노동자들이 붕괴한 건물에 매몰됐는지 확인하려면 구조 장비와 인력이 투입돼야 하지만 추가 붕괴 위험 때문에 전날 오후 8시 이후 수색 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사고 현장 인근 주상복합상가 입주민과 상인 200여 세대도 긴급 대피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외벽에 설치된 140m 높이의 크레인이 추가 붕괴 위험성이 있어 반경 140m는 위험한 상태"라며 "전문가들의 현장 안전 점검 결과가 나와야 수색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소방당국은 12일 오전 국토안전관리원과 건설사, 외부 전문가 등을 사고 현장에 투입해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드론 2대 등을 투입하고, 진단 결과 수색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구조대가 실종자 수색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사고 현장 인근 임시 천막에 있던 실종자 가족 일부는 "가족은 왜 현장 근처에 못 가게 하느냐", "수색을 속히 재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항의하기도 했다.

11일 오후 3시47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1일 오후 3시47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유병규 현산 대표 "깊이 사죄"…실종자 가족 "발표 몰랐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은 이날 오전 사고 현장 부근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죄한다"며 "실종자 수색·구조에 만전을 기하고 2차 피해가 없게 안전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국토부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피해 회복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실종자 가족들은 "현대산업개발이 사과 발표를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리지 않아 전혀 몰랐다"며 "진정성 없는 사과"라고 반발했다.

한편 광주시는 이날 붕괴 사고가 발생한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을 포함해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건축·건설 현장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대검찰청도 이날 광주 붕괴 사고와 관련해 "광주지방검찰청·광주지방경찰청·광주지방고용노동청을 중심으로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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