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간에 매각된 옛 부산외국어대 터, 아파트 숲 되나…주민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전하고 남은 남구 우암동 부산외대 터. [사진 부산시]

이전하고 남은 남구 우암동 부산외대 터. [사진 부산시]

부산 남구 우암동 옛 부산외국어대 부지를 사들인 민간업체가 1300여 가구 아파트 건립이 포함된 개발 계획을 부산시에 제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영개발을 원한 인근 주민이 ‘잠만 자는 아파트촌 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데다 부산시 공영개발 계획이 완전히 무산될 우려가 있어서다.

부산시에 따르면 우암개발PFV㈜는 지난달 20일 ‘부산외대 부지개발 계획 검토 신청서’를 부산시에 냈다. 우암개발은 2014년 부산외대가 금정구 남산동으로 이전한 뒤 방치돼온 남구 우암동 옛 캠퍼스 부지(12만9259㎡)를 지난해 6월 낙찰받았다.

이 업체는 29층 높이 10개 동 1359가구의 공동주택과 비즈니스 파크·업무시설(공공기여시설)을 갖추되 자연녹지 8만9189㎡(69%)를 3만1355㎡(24.3%)로 줄이고, 2종 일반주거지역 4만70㎡(31%)를 용적률이 높은 3종 일반주거지역 9만7904㎡(75.7%)로 바꿔 달라고 부산시에 제안했다. 또 공공기여금으로 현금 약 840억원(용도변경 토지 감정 후 최종결정)을 내겠다고 제시했다.

우암동 부산외대 부지 공영개발을 위한 토지이용계획안. 자료:부산시

우암동 부산외대 부지 공영개발을 위한 토지이용계획안. 자료:부산시

문제의 부산외대 부지는 2019년 12월 부산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공영개발을 약속한 곳이다. LH가 규정상 입찰에 참여할 수 없어 두 차례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캠퍼스 용지를 매입해 청년주거용 행복주택과 미래산업창출센터, 주민용 임대주택 등을 건설하려 했다. 하지만 LH와 부산외대 학교법인인 성지학원 측이 여러 차례 협상했으나 서로 가격이 맞지 않아 매매가 성사되지 못했다. 부산외대는 결국 지난해 6월 3차 입찰을 해 단독 입찰한 우암개발에 터를 매각했다.

부산외대 부지는 도시 계획상 학교시설이고, 용도상 자연녹지 69%, 제2종 주거지역 31%로 돼 있다. 자연녹지에는 공동주택 건립은 불가하나 단독주택(건폐율 20%, 용적률 80%)은 지을 수 있다. 제2종 주거지역에는 15층 이하 용적률 200% 정도의 공동주택건립이 가능하다. 이 규정대로라면 우암개발은 사실상 수익을 내기 어려워 자연녹지 축소 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부산시의 공영개발 계획도 무산위기에 놓였다. LH가 최근 부산시 의견조회에 공영개발이 쉽지 않다며 사업 포기 의사를 부산시에 전달해서다. 부산시 산하 부산도시공사도 공공성을 확보하려면 사업이 어렵다며 공영 개발 불가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외대 부지와 부산항 일대. 자료:부산시

부산외대 부지와 부산항 일대. 자료:부산시

공영개발이 어려워지자 부산시는 공익성을 최대한 강화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부산시 관계자는 “민간이 개발한다면 아파트 짓지 않고는 경제성 확보방안이 없는 거로 안다”며 “대신 개발 때 공익성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병렬 우암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들은 그동안 IT산업과 벤처기업이 있는, 청년 일자리가 있는 공간으로 공영개발해주기를 원했다”며 “부산시가 계획이 있다고 해서 믿고 기다렸는데 아파트 짓는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박동철 상인회장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들어서면 우암동 일대는 잠만 자는 곳으로 변한다”며 “북항 재개발 등과 연계해 첨단기업과 기술인력 양성공간 등이 있는 곳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부산외대 부지를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대상지’로 선정해 최대한 공익성을 확보해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영개발은 무산되더라도 해운대구 재송동 한진 컨테이너야적장(CY,5만4480㎡) 부지와 같은 과정을 거쳐 개발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개발예정인 한진CY부지 전경(점선안). 부산시

개발예정인 한진CY부지 전경(점선안). 부산시

한진 CY 부지는 부산시가 준공업지역을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바꿔 주고, 민간사업자는 2000여 가구 아파트 6개 동과 함께 문화·관광콘텐트와 청년 일자리·창업공간을 조성하되 2800억원의 공공기여금을 내는 것으로 개발계획이 최근 통과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