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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먹튀’ 논란까지…카카오그룹 한달새 시총 27조 증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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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 승승장구했던 ‘카카오 군단’(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의 동반 하락이 심상치 않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매매 개시를 축하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승승장구했던 ‘카카오 군단’(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의 동반 하락이 심상치 않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매매 개시를 축하하는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공동대표에 내정된 류영준(사진) 카카오페이 대표가 ‘스톡옵션 먹튀(먹고 도망가기)’ 논란에 자진 사퇴한 데다, 실적 부진과 규제 이슈에 짓눌리며 그룹의 주가는 동반 하락 중이다. 카카오그룹의 시가총액은 한 달여 만에 27조원 증발했다.

‘카카오 군단’의 주가 하락세는 심상치 않다. 10일 카카오는 전 거래일보다 3.4% 하락한 9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가 10만원 선을 내준 건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카카오뱅크(-7.09%)와 카카오페이(-3.26%), 카카오게임즈(-0.13%)도 줄줄이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1일 기준 120조원이던 카카오그룹의 시가총액은 93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류영준

류영준

지난해 카카오 군단은 기세등등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다. 상장 뒤 2~3주 만에 카카오뱅크는 31.8%, 카카오페이는 23.6% 올랐다. 지난해 초 7만7200원(액면분할 기준)이던 카카오 주가는 6개월 만에 16만9500원(6월 23일 종가)을 찍으며 배로 뛰었다. 신작 게임 ‘오딘’의 성공에 카카오게임즈 주가도 6개월 만에 118% 상승했다.

하지만 규제 이슈와 경영진 리스크가 카카오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이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은 치명타였다.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여 만인 지난해 12월 10일 류 대표가 경영진 7명과 함께 900억원어치의 스톡옵션 44만 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형식으로 팔아 469억원의 이익을 얻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었다.

경영진 주식 처분 후 주가 29% 하락 

경영진의 일괄 주식 처분 전 20만8500원이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한 달여 만에 28.8% 하락했다. 외부와 내부 반발이 커지자 류 대표는 지난 4일 사내 간담회를 열고 사과했지만 카카오 노조는 사퇴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류 대표는 10일 자진 사퇴했다. 리더십 개편을 발표한 지 47일 만에 출범도 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카카오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카카오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류 대표는 2011년 카카오에 개발자로 합류해 카카오페이를 키워낸 일등공신이다. 류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신임하는 카카오맨으로 꼽힌다. NHN(네이버의 전신)이나 다음을 거치지 않고 카카오 사원에서 CEO 내정자에 오를 만큼 성과를 스스로 입증했다. 하지만 카카오 수장으로 내정된 류 대표가 이해 상충 문제(카카오페이에 유리한 결정을 할 위험)를 해결하겠다며 급하게 스톡옵션을 행사한 게 화근이 됐다. 핵심 경영진 8명이 상장 한 달 만에 주식을 팔아치웠다. 전례 없는 매도에, 시장에선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류 내정자는 경영진의 판단을 믿고 투자한 주주와 직원에 대한 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책임감 없이 최악의 수를 둔 상황이라, 본사 대표 사퇴는 당연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시장의 신뢰만 잃은 게 아니었다. 내부 반발이 사퇴의 결정타가 됐다. 지난 4일 류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직원과 온라인 간담회에 나섰다. 사과는 했지만, 구체적인 수습 조치는 없었다. 다음 날 카카오 노동조합은 류 내정자의 퇴진을 요구하며 쟁의 의지도 내비쳤다. 카카오 사내망에선 카카오 직원 1900여 명이 실명으로 류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노조에 동의 의사를 밝혔다. 대표 취임도 하기 전에 구성원의 신뢰를 잃은 셈이다.

이날 오후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사내 공지를 통해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가이드라인 정비 등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신규 상장기업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기업 내부자가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데도 현재는 아무 제한이 없어 문제”라며 “내부자의 매도 가능 물량을 일정 기준을 정해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달 간 카카오 그룹 시가총액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 한달 간 카카오 그룹 시가총액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경영진 리스크는 류 대표의 자진 사퇴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실적 부진과 규제 이슈는 카카오 군단에 또 다른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4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카카오의 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8.5% 늘어난 1774억원으로 예상했다. 증권사 실적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보다 15.6% 낮다. 목표 주가도 18만원에서 16만원으로 낮췄다.

카카오게임즈 실적 전망에도 밝지 않다. 지난 6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오딘’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을 직전 분기보다 58% 감소한 1412억원으로 추정했다. 이어 올해 1분기(1222억원)와 2분기(1154억원) 매출 예상치도 완만한 하락을 예상했다. 지난 6일 카카오게임즈는 14% 넘게 급락했다. 카카오뱅크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급등을 막기 위한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사업의 성장이 쉽지 않아서다.

카카오 논란 일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카카오 논란 일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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