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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장비 개막날 도착, 버스기사도 없다"…발 꽁꽁 묶인 CES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통섭 비전세미콘 대표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CES 2022 전시장에 마련한 부스에서 주요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서안의 물류대란으로 무인 자동화 바리스타 기계, 서빙 로봇 등 주력 상품이 늦게 도착해 애를 먹었다. 최은경 기자

윤통섭 비전세미콘 대표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CES 2022 전시장에 마련한 부스에서 주요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서안의 물류대란으로 무인 자동화 바리스타 기계, 서빙 로봇 등 주력 상품이 늦게 도착해 애를 먹었다. 최은경 기자

지난 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소비자가전쇼(CES 2022)가 개막했다. 하지만 미국 라스베이거스 센트럴센터(LVCC) 노스홀에 부스를 개설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비전세미콘의 윤통섭 대표는 이날 내내 애를 태워야 했다. 업계 바이어와 관람객 등에게 보여줘야 할 핵심 장비가 아직 도착하지 못해서다.

“밤새 제품 설치하니 전시기간 절반 지나”

이 회사가 지난해 11월 초 선박 편으로 보낸 장비는 개막 당일에야 도착했다. 윤통섭 대표 일행은 결국 이날 밤 행사 부스에 장비를 설치해야 했다. 윤 대표는 “밤을 새워가며 준비한 끝에 6일 오후에야 가동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이미 전시 기간(5~7일)의 절반이 지나버려 아쉬울 따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대전에 있는 비전세미콘은 반도체 후처리 공정에 들어가는 플라즈마 장비 제조기업이다. 에어커튼 원리를 활용해 비말을 통한 감염을 막아주는 비말 차단 테이블 ‘안비타’와 방역, 서빙용 자율주행 로봇이 대표 상품이다.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기반으로 지난 2020년 주문부터 결제·제조·서빙까지 무인 자동으로 운영되는 로봇 카페 ‘스토랑트’를 열기도 했다. 이번 CES 2022에도 스토랑트 브랜드를 전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바리스타 시스템과 돔형 비말 차단 테이블이 늦게 도착한 것이다. 윤 대표는 “주력 제품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첫날은 행사장 절반을 둘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8곳이 물류 때문에 전시 차질  

6일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에 따르면 비전세미콘 외에도 국내 중견‧중소기업 8곳이 이번 CES 준비 과정에서 물류 문제로 전시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파악됐다.

CES 2022 전시장. [로이터=연합뉴스]

CES 2022 전시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항구 앞바다에 한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하역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항구 앞바다에 한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하역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한범 KiCTA 부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한국에서 지난해 10월 발송한 장비‧기자재가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항만에 묶여 있기도 했다”며 “비전세미콘 장비도 간신히 가지고 온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검역 강화에다 하역 인력‧장비 부족이 겹치면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에서 선적한 화물은 그동안 통상 2~3주일이면 미국 서부에서 하역 작업을 마치고 인수가 가능했다.

실제로 미국 서안의 항만은 꽉 막혀 있는 상태다. 해운조사기관인 씨-인텔리전스는 미국 서안의 항만 적체는 전 세계 선대 공급의 약 12%가 사라진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급하게 항공편을 물색해 장비를 다시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비전세미콘은 무인 바리스타 기계가 한 대밖에 없어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한범 부회장은 “정부가 CES 참가를 지원하면서 물류비를 선박 기준으로 책정한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 앞으로는 행사 때만이라도 편도 항공편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되는 제품이 대부분 최신 IT 기기라 (선박 운송을 하면) 염분 때문에 작동 오류가 생길 수 있어 CES 참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셔틀버스 기사 구인난, 우버도 거의 없어 

이번 CES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부스 설치에도 상당히 애를 먹었다. 전시관 내 설비·장치 등을 담당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현장에서는 “셔틀버스 운전기사도 귀하다”는 말이 나온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버스 운전기사를 구할 수 없어 LA에 요청했다”며 “CES 주최 측도 버스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우버 기사도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국내 중견기업 관계자는 “직원들끼리 밤을 새워 부스를 만들었다”며 “전시장을 다니는 관람객도 2년 전과 비교해 뚜렷하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 참가한 국내 기업은 스타트업 220여 개를 포함한 400여 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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