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스템임플란트 날벼락…개미 2만명, 잠이 안 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주식 거래 중단에 주식담보대출 상환, 상장지수펀드(ETF) 손실까지. 국내 1위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발생한 1880억원 횡령 사고의 불똥이 개인 투자자에게 튀고 있다.

지난 3일 코스닥에 상장된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 거래가 중단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오는 24일까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오스템임플란트 지난해 주가 변동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스템임플란트 지난해 주가 변동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관련기사

횡령 혐의를 받는 이 회사 재무팀장 이모씨가 지난 5일 밤 경찰에 붙잡혔지만, 거래소의 실질심사 대상 여부 판단에 이씨의 체포가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거래소 관계자는 “횡령 자금 회수에는 도움이 될 테니 그 부분은 고려하겠지만, 이밖에 회사의 경영 투명성, 횡령이 발생한 이유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다행히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주가 하락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횡령액이 회사 자기자본의 91.8%에 달할 정도여서 일부라도 회수가 어려워질 경우 지난해 영업 외 손실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또 부실 경영과 내부 통제 미비 등의 논란도 불거졌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는 1만9856명으로 전체 주식의 55.57%를 보유하고 있다. 거래정지 직전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2조386억원으로 코스닥 상장사 중 19번째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스템임플란트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식 거래가 막힌 데 이어 개인 투자자는 또 다른 날벼락을 맞았다.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의 만기 연장이 막히면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4일 대출을 받은 이들에게 주식담보가치를 0원으로 변경했다고 안내했다. 대출 기한을 늘려줄 수 없다는 의미다. 교보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도 대출 만기연장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 회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투자자는 갚을 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증권사 관계자는 “만기까지 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라면 반대매매를 당하지는 않겠지만, 연체 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의에 따르면 대주주 횡령이나 검찰 고발, 부도설 등 해당 회사의 영업에 급격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시가 발생할 경우 신용매수 금지 및 신용거래 한도 축소를 적용할 수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주주 구성.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스템임플란트 주주 구성.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TF 상품 투자자도 뜻밖의 피해를 보게 됐다. 오스템임플란트를 담은 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의료기기’ ETF에서 지난 5일 기준 오스템임플란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7.19%다. 씨젠(9.73%)과 에스디바이오센서(9.40%)에 이어 세 번째로 비중이 크다. 생명기술 종목에 투자하는 ‘TIGER 코스닥150의료기기’도 오스템임플란트(3.88%)를 담고 있다. 이 두 상품에 들어간 투자금만 약 202억 원 규모다.

증권사들은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된 펀드의 판매를 속속 중단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5일 ‘삼성코스닥150 1.5배레버리지증권(주식-파생형)CE펀드’ 등 투자 자산에 오스템임플란트가 단 1주라도 담긴 77개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해당 펀드의 신규 가입을 중단한다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대신증권도 이날 ‘KB밸류포커스3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 등 오스템임플란트를 편입한 펀드 63종의 신규 매수를 중단한다고 알렸다. 미래에셋도 오스템 편입 펀드 판매를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소액주주의 집단 소송 움직임도 나온다. 한누리 법무법인은 6일 회사 홈페이지에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 등록 배너를 띄우고 피해 구제에 동참할 주주 모집에 나섰다. 한누리는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 금액을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소액주주의 피해 복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대표 소송 또는 부실 공시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