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2만여명 오스템 1800억 횡령 날벼락…집단소송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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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임플란트 업체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발생한 1880억 원 규모 횡령 사건의 용의자는 경찰에 붙잡혔으나 개인투자자의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진은 4일 오전 강서구 오스템인플란트 본사. 연합뉴스

주식 거래 중단에 주식담보대출 상환, 상장지수펀드(ETF) 손실까지.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발생한 역대금 횡령 사고의 불똥이 개인투자자에게 튀고 있다. 횡령 사건 용의자가 지난 5일 경찰에 붙잡혔지만, 개인투자자의 손실은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소액주주의 집단 소송 움직임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스템임플란트 지난해 주가 변동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 3일 국내 1위 임플란트 업체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 거래가 중단되며 개인 투자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직원 이모씨가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확인돼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공시한 뒤 거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오는 24일까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횡령 혐의를 받는 이씨가 지난 5일 경찰에 붙잡혔지만, 거래소의 실질심사 대상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거래소 관계자는 "횡령 자금 회수에는 도움이 될 테니 그 부분은 고려하겠으나 이밖에 회사의 경영 투명성, 횡령이 발생한 이유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주가 하락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횡령액이 큰 만큼 회수가 어려워질 경우 지난해 영업 외 손실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고, 부실 경영과 내부 통제 미비 등의 논란도 불거졌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는 1만9856명으로 전체 주식의 55.57%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시가총액이 2조386억원에 달한다.

오스템임플란트 주주 구성.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식 거래가 막힌 데 이어 개인투자자는 또 다른 날벼락을 맞았다.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의 만기 연장이 막히면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4일 대출을 받은 이들에게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담보가치를 0원으로 변경했다고 안내했다. 대출 기한을 늘려줄 수 없다는 의미다. 교보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도 대출 만기연장 불가 결정을 내렸다.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만기 연장을 계획했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갚을 돈을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만기까지 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라면 반대매매를 당하지는 않겠지만 연체 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의 '금융투자회사의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제3-7조에 따르면 대주주 횡령이나 검찰 고발, 부도설 등 해당 회사의 영업에 급격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시가 발생할 경우 신용매수 금지 및 신용거래 한도 축소를 적용할 수 있다.

ETF 상품 투자자도 뜻밖의 피해를 보게 됐다. 오스템임플란트를 담은 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의료장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의료기기' ETF에서 지난 5일 기준 오스템임플란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7.19%다. 씨젠(9.73%)과 에스디바이오센서(9.40%)에 이어 세 번째로 비중이 크다. 생명기술 종목에 투자하는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도 오스템임플란트(3.88%)를 담고 있다. 이 두 상품에 들어간 투자금은 약 202억 원 규모다.

'회삿돈 188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씨가 6일 새벽 서울 강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5일 오후 8시부터 피의자 주거지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소재 4층짜리 다세대 주택을 압수수색하던 중 오스템 직원 이모씨(45)를 발견해 이날 오후 9시10분쯤 체포했다. 뉴스1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된 펀드의 판매도 중단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5일 '삼성코스닥150 1.5배레버리지증권(주식-파생형)CE펀드' 등 투자 자산에 오스템임플란트가 단 1주라도 담긴 77개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해당 펀드의 신규 가입을 중단한다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이밖에 대신증권은 6일 KB밸류포커스3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 등 오스템임플란트를 편입한 펀드 63종의 신규 매수를 중단하기로 했고, 미래에셋증권 역시 관련 펀드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횡령 사건으로 인한 피해가 확산하자 소액주주가 집단 소송에 나설 움직임도 있다. 한누리 법무법인은 6일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 금액을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소액주주의 피해 복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르면 이날부터 피해구제에 동참할 소액주주 모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주대표 소송이나 부실 공시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