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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자본 투자가 번영의 근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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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종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종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올해는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도 앞길은 험난하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204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860여 만 명이 늘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의 17%에서 34%로 높아진다. 노동력의 감소는 앞으로 20년 간의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1%포인트 감소시킬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성장의 활력을 잃으면 모든 국민이 어려워진다. 고도 성장기를 보낸 5060세대는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후에 어떻게 살아갈지가 까마득하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가장 높다. 2030세대 청년들은 당장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 게다가 불안한 미래에 또 한 번 절망한다.

개인의 능력·지식·건강에 투자하면
소득증가, 삶의 만족, 국가번영 가능
교육·훈련 잘못된 제도 개선해야
새 정부 인재 육성정책부터 세우길

코로나19로 당장의 일상이 어렵다고 하지만,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개인도 국가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최우선 순위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다. 경제학에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인적자본(human capital)’으로 설명한다. 인적자본은 개인이 보유한 능력, 지식, 기술 숙련도, 건강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인적자본에 투자하여 생산성을 높이면 임금이 높아진다. 소득이 늘고 건강하면 삶의 만족이 커진다. 스스로 능력, 건강, 지식 향상을 위해 투자해야 높은 임금과 삶의 만족을 성취할 수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인적자본이 커지면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 노동력의 질이 향상되면 노동력의 양이 감소하는 상황을 상쇄할 수 있다. 생산성이 두 배인 노동자는 같은 시간에 두 사람 몫을 할 수 있다. 또한, 인적자본이 향상되면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성장이 촉진된다. 과학자가 모여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기업가가 신산업을 개척한다. 따라서 국가는 민간의 인적자본 축적을 돕는 효과적인 정책으로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 혁신에 기여해야 한다. 특히 저소득·취약계층의 인적자본 형성을 돕는 정책은 성장뿐 아니라 불평등 개선에 도움이 된다.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하도록 도와주는 직업훈련과 보육 및 학교 교육의 지원은 불평등의 세대간 대물림을 줄일 수 있다. 모두에게 현금을 나누어 주는 보편적 복지 정책보다 대상을 선별하여 인적자본에 투자하는 정책이 더 적은 국가 예산으로 장기적인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효과가 크다.

변화가 빠른 시대에 발맞추어 미래에 필요한 인적자본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5G 등 첨단기술의 융합과 빅데이터의 활용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래에는 디지털 활용능력과 더불어 ‘4C’라고 불리는 능력, 즉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성(creativity), 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이 중요하다. 정보를 습득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어린 시절부터 키워야 한다. 한국은 어느 국가보다도 교육열이 높지만, 인재를 키우는 교육과 훈련 시스템은 미흡하다. 중고생은 명문대에 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하지만, 대학은 획일적인 교육으로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 입시 제도와 대학의 교육 커리큘럼을 개선하고 융복합교육, 산학협동을 강화해야 한다. 졸업 후에도 신기술 발전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직무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제대로 된 직무훈련은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실업자가 될 확률을 낮춘다.

인적자본은 쌓는 것 못지않게 유지와 활용이 중요하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9년 9월과 2020년 2월의 대학과 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은 65.1%로 2011년 이후 가장 낮았다. 코로나 이후에는 취업률이 더욱 낮을 전망이다. 첫 일자리를 오랜 시간 동안 찾지 못하면 쌓은 지식과 기술이 퇴화되고 일자리는 점점 구하기 힘들어진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에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성과는 미흡했다.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는 만들었지만, 청년 세대를 위한 질 좋은 민간 일자리는 늘리지 못했다. 지난 4년간 비정규직 임금근로자가 149만 명이 늘고, 비정규직 비율이 32.9%에서 38.4%로 높아졌다.

한국 노동시장은 기업 간, 직종 간 임금 격차가 심하고 수직적 조직문화가 지배하는 탓에 청년들이 가고 싶은 직장이 부족하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융복합산업의 규제를 철폐하여 좋은 일자리를 더 만들고 직무환경을 개선하고 혁신 청년 창업가가 클 수 있는 창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신규 진입자가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기 쉽게 하고, 취업한 근로자들이 꾸준히 능력을 개발하여 더 나은 직장과 새로운 산업으로 이직하기 쉽게 해야 한다.

과거 반세기가 그랬듯, 한국 경제의 번영은 인재를 키우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데 달려 있다. 개인도 국가도 인적자본 투자가 미래 번영의 근간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잘못된 정책과 제도는 과감하게 개혁하고 인적자본 육성정책을 새롭게 세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