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례없는 대선 코앞 檢인사…친정부 검사 '보은 인사' 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르면 이달 말 대검검사(검사장)급 추가 승진 인사를 예고하면서 서초동이 술렁이고 있다. 과거에는 정권 말 검사장 승진 인사가 거의 없었다. 인사 시기에 이미 대선 결과가 나왔고, 새로운 대통령 취임을 앞둔 시기여서다.

하지만 올해는 대선(3월 9일) 이전에 인사 시기가 도래했다. 그런 만큼 새로운 여건에서 검사장 승진 인사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박 장관이 인사 방침을 내비친 것이다. 박 장관은 ‘중대재해 전문성 강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친(親)정부 성향 검사들이 대거 승진하는 ‘보은(報恩) 인사’ 성격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최근 소폭의 검사장 승진 인사를 예고하면서 '중대재해 분야 전문성'을 요건으로 언급했다. 사진은 박 장관이 지난 3일 경기 과천지식정보타운 공사 현장을 방문해 한 현장 노동자를 격려하는 모습. 사진 법무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최근 소폭의 검사장 승진 인사를 예고하면서 '중대재해 분야 전문성'을 요건으로 언급했다. 사진은 박 장관이 지난 3일 경기 과천지식정보타운 공사 현장을 방문해 한 현장 노동자를 격려하는 모습. 사진 법무부

박범계 “중대재해 전문성 있는 검사 발탁” 

박범계 장관은 5일 출근길에서 “(검찰 인사의) 시점은 정해진 건 없고 지금은 콘셉트를 잡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재해·시민재해와 같은 국민의 생명·신체와 같은 위험을 초래하는 사고에 대해 우리가 너무 불감증이어서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해 12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공석인 대전고검·광주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승진 인사를 시사하며 “중대재해 사건 관련 전문성 있는 검사를 발탁해 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 장관의 언급에 따라 차순길(52·사법연수원 31기)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의 ‘깜짝’ 검사장 발탁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산지검 공공수사부장을 지내는 등 공안통(선거·노동)인 차 단장은 법무부 공공형사과(옛 공안기획과)장 시절 박범계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총괄팀장을 맡아 박 장관의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차 단장은 박 장관이 최근 검사장 승진 요건으로 누차 강조하고 있는 ‘중대재해 전문성’과도 일부분 연이 닿아 있다. 지난해 8월 ‘중대 안전사고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은 그는 지난해 10월 20일 ‘중대재해 피해 법률지원 체계 구축 방안’을 직접 브리핑하기도 했다.

법무부가 소폭의 검사장급 추가 승진 인사를 예고하면서 검찰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의 모습. 뉴스1

법무부가 소폭의 검사장급 추가 승진 인사를 예고하면서 검찰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의 모습. 뉴스1

친정부 검사 승진할 듯 

이와 함께 친(親)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간부급 검사들도 승진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 정부 법무부 요직을 거친 박은정(50·29기) 성남지청장과 진재선(48·30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등이다. 박 지청장은 추미애 장관 시절인 지난해 2월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발탁된 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감찰·징계를 주도했다. 진 3차장은 조국·추미애 장관 시절 법무부 검찰과장·정책기획단장을 지내며 여권발(發) ‘검찰개혁’의 실무를 맡았다.

이를 두고 보은성 ‘알박기’ 인사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고검 차장검사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 왔던 문재인 정부의 검사장 축소 기조와도 어긋나고, 현재 검사장 승진 대상으로 거론되는 고검검사(차·부장검사)급 검사의 경우 모두 지난해 7월 보임해 법무부 예규상 필수 보직 기간(1년)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검찰 간부는 “인사에 원칙이 사라진 지 오래 아니냐”며 “검사장이 중대재해 전문성이 있으면 그 청의 전문성도 올라가느냐. 이런 인사는 전례가 없어 예측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훈(51·30기)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의 승진설(說)도 꾸준히 나온다. 다만, 그가 지휘하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수사에 대한 여론이 비판적인 상황에서 검사장 영전을 강행하기엔 무리가 있단 관측도 있다.

검찰 안에선 신성식(57·27기) 수원지검장의 서울중앙지검장 보임설도 있었지만, 대장동 의혹뿐 아니라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49)씨 관련 사건 등 여야 대선 후보가 얽힌 주요 사건이 중앙지검에 계류 중인 탓에 “이정수 현 중앙지검장에 대한 경고용 아니냐”(현직 부장검사)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주요 사건이 산적한 상황에서 중앙지검장을 교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일부 검사장 승진 인사에 따른 후속 인사를 포함해도 이번 인사는 소폭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