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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만둣국’ 욕먹은 한국계 앵커…응원 릴레이 반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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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셸 리가 “만둣국을 먹었다”고 말한 지난 1일 새해 첫 방송 장면. [인스타그램 캡처]

미셸 리가 “만둣국을 먹었다”고 말한 지난 1일 새해 첫 방송 장면. [인스타그램 캡처]

“새해 첫날 만둣국을 먹었어요. 보통 한국인들이 하듯 말이죠.”

최근 미국 전역에서 불기 시작한 해시태그 베리아시안(#VeryAsian) 열풍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의 한 방송에서 한국계 앵커의 이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시청자가 리에게 “매우 아시아적(very Asian)”이라며 “한국적인 건 혼자 즐기라”고 비난하는 음성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공개되면서다. 이를 촉발한 주인공은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 기자이자 앵커인 미셸 리(43). NBC 뉴스 계열사인 세인트루이스의 KSDK에서 일하고 있다.

리가 2일 소셜미디어(SNS)에 이 메시지를 공개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루 만에 조회 수 300만을 넘겼고 리트윗과 ‘좋아요’ 수천개가 붙었다. 유저들은 “우리 2022년엔 매일 #VeryAsian이 되자”라면서 응원했다.

대만계 이민자 출신으로 지난해 사상 최초로 아시아 여성 보스턴 시장에 선출된 미셸 우(39) 역시 리의 영상을 리트윗하면서 “우리도 새해에 만두를 먹었어요. #VeryAsian인 게 자랑스러워요”라고 썼다.

그는 4일 NBC에 “영상이 이렇게 빠르게 퍼져나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인종차별적이고 추악한 메시지가 진짜 선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인간의 선함을 보게 됐다”며 “아시아인이자 미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유색인종 미국인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모욕당하고 그보다 더한 일도 당했다는 걸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캔자스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후 기자가 된 리는 언론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인 에드워드 머로우 상을 4번이나 받은 베테랑 기자다.

한국계인 리의 부모님은 백인이다. 그는 “1998년 한국 가족과 다시 만났고, 그 이후로 한국 문화를 내 삶에 받아들이고 있다”며 입양 관련 활동에서 적극적이다. 지난해 10월 42번째 생일을 맞아 SNS에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입양될 때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함께 공개했다.

“저는 한 사람이 ‘미국적인 것’을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각자 다른 경험을 했고 공유한 그 모든 경험은 존중받아야 하죠. (메시지를 보낸) 그분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만둣국 한 그릇을 함께 하면 서로의 간극을 좁힐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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