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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대란’ 담당 안일환 전 靑 경제수석, 사임 2달 만에 주OECD대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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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OECD 대사에 내정된 안일환 전 청와대 경제수석. 안 전 수석은 건강상의 문제로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2개월만에 OECD 대사에 선임됐다. [뉴스1]

주OECD 대사에 내정된 안일환 전 청와대 경제수석. 안 전 수석은 건강상의 문제로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2개월만에 OECD 대사에 선임됐다. [뉴스1]

정부는 4일 춘계 공관장 인사를 통해 안일환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재 대사로 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안 전 수석은 기획재정부 2차관을 역임한 재무·예산 행정 전문가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파견 근무를 거쳤다”며 “OECD대사로 국익 증진에 많은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안 신임 대사의 기용은 청와대를 떠난 지 불과 54일 만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해 3월 경제수석으로 임명돼 임기를 채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지난해 11월 사임했다. 이와 관련, 안 신임 대사가 요소수 대란 당시 청와대 ‘요소수 대응 TF(태스크포스)’ 팀장이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문책성 인사란 평가가 많았다.  

당시 요소수 대란이 심화한 가장 큰 이유로는 청와대와 각 정부 부처의 ‘늑장 대처’가 지목됐고, 지난해 11월 10일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직접 “정부가 미리 대처하지 못해 불편을 초래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안 신임 대사는 유 비서실장의 사과 다음 날인 11일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정부 내에서는 이를 경질성 인사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건강 문제" 사퇴 2개월 만에 OECD대사로 

그러자 청와대는 “안 전 수석은 건강 상의 이유로 추석 전부터 사의를 표했다”고 반박했다. 원래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었는데, 요소수 문제 수습으로 오히려 좀 더 시간이 걸렸다는 취지였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요소수 대란과 관련 공식 사과했다. 사실상 정부 차원의 늑장 대처를 인정하는 내용의 사과였다. [연합뉴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요소수 대란과 관련 공식 사과했다. 사실상 정부 차원의 늑장 대처를 인정하는 내용의 사과였다. [연합뉴스]

하지만 두 달도 안 돼 그를 OECD 대표부를 이끌 대사로 발탁하면서 청와대의 이런 반박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이는 불과 2개월 만에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에서 물러날 정도로 나빴던 건강 문제가 다 회복됐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OECD 대사 임명 자체가 요소수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안 신임 대사를 챙겨주기 위한 인사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주요 국제기구의 대표부 수장 임명 절차는 통상 청와대가 직접 관여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안 신임 대사는 (경제수석에서 물러난 이후) 건강이 많이 나아졌고 그 결과 주OECD 대사직을 수락했다"며 "보다 건강이 호전된 상태로 부임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대사가 근무하게 될 OECD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했다.

이례적인 1월 인사 발표…'보은' 논란
외교부는 이날 세 명의 신임 총영사도 발표했다.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에 김영완 국무조정실 외교안보정책관이, 주시애틀 총영사엔 서은지 유엔 평화유지(PKO) 장관회의 준비기획단장이, 주시카고 총영사엔 김정한 외교부 인사기획관이 임명됐다.

가장 많은 재외동포가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재외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김영완 신임 총영사는 외교부 정책총괄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서은지 신임 주시애틀 총영사는 외교부 공공문화외교국장을 지냈다. 각국에서 고위급 인사들이 화상으로 참여한 대규모 국제행사인 평화유지장관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김정한 신임 주시카고 총영사는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으로 근무하며 어려운 한·일 관계 현안들을 직접 다뤘다. 양국 관계가 최저점을 찍은 가운데 대일 외교의 실무를 총괄하는 당국자로서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한편 외교부의 이번 춘계 공관장 인사는 전례 없는 이른 시기에 발표되며 뒷말이 무성하다. 통상 춘계 공관장 인사는 3~4월, 인사 절차가 늦어지면 5월 이후에 발표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해를 넘기자마자 인사 발표가 이뤄지며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이른바 '보은성 인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예년보다 인사 일정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통상 춘계 공관장 인사는 3월 이후에 이뤄지고, 경우에 따라 늦어지기도 하지만 가급적 빨리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며 “수개월째 공석인 직위가 있었고, 추가적인 공석 조짐도 있어 가급적 공석 기간을 단축하려고 기타 여러 일정을 감안해 인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오는 3월 대선이 인사 발표를 앞당긴 ‘기타 여러 일정’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종합적으로 여러 요소를 고려했다”고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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