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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70% '탈석탄' 선언…공공보다 민간이 기후대책 적극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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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강원도 강릉 안인리에 건설중인 석탄 화력발전소 모습. 장진영 기자

강원도 강릉 안인리에 건설중인 석탄 화력발전소 모습. 장진영 기자

지난해 국내 금융기관이 앞다퉈 탈(脫)석탄을 선언했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한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민간 기관보다 공적 기관이 더 소극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선언했지만 정책은 없다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은 4일 국내 주요 금융기관 100개의 탈 석탄 기후변화 정책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분석 대상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 정책금융기관 등 6개 부문으로 나뉘었다. 평가 기준은 독일의 비영리기관인 우르게발트(Urgewald)의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Global Coal Exit List)’에 기반해 만들었다.

민간 금융기관 중 기후변화 정책 우수 사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민간 금융기관 중 기후변화 정책 우수 사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앞서 지난 4월 정부는 신규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한다 밝혔다. 이후 민간에서도 ESG 경영을 선언한 대형 금융기관에서 탈석탄이 화두로 등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0개 금융기관 중 70개가 ‘탈석탄 선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30%는 기후변화 위험 관리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대책도 수립하지 않았다.

탈석탄을 선언한 70개 금융기관도 대부분 실효성 있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까지는 내놓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금융기관은 대체로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사업 중단' 정책만을 채택했다. 금융권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석탄의 생산·유통·소비 등 가치사슬 전반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기후솔루션은 설명했다.

보고서는 실효성 있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수립한 대표적 기관으로 SC제일은행·삼성화재·미래에셋증권 3개사를 꼽았다. 이들 금융기관은 석탄 사업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투자를 제한하는 기준을 세워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SC제일은행의 경우 외국계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글로벌 모기업의 기후변화 정책을 동일하게 적용해 상위권을 차지했다.

공적 부문이 민간보다 소극적

한편 국내 공적 금융기관의 경우 탈 석탄 투자에 대해 민간기관보다 더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운용 규모가 약 900조원인 국민연금공단은 신규 석탄발전소에 투자하지 않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석탄 채굴과 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제한 전략은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의 탈 석탄 선언으로 해외 석탄 발전사업에 투자하지 않게 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도 석탄 관련 사업 전반에 대한 투자 기준은 없다.

공공 금융기관 중 기후변화 정책 평가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공공 금융기관 중 기후변화 정책 평가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글로벌 기준에 비하면 국내 금융기관의 탈 석탄 점수는 낙제점 수준이다. 선언만 할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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