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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늘려달라"는 공수처…與개정안 압권은 "무제한 파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자와 야당 의원 등 수백 명을 불법 사찰했다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공수처가 여당의 힘을 빌려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 등으로부터 인력 파견도 검토하고 있어 중립성 논란까지 더해졌다. 야권에선 “인력을 늘릴 게 아니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사퇴하고 공수처를 해체해야 한다”라는 목소리를 낸다.

작년 김진욱 “정원 늘려달라” 요구에 여당 줄줄이 개정안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공수처 몸집을 더 불릴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공수처법 개정안이 4건 이상 계류 중이다.

개정안 발의는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했다. 이수진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법안은 40명 이내로 돼 있는 공수처 수사관 정원을 50명 이내로, 20명 이내인 행정직 직원 정원을 40명 이내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송기헌 의원은 7월 한술 더 떠 공수처 행정직원 정원을 60명 이내까지 늘리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최기상 의원은 10월 “공수처가 공소제기와 그 유지 직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장에게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라는 조항을 새로 끼워 넣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압권은 소병철 의원이 11월에 낸 개정안이다. “검찰청으로부터 파견 받은 검찰수사관을 공수처 수사관의 정원(40명 이내)에 포함하도록 한 현행 공수처법의 단서조항을 삭제한다”라는 내용으로 검찰수사관을 무제한으로 파견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이미 경찰수사관에 대해선 제한 없이 파견 받고 있다.

여당 의원들이 앞다퉈 이런 개정안을 쏟아내는 것은 공수처가 지난해 1월 출범 이후 계속해서 정원 확대 등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해 6월 17일 기자 간담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을 한다면 정원을 얼마나 확충하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현재 검사 정원 25명 이내, 수사관 정원 40명 이내를 다 채워도 광주지검 순천지청 규모도 안 된다”라며 적어도 공수처법이 통과되기 전의 원안인 ‘검사 50명 이내, 수사관 70명 이내’ 정도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의 개정안 발의가 잇따른 것이다.

공수처, 경찰·법무부로부터 인력 파견도 추진

외부 인력 수혈도 신경 쓰고 있다. 공수처는 이달 안으로 파견 경찰수사관 34명 전원이 경찰로 복귀하는 것에 맞춰 “수사력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라며 새롭게 경찰수사관 10명가량을 파견받는 방안을 경찰·인사혁신처 등과 협의 중이다.

또 공수처는 중립성 훼손 우려를 무릅쓰고 법무부로부터 자문 명목으로 인력을 파견받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마지막 날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공수처에서 원하시면 수사현안에 직접 관여하는 게 아닌 자문 차원의 파견은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날에는 기자 간담회에서 “법무부에서 축적한 수사 노하우 등에 대해 도와드릴 부분이 있고 원하시면 파견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와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다. 공수처가 압수수색 박스를 들 때마다 위법 논란이 불거지고 최근엔 불법 사찰 논란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현안 질의에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김진욱 공수처장에게 “국민들이 공수처의 불법적인 행위를 보면서 공수처의 인력 늘려주는 걸 찬성하겠나”라며 “공수처가 ‘일 잘하고 있으니까 인력 늘려달라’ ‘세금 좀 더 쓰겠다’ 이야기할 수 있나”라고 질책했다. 김진욱 처장은 “유념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직전 의원총회 중이던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해 12월 30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직전 의원총회 중이던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 김진욱 사퇴촉구 결의안…윤석열 “엽기적 수사기관”

국민의힘의 김기현 원내대표 등 의원 105명은 3일 국회에 김진욱 공수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공수처 폐지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문화일보와 인터뷰 기사를 통해 “저런 엽기적인 수사기관이라면 어떻게 존속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집권하면 공수처를 즉시 폐지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김진욱 처장에 대한 구속 수사 요구도 잇따른다.

김진욱 처장은 사찰 논란에 대해 “과잉 수사였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적법한 수사였다”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달 1일 신년사를 발표하며 “공수처가 하는 업무가 주목의 대상이 되고 중요도가 있다 보니 단지 업무 처리가 적법했는지 차원을 넘어서서 적정했는지 차원에서 비판과 검증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선진국민이 된 대한민국 국민께서는 업무 처리에 있어서 단지 법에 어긋난 점이 없는지 차원을 넘어서서 적절하고 적정했는지의 차원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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