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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깜짝 출산’ 다이앤 크루거 “30살에 낳았다면 후회했을 것”

중앙일보

입력

“아침 9시까지 늘어지게 잤어요. 혼자서 저녁을 먹고 칵테일을 마셨죠. 일을 하러 왔는데도 휴가를 온 것 같아요!” 2018년 11월 깜짝 출산 이후 지난달 처음으로 호텔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는 할리우드 스타 다이앤 크루거(46)도 ‘자유부인’(육아에서 잠시 벗어난 엄마) 찬스 앞에선 영락없는 보통 엄마였다. 아일랜드에서 영화 ‘말로’를 촬영 중인 크루거는 1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엄마이자 배우로서 삶과 생각을 공개했다.

지난 7월 7일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다이앤 크루거. 그는 영화 '심판'으로 2017년 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AP=연합뉴스

지난 7월 7일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다이앤 크루거. 그는 영화 '심판'으로 2017년 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AP=연합뉴스

크루거는 베테랑 모델에서 2004년 영화 ‘트로이’를 통해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2017년 ‘심판’으로 칸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며 배우로서 최정상에 올랐다. 그런 그가 꼽는 ‘가장 놀라운 배역’은 미국에서 오는 7일 개봉하는 ‘355’에서 맡은 독일 블랙요원이다. 출산 직후 복귀작이 몸에 딱 붙는 옷을 입은 채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강도 높은 액션물이어서다. ‘355’는 일급비밀 무기를 손에 넣은 글로벌 범죄조직을 타파하기 위해 세계 각국 요원이 팀을 이룬다는 내용으로, 제시카 차스테인, 루피뇽늉오, 페넬로페 크루즈, 판빙빙 등 글로벌 여배우가 총출동해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을 촬영하기 위해 크루거는 전담 스턴트맨과 함께 권투와 체력단련으로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그는 “임신과 출산으로 망가진 몸을 다시 단련하는 건 마치 신병훈련소에 입소한 것 같았다”면서 “다른 배우들과 비슷한 체력을 회복하기까지 몇 주가 걸렸다”고 토로했다. 크루거가 “촬영장에서 가장 좋았던 경험”으로 꼽는 건 차스테인의 아이디어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가족 친화형’ 세트다. 40대, 엄마, 배우란 공통분모로 빠르게 친해진 배우들은 지금까지도 메신저로 수다를 떤다.

15살 모델 데뷔…‘심판’으로 칸 여우주연상

다이앤 크루거. AP=연합뉴스

다이앤 크루거. AP=연합뉴스

독일 출신인 크루거는 그러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는 “아주 엄격한 가톨릭 교육이 너무 싫었다”며 “막연하게 나는 이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세상을 보고 싶었다”고 했다.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과 부모님의 이혼으로 그의 불행은 더 커졌다. 런던 최고 명문 로얄발레학교에 다녔지만, 13살 때 부상으로 발레리나 꿈을 접었다. 전화위복이었을까. 독립의 꿈은 빨리 이뤄졌다. 15살 때 독일의 모델 대회에서 우승해 파리로 이주하면서다. 그는 “감시하는 사람도 없고 처음 맛본 자유였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15살 딸이 파리로 간다고 하면 ‘미쳤다’고 하죠. 인생에서 ‘믿음’이라는 가장 큰 선물을 준 엄마에게 너무 감사해요.”

모델 데뷔가 독일을 떠나 인생의 모험을 시작한 출발점이었다면 두 번째 터닝포인트는 다시 독일로 돌아가 찍은 영화 ‘심판’이었다. 할리우드 스타로 부족한 건 없었지만 뭔지 모를 갈망을 느꼈다. 모국어로 영화를 찍고 싶어 파티 아킨 감독을 찾아가 배역을 자청했다. 실제로 사랑하는 이를 범죄로 잃은 사람들을 만나 영화를 준비했다. 그는 “처음으로 애끊는 슬픔을 목격했다”며 “이 영화는 나와 내 연기가 아닌 실제 아픔을 당한 이들에게 존경심을 보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지난 9월 30일 엄마(오른쪽)와 함꼐 뉴욕 시티 발레단 패션갈라쇼에 참석한 다이앤 크루거. AP=연합뉴스

지난 9월 30일 엄마(오른쪽)와 함꼐 뉴욕 시티 발레단 패션갈라쇼에 참석한 다이앤 크루거. AP=연합뉴스

이때는 크루거 개인적으로도 불행이 한꺼번에 닥쳤던 시기이기도 하다. 할머니와 25년을 함께 했던 새아버지가 잇달아 세상을 떠났고, 10년간 사귄 남자친구 조슈아 잭슨과도 결별했다. ‘심판’ 촬영이 끝나고 6개월간은 일을 하지 않았다. 슬픔에 잠긴 엄마와 함께하는 게 우선이었다. 크루거는 “그때 가족과 더 가까워지면서 인생을 재설정하게 됐다”고 했다. “인생에서 창문 한쪽이 닫히면 다른 한쪽이 열린다고 하나요. 결국 내 아이의 아버지가 될 사람도 만났죠.” 2015년 영화 ‘스카이’에서 노만 리더스를 만났고, 2018년 11월 딸을 낳았다. 그는 “육아를 도와주는 엄마와도 (이른 독립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는 결혼 안 하겠다”더니 깜짝 약혼

다이앤 크루거와 노만 리더스, 그리고 딸. 크루거는 가족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보다 더 열정적이고 깊이 사랑해본 적 없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다이앤 크루거와 노만 리더스, 그리고 딸. 크루거는 가족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보다 더 열정적이고 깊이 사랑해본 적 없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다이앤 크루거의 약혼남 노만 리더스와 딸. 크루거는 가족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보다 더 열정적이고 깊이 사랑해본 적 없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다이앤 크루거의 약혼남 노만 리더스와 딸. 크루거는 가족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보다 더 열정적이고 깊이 사랑해본 적 없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리더스와 함께 딸을 키우는 크루거는 최근 ‘딸바보’인 아이 아빠와 약혼했다. 지난 2006년 기욤 카네와 이혼하면서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던 그다. 뭐가 그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걸까. 모성애? 팬데믹? 웃으면서 “모두다”라고 답한 그는 “뭔가 딱 집어서 말할 순 없다”고 했다. “우리가 언제 결혼할지 누가 알겠어요? 저는 아직도 내 반지를 보고 ‘와, 미쳤구나’ 생각해요.” 그는 가족과 함께 채울 2022년을 누구보다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우리가 가족으로서 무엇이 되고 싶고, 어디에 있고 싶은지를 정의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면서다.

딸과 함께 누리는 지금의 행복을 10년만 더 앞당겼다면 어땠을까.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30살에 아이가 없었던 게 너무 다행이에요. 그땐 엄마로서 포기해야 하는 모든 것들을 포기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파티와 여행 등 하고 싶은 건 모두 했던 30대의 열정과 애정을 이제 100% 딸에게 줄 준비가 됐죠. 30살 땐 그럴 준비가 안 됐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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