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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역병은 썩 물렀거라” 범 내려온다, 임인년 새해가 열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육십간지(六十干支) 중 39번째인 임인년(壬寅年)으로 천간(天干)의 임(壬)이 흑색, 지지(地支)의 인(寅)은 호랑이를 뜻해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도 불러요. 우리 민족 최초의 나라 고조선 건국에 얽힌 단군신화부터 각종 설화·전래동화뿐 아니라 『삼국사기』『조선왕조실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호랑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처럼 오랫동안 이 땅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한 호랑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호랑이는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하며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이 됐다. 사진은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에 살고 있는 호랑이 한청.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는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하며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이 됐다. 사진은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에 살고 있는 호랑이 한청.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백두산호랑이(학명 Panthera tigris altaica)는 한반도부터 중국 동북지역, 러시아 극동지역에 걸쳐 서식한 호랑이의 한 종류입니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한국호랑이, 조선범, 한국범, 시베리아호랑이, 아무르호랑이, 우수리호랑이 등으로도 부르죠. 우리나라에선 역사적으로 백두산 일대를 비롯한 한반도가 주 서식지였기에 백두산호랑이라는 명칭을 주로 사용합니다. 현재 살아있는 호랑이 종류 중 가장 체구가 크며, 북한·중국·러시아 접경지역 및 연해주를 중심으로 약 500마리 정도가 살고 있죠.

주로 아시아 대륙에 살았던 호랑이는 20세기 9개 아종(종(種)의 바로 아래 단계로 종을 세분화한 생물 분류 단위) 중에서 4종(발리·자바·카스피·남중국)이 야생에서 멸종했습니다. 남중국호랑이의 경우 동물원 등에 아주 소수만 살고 있죠. 남은 5종(벵골·인도차이나·말레이·시베리아·수마트라)의 야생 호랑이를 전부 합쳐도 세계적으로 수천 마리밖에 남아있지 않아 IUCN 적색목록에 위기(EN·Endangered)종으로 올랐어요.

호랑이 돋보기

호랑이 돋보기

10만 년 이상 한반도에 서식하며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경복궁에 나타나는 등 우리 주변에 살던 호랑이는 일제강점기 절멸에 가깝게 줄어듭니다. 조선총독부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짐승을 잡아 없앤다는 ‘해수구제(害獸驅除)’ 사업을 벌여 1915년부터 대대적인 사냥에 나섰죠. 호랑이를 비롯해 표범·곰·늑대 등도 떼죽음을 당했어요. 사진 등 자세한 포획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는 1921년 경북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한 마리가 마지막으로 호랑이는 남한 지역에선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호랑이가 이 땅에 살았던 흔적은 구석기시대 충북 청주시 두루봉 동굴유적에서 발견된 뼈부터 청동기 반구대 암각화, 고구려 고분벽화, 민화와 각종 장식품, 설화·지명·속담 등 다양하게 남아있는데요.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하며 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이 된 호랑이를 만나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호랑이 나라’로 떠났습니다. 호랑이에 관한 상징과 문화상을 조명하기 위해 국립민속박물관이 마련한 특별전시죠.

‘호랑이 나라’에서 만나는 문화적 호랑이 

장채원 학생기자·조하나 학생모델을 맞이한 건 용맹하게 포효하는 호랑이 그림, ‘맹호도’였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김형주 학예연구사는 “호랑이가 어떤 동물인지 알려주는 다양한 유물로 전시를 시작한다”고 소개했죠. 예로부터 호랑이의 용맹함으로 나쁜 기운(액)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의미로 호랑이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요. 이 ‘맹호도’는 호랑이 그림을 잘 그려 ‘황호랑이’라고도 불린 우석 황종하의 작품이었죠. 간략하게 호랑이의 생태와 습성을 알아본 학생기자단은 생물도감 대신 국어사전 앞에 섰습니다.

십이지의 호랑이 장식품(왼쪽)과 암수 한 쌍을 이룬 호랑이 목각인형.

십이지의 호랑이 장식품(왼쪽)과 암수 한 쌍을 이룬 호랑이 목각인형.

“1950년대 한글학회에서 편찬한 우리말 사전이에요. 여러분은 호랑이라고 하는 게 더 익숙할 텐데요. 사전을 보면 호랑이보다 범에 실린 내용이 더 많죠. 뜻풀이와 설명을 보면 당시 호랑이보다 범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단어의 쓰임도 변했음을 알 수 있어요.” 두 사람은 범 설명에는 호랑이 그림도 그려져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죠.

호랑이를 비롯한 열두 띠동물을 나타내는 십이지는 말 그대로 12년에 한 번씩 돌아옵니다. 김 학예연구사는 “같은 주제지만 다른 전시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한다”며 다양한 십이지 유물을 선보였죠. 찻잔·재떨이 같은 생활 소품부터 휴대용 해시계·나침반에도 십이지가 활용되고 있었어요. 십이지는 시공간을 나타내는 데도 쓰였거든요. 호랑이는 공간적으로 동북동, 시간적으로는 인월(寅月·음력 정월)과 인시(寅時·오전 3~5시)를 나타냅니다. 사찰에서 큰 행사를 할 때면 각 방위에 해당하는 십이지를 신의 모습으로 그려 걸고 잡귀를 막는 역할을 맡겼죠. 전시된 십이지신도의 호랑이는 긴 칼을 들고 잡귀를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1880년대 당사주 보는 그림과 호랑이띠 설명이 나온 당사주책을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1880년대 당사주 보는 그림과 호랑이띠 설명이 나온 당사주책을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그중 흥미로운 건 태어난 해의 띠동물로 성향을 따지거나 궁합을 보고 신년 운세를 점치는 당사주 관련 유물이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1880년대 당사주 보는 그림과 호랑이띠에 관한 설명이 나온 당사주책을 한참 들여다봤어요. 호랑이띠는 용감하고 진취적이며 솔직한 성향이라고 하네요.

김 학예연구사는 호랑이 상징과 문화상을 다룬 2부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를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제목 그대로 호랑이가 우리 문화에서 어떤 상징으로 쓰이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여주는 유물을 모았어요. 용맹한 호랑이를 액을 막는 방패로 썼다고 했는데, 이는 무덤을 지키는 역할로도 활용되고, 마을을 지켜주는 산신의 모습으로도 나타납니다. 조선 이전에는 호랑이 자체가 산신으로 여겨졌는데, 점차 산신의 조력자 모습으로 변하게 되죠. 산신당 등에 걸린 그림을 보면 호랑이는 산신을 태우거나, 옆에 앉아 있곤 해요.”

산신으로 여겨지던 호랑이는 시간이 지나며 점차 산신의 조력자 모습으로 변했다. 호랑이를 탄 산신상.

산신으로 여겨지던 호랑이는 시간이 지나며 점차 산신의 조력자 모습으로 변했다. 호랑이를 탄 산신상.

여러 산신도와 산신상을 비롯해 단군신화 삽화, 죽은 이를 묘지로 옮길 때 쓰는 상여에 장식한 인형(꼭두), 20세기 건축물에 사용된 호랑이가 조각된 판석 등을 차근차근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용맹한 호랑이인데, 간혹 너무 귀엽거나 고양이처럼 보이는 유물도 있다”며 질문을 던졌죠. “신으로 여길 만큼 경외시한 존재지만, 이를 역으로 뒤집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에서 나온 게 아닐까 해요. 지금 여러분은 호랑이를 동물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있는 모습 정도만 보잖아요. 옛날에는 호환, 즉 호랑이에게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어요. 개항 이후 조선에 왔던 서양인 비숍이 쓴 책에 ‘조선 사람들은 1년의 반은 호랑이를 사냥하고, 나머지 반은 호랑이가 조선 사람들을 사냥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죠. 그만큼 두렵고 센 동물을 역설적으로 친근하고 해학적인 대상으로 표현한 겁니다.”

액을 막기 위해 호랑이를 새긴 목판으로 찍어낸 부적. 20세기에도 호랑이 부적은 벽사의 수단으로 사용됐다.

액을 막기 위해 호랑이를 새긴 목판으로 찍어낸 부적. 20세기에도 호랑이 부적은 벽사의 수단으로 사용됐다.

벽사적 의미로 호랑이 그림을 그린 것을 넘어 호랑이 부적까지 만들었음에도 전래동화나 설화 속 호랑이가 때론 어리석고 우스꽝스럽게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호랑이는 벽사와 더불어 은혜를 갚는 보은의 상징으로도 쓰입니다. 작호도를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김 학예연구사는 “장수를 의미하는 소나무를 배경으로 기쁨을 뜻하는 까치와 함께 호랑이를 그린 것”이라며 “그림 소재 하나하나에도 다 뜻이 담겼다”고 설명했죠.

'호랑이 나라' 전시를 기획한 김형주(맨 오른쪽) 학예연구사가 벽사와 더불어 용맹의 상징으로 사용된 호랑이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옛날에는 호랑이와 표범을 통칭해 범이라 불렀다.

'호랑이 나라' 전시를 기획한 김형주(맨 오른쪽) 학예연구사가 벽사와 더불어 용맹의 상징으로 사용된 호랑이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옛날에는 호랑이와 표범을 통칭해 범이라 불렀다.

이러한 호랑이에 대한 믿음은 생활소품에도 나타납니다. 문무관이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쓴 붉은 모자 주립에는 호수(호랑이 수염, 대나무로도 만듦)을 장식했고, 여성들은 호랑이 발톱 노리개를 달았죠. 5~6세 남자아이에겐 여기에 용맹하게 자라라는 기원을 더해 호랑이를 수놓은 모자 호건을 씌웠고요. 결혼할 때 신부가 타는 가마에는 호랑이 가죽이나 호랑이 무늬 덮개를 얹어 액막이로 사용했습니다. 심지어 말에 다는 말방울에도 호랑이 무늬를 새겼죠.

신부가 타는 가마에는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의미로 호랑이 가죽, 혹은 호랑이 가죽 무늬 덮개를 덮었다.

신부가 타는 가마에는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의미로 호랑이 가죽, 혹은 호랑이 가죽 무늬 덮개를 덮었다.

우리 문화에 다양하게 나타난 호랑이의 위상은 현대에 와서도 건재합니다. 각종 호랑이 이야기가 담긴 책을 비롯해 우표·연하장·달력이 계속 나오는 건 물론이고요. 우리나라 지도를 호랑이 모양으로 그리기도 하죠. 군부대와 대학교, 스포츠팀 등에서도 호랑이를 상징으로 쓰곤 해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하계·동계올림픽 두 번 모두 호랑이를 마스코트로 삼았습니다. 서울올림픽의 호돌이와 평창올림픽의 수호랑이죠. 김 학예연구사는 “넥슨코리아와 협업해 도트게임으로 표현된 호랑이 영상도 전시하고, 게임에서 쓸 수 있는 호건 아이템 이벤트도 마련했는데 인기가 많아 현재 잠시 중단한 상황”이라고 귀띔했어요.

우리나라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호랑이는 두 번의 올림픽에 모두 마스코트로 활약했다. 88서울올림픽의 호돌이(왼쪽)와 평창올림픽 수호랑.

우리나라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호랑이는 두 번의 올림픽에 모두 마스코트로 활약했다. 88서울올림픽의 호돌이(왼쪽)와 평창올림픽 수호랑.

조선 순조 때 한양의 세시풍속을 정리한 책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를 보면 정월(음력으로 한 해의 첫째 달)에 벽사의 의미로 호랑이 그림을 그려 붙였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2022 임인년 호랑이해를 맞아 옛 선조들처럼 호랑이 그림을 그려 집에 붙여보는 건 어떨까요. 호랑이의 용맹한 기운으로 코로나19 같은 액을 막아주길 기원하면서요.

‘호랑이 나라’ 
장소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2
기간 3월 1일(화)까지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5시(4시까지 입장)

호랑이에 관한 상징과 문화상을 조명하는 특별전시 '호랑이 나라' 를 취재한 조하나(왼쪽) 학생모델·장채원 학생기자가 호랑이처럼 용맹한 포즈를 취했다.

호랑이에 관한 상징과 문화상을 조명하는 특별전시 '호랑이 나라' 를 취재한 조하나(왼쪽) 학생모델·장채원 학생기자가 호랑이처럼 용맹한 포즈를 취했다.

‘호랑이숲’에서 만나는 살아있는 호랑이

1921년 대덕산 호랑이 이후에도 조선총독부 통계 등을 살펴보면 호랑이 사냥 기록이 나옵니다. 1919~24년에는 65마리, 1933~42년에는 8마리 호랑이가 잡혔는데, 1933년부터는 함경북도 등 북한에서만 호랑이를 포획했어요. 이후 기록으로는 1993년 자강도 낭림산에서 생포한 호랑이 가족 3마리가 마지막이죠. 그중 한 마리 ‘낭림’이가 남북관계 화해 분위기를 타고 1999년 서울대공원에 오기도 했어요. 북한은 현재 백두산 등 호랑이 서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5월 호랑이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과거부터 우리와 함께 살아와 우리나라를 대표하게 된 호랑이지만 이제 인간이 노력하지 않으면 영영 보지 못하게 될 처지가 된 거죠.
멸종위기인 백두산호랑이 종을 보전하고 야생성을 지키기 위해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가 세워졌어요. 문수산 자락에 자리 잡은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 ‘호랑이숲’은 2010년 1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2015년 12월 준공, 2018년 5월 일반 대중에 개방했죠. 축구장 약 4개를 더한 넓이와 비슷한 3.8ha(3만8000㎡) 규모로 동물관리동(관리실·사육장)과 방사장 등을 갖춰 10마리의 호랑이를 동시 수용할 수 있습니다. 호랑이에 적합한 자연 서식지와 가까운 드넓은 초원 형태로 만들어져 동물 복지가 우수한 편이에요.

호랑이숲 호랑이들 중에서도 사이가 좋은 한청(왼쪽)이와 우리. 장난기 많은 우리가 한청이에게 놀자고 하는 경우가 많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 호랑이들 중에서도 사이가 좋은 한청(왼쪽)이와 우리. 장난기 많은 우리가 한청이에게 놀자고 하는 경우가 많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에는 2017년 1월 처음으로 두 마리의 수컷 호랑이가 들어왔죠. 당시 16세였던 두만이와 12세 금강이는 수목원을 관리하는 산림청이 중국에서 기증받은 호랑이였어요. 안타깝게도 금강이는 오래지 않아 죽고, 이후 같은 해 6월 서울대공원에서 한청(암컷)이와 우리(수컷)가 옮겨왔죠. 세 마리의 호랑이는 2019년 새 식구를 맞이합니다. 서울대공원의 도(암컷)·한(수컷) 남매가 4월에 이사를 했죠.

5마리 호랑이들의 맏형이자 국내 최고령 호랑이 두만이는 숲에서 4년을 보내고 노환으로 2020년 12월 20일 20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습니다. 호랑이 수명은 야생에서 13~15년, 동물원 등 사육 환경에서 관리받는 경우 17~20년 정도로 알려져 있죠. 두만이가 떠난 슬픔도 잠시, 올해 10월 태범(수컷)·무궁(암컷) 남매가 호랑이숲에 들어왔습니다. 범궁남매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에버랜드 스타 호랑이예요.
범궁남매는 에버랜드와의 동식물 교류 및 공동 연구를 위한 MOU를 통해 호랑이숲에 유학을 왔어요. 지난해 2월생으로, 생후 1년 6개월~2년 사이 어미로부터 독립을 시작하는 백두산호랑이의 습성을 감안한 프로젝트입니다. 앞으로 2년간 호랑이 생태를 공동 연구하게 되죠. 국내에는 현재 시베리아·벵골 등을 포함해 90여 마리의 호랑이가 동물원 등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중 백두산호랑이의 개체 수가 적어 한계가 있던 번식·질병 등 연구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호랑이숲 호랑이 소개

호랑이숲 호랑이 소개

여섯 마리가 된 호랑이는 관리자 1명과 사육사 5명, 수의사 1명이 함께 돌보고 있어요. 호랑이의 하루 일과는 꽤 단순합니다. 호랑이들은 각자 방(내실)에서 머물다 오전 10시쯤 방사장으로 나가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하루를 즐겨요. 밤사이 자신의 영역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점검 차원에서 둘러본 뒤에는 보통 편한 곳에서 잠을 자곤 하는데요. 호랑이 등 고양잇과 동물들이 자는 시간을 다 더하면 하루에 20시간 가까이 되죠. 호랑이숲을 방문해 움직이는 호랑이를 보고 싶다면 아침 일찍 오는 게 좋을 거예요.
방사장 곳곳에는 호랑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공이나 놀이시설도 마련돼 있죠. 이는 오락 요소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과 활동성, 야생성 증진에 도움을 주는 행동 풍부화 시설물 중 하나입니다. 공놀이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여러 산책로를 돌아다니며 다른 호랑이들과 교류도 하며 시간을 보낸 호랑이들은 오후 4~5시 정도에 각자의 방으로 돌아와 먹이도 먹고 휴식하게 되죠. 사람은 하루에 세 끼를먹지만, 이곳의 호랑이는 하루에 한 번 먹이를 먹는 시간이 돌아옵니다. 센터에선 닭고기 약 4~5마리, 소고기 1~1.5kg 등 약 3~5kg 정도를 제공하죠.

호랑이들의 건강과 활동성을 증진하기 위해 설치한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모습.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들의 건강과 활동성을 증진하기 위해 설치한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모습.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먹이를 안 먹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는 수의사가 적절한 검진과 치료를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두만이가 19세가 됐을 땐 건강관리 자문위원을 초빙해 공동 검진(관찰)을 하기도 했죠. 당시 노령으로 인한 사지의 퇴행성관절염 및 양쪽 앞다리의 내형성 발톱으로 보행에 장애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는데요. 소염진통제 투약 및 사료 급여량 조절 등 두만이의 통증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특별 관리를 했어요.
2005년생 한청이와 2011년생 우리는 나이가 꽤 차이 나는 데도 친하게 지냅니다. 베테랑 호랑이 사육사 민경록 주임은 “우리와 한청이는 호랑이숲에 와서 얼굴 익히기 활동과 약간의 힘겨루기 등을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자신의 서열을 받아들이면서 친해졌다”고 했죠. 지난 10월 25일 유학 온 태범이와 무궁이의 경우 다른 호랑이들을 인식할 뿐, 아직 만나지는 않았는데요. 민 주임은 “호랑이들은 야생에서도 각각 개별 행동을 한다”며 “많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서로를 인식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 (만남을) 진행해요. 태범·무궁이도 다른 호랑이와의 얼굴 익히기가 천천히 진행될 겁니다”라고 설명했죠. 범궁남매는 앞으로 5~6개월 정도는 계속 적응하는 데 시간을 보낼 예정이에요. 대방사장에 나와 일반 사람들을 만날 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으로 조성된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 호랑이숲에서 뛰노는 호랑이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으로 조성된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 호랑이숲에서 뛰노는 호랑이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들끼리는 소통할 때 다양한 소리나 행동으로 표현하죠.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기 위해 큰 나무에 소변 등 분비물로 영역표시를 하거나 나무를 발톱으로 긁어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호랑이와의 공존에 대한 질문에 민 주임은 “사육사로서 관리 중인 동물과 교감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동물 또한 그렇게 느껴주고 표현한다면 아주 기쁠 듯하다”고 밝혔어요. 이어 “하지만 호랑이 같은 야생동물은 야생성을 지키기 위해 길들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죠.
멸종위기 호랑이를 지키기 위해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는 야생과 유사한 자연환경에서 넓은 활동 공간을 제공해 호랑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호랑이숲의 호랑이들을 만나러 올 때 주의할 점이 있어요. “호랑이는 예민한 동물입니다. 큰소리를 내거나 방사장 안쪽으로 뭔가를 던지는 행동은 절대 하면 안 돼요. 호랑이가 스트레스를 받으니 조용히 눈으로만 봐주세요.”

호랑이숲 호랑이들 중에서도 사이가 좋은 한청(오른쪽)이와 우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 호랑이들 중에서도 사이가 좋은 한청(오른쪽)이와 우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
장소 경북 봉화군 춘양면 춘양로 1501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내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4시(동절기 11~2월, 하절기엔 오후 5시까지, 매주 화~일), 입구에서부터 이동시간(30분)을 고려해 호랑이숲 마감 1시간 전까지 수목원 입장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호랑이에 대해 깊이 알게 되어 저에게는 이번 취재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전시를 담당한 학예사님이 설명해주신 덕분에 평소 박물관에서 관람했을 때보다 훨씬 자세히 배울 수 있었어요. 전시한 유물들의 위치부터 조명과 배열까지 무엇 하나 신경 쓰지 않은 게 없었죠. 박물관이다 보니 알리고 싶고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도 해당 유물이 없으면 전시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듣고 안타까웠어요. 용맹함을 상징하는 호랑이해, 2022년에는 모두 용기를 내어 일을 잘 풀어나가길 응원합니다.
-장채원(경기도 이매초 6) 학생기자

저는 동물을 엄청 좋아했음에도 맹수인 호랑이·사자 등에는 깊은 애정을 갖지는 못했는데요. 이번 취재로 호랑이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호랑이는 전래동화에서 보듯 무섭지만 어리석은 성격을 갖고 있을 줄 알았으나 '호랑이 나라' 전시를 통해 우리 선조들이 호랑이를 얼마나 믿고 의지하고 좋아하는지를 알게 됐어요. 옛 선조들 주변 어디서든 호랑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곳곳에 나타난 호랑이 모습은 참 다양했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학예사님이 말씀하신 “조선 사람들은 반년 동안 호랑이 사냥을 하고, 나머지 반년 동안은 호랑이가 조선 사람을 사냥한다”는 이야기에 우리에게 호랑이는 뗄 수 없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죠. 앞으로 역사를 배울 때나 우리나라 옛 유물을 볼 때, 신화나 설화를 들을 때 이번 전시에서 느꼈던 호랑이의 의미를 잘 되새겨 보겠습니다.
-조하나(서울 반원초 4)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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