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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과일보 이어 입장신문도 폐간…중국 언론탄압에 백기

중앙일보

입력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反中) 온라인매체 ‘입장(立場)신문’이 29일(현지시간) 폐간을 결정했다. 홍콩 경찰이 전·현직 간부 6명을 체포하고, 직원 4명을 연행해 조사를 시작하자 반나절 만에 백기를 든 것이다.

홍콩 입장신문 패트릭 람 편집국장 대행이 29일 오전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입장신문 패트릭 람 편집국장 대행이 29일 오전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입장신문은 이날 오후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의 체포·압수수색 사실을 밝히며 “입장신문은 즉각 운영을 중단하며 홈페이지를 포함한 모든 소셜미디어의 업데이트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편집국장은 이미 사의를 표했고 모든 직원은 즉시 해고됐다”며 “자사는 2014년 12월 설립 이후 비영리 단체로서 민주·인권·자유·법치 등 홍콩의 핵심가치를 수호하는 데 주력했다. 그동안 지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공지를 마쳤다.

이 같은 입장신문의 폐간 발표는 홍콩 경찰이 이 회사 전·현직 임직원 7명을 긴급 체포한 지 반나절 만에 나왔다. 경찰은 200여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탄압에 나섰다. 이날 경찰은 당국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기사를 보도했단 혐의로 입장신문 임직원 7명을 체포하고, 4명을 연행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신문사를 압수 수색해 취재 자료를 압수하고, 6100만 홍콩달러(약 93억 원) 규모의 자산을 동결하고 현금 50만 홍콩달러(약 7600만원)을 압수했다.

홍콩 민주매체 입장신문이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폐간 결정을 발표했다. [홍콩 입장신문 페이스북 캡처=로이터]

홍콩 민주매체 입장신문이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폐간 결정을 발표했다. [홍콩 입장신문 페이스북 캡처=로이터]

체포된 이들은 입장신문의 전 편집국장 청푸이쿤과 그의 부인이자 전 빈과일보 부편집장인 찬푸이만, 현 편집국장 대행 패트릭 람, 그리고 전직 입장신문 이사들이다. 입장신문의 전직 이사인 홍콩 팝스타 데니스 호 역시 체포됐다. 호는 2014년 홍콩의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 때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후 2019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홍콩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고, 중국을 회원국에서 퇴출할 것을 요구하는 등 홍콩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를 세상에 알려왔다. 홍콩의 팝스타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캐나다 국적인 호의 체포가 중국과 캐나다 사이의 긴장을 가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9년 미국 의회에서 홍콩 가수 데니스 호가 홍콩 인권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9년 미국 의회에서 홍콩 가수 데니스 호가 홍콩 인권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입장신문은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직후 창간됐다. 2019년 반정부 시위 때 적극적인 온라인 생중계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최근에는 반정부 시위 당시 홍콩 위엔룽 전철역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자를 상대로 한 무차별 공격인 ‘7·21 백색테러’를 파헤쳐 보도했다. 또 지난 10월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의 탈세와 부패 실태를 폭로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의 ‘판도라 페이퍼스’에 홍콩 언론사 중 유일하게 참여하는 등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진영 온라인매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 6월 홍콩 반중 일간지 빈과일보가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폐간되자 사흘 후 “홍콩에 ‘문자의 옥(文字獄)’이 왔다”며 모든 칼럼을 내리고 후원금 모집도 중단했다. 당국 단속에 대응한 선제 조치였지만, 결국 이날 당국의 탄압에 백기 투항했다.

언론인 단체와 외신은 입장신문 폐간에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국제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와 홍콩외신기자클럽은 이날 각각 성명을 내고 “입장신문 관련자 체포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체포된 이들을 혐의를 취소하고 석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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